[이경섭 칼럼] 율법을 좇는가, 예수를 사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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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경섭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율법, 구원인가 저주인가

성경이 어떤 때는 율법을 ‘저주’로, 어떤 때는 ‘복’으로 말하는 것 같아 그것을 읽는 독자들이 저으기 당황한다. 그러나 이는 율법 자체에 무슨 모순이 있어서가 아니다. 율법 자체는 거룩하고 선하고(롬 7:12) 완전하다(시 19:7).

그것은 독자가 ‘율법을 법 있게(lawfully) 쓰느냐, 법 없게(unlawfully)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율법을 통해 의(義)이신 ‘예수 그리스도’께로 인도받느냐, 아니면 율법을 ‘의의 법’으로 삼아 자신을 ‘율법 아래’에 두느냐 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이다.

멋모르는 사람들은 율법이 그렇게 까다로운 것이라면 그냥 무시해버리면 되지, 그것에 매여 전전긍긍하느냐고 타박한다. 그러나 율법은 우리가 무시한다고 무시되지 않는다. 아기가 탯줄을 달고 태어나듯, 죄인은 율법을 운명처럼 목에 걸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다음은 그러한 ‘율법의 숙명성(law of destiny)’에 대해 말하는 내용들이다. “믿음이 오기 전에 우리가 율법 아래 매인바 되고 계시될 믿음의 때까지 갇혔느니라(갈 3:23)”.

“율법 없는 이방인이 본성으로 율법의 일을 행할 때는 이 사람은 율법이 없어도 자기가 자기에게 율법이 되나니 이런 이들은 그 양심이 증거가 되어 그 생각들이 서로 혹은 송사하며 혹은 변명하여 그 마음에 새긴 율법의 행위를 나타내느니라(롬 2:14-15).”

그럼 누가 율법을 ‘법 있게(lawfully)’쓰는 자이고, 누가 ‘법 없게(unlawfully)’쓰는 자인가? ‘그리스도인’과 ‘유대 율법주의자들’이 그들이다.

전자는 율법을 통해(through the law) ‘믿음의 의(義)’에, 후자는 율법을 쫓아(following the law) ‘정죄(定罪)’에 이르렀다.

그들(그리스도인)은 율법을 ‘의의 경유지(stopover, 經由地)’로, 그리스도를 ‘의의 도착지(terminal, 到着地)’로 상정한다(갈 3:24). 그 결과 율법을 거쳐 그리스도께로 나아가므로 구원을 받는다.

그리스도인들이 전하는 "당신은 죄인이며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 구원을 받습니다”는 복음에는 그들의 ‘율법 사용법(law-manual)’이 잘 나타나 있다.

그들은 죄인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하기 위해 ‘율법’을 그것을 위한 ‘경유지’로 삼는다. 곧, 그에게 자신이 죄인임을 먼저 각인시킨 후(율법에서 정죄를 받게 한 후) 구원자 그리스도께로 인도한다.

이와 달리 유대 율법주의자들은 율법을 ‘죄의 법(롬 7:23)’이 아닌 ‘의의 법’으로 상정하고 그것을 자신들의 ‘종착지’로 삼는다. 그 결과 그리스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그에게로 가지 않으니 율법의 저주를 받는다.

◈율법과 예수 사랑

성경엔 서로 무관하거나 배치돼 보이는 구절끼리 엮여진 경우가 더러 있다. 이런 경우 해석상 특별한 주의를 요한다. “만일 누구든지 주를 사랑하지 아니하거든 저주를 받을지어다(고전 16:22)”도 그 중 하나이다.

‘주를 사랑하지 않는 자’에게 ‘저주’를 선언한다. ‘예수 사랑’을 ‘저주’와 함께 엮어 ‘사랑’이 ‘율법’의 모양새를 취했다. 단지 모양새만 그런 것이 아니다. ‘구원’이 ‘믿음으로(by faith)’가 아닌, ‘사랑(by love)’으로 된다는 ‘구원론’의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러나 ‘율법’과 ‘예수 사랑’의 역학(力學) 관계를 추적하면, 그것이 오해임을 알 수 있다. ‘주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은 ‘율법적 의무’ 개념이 아니다.

예컨대 ‘주를 사랑하는 것이 창조주에 대한 피조물의 의무임을 알면서도 사랑하지 않았다. 고로 저주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설사 이런 경우에도 우리에 대한 하나님의 자비는 멈추지 않는다.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그의 백성들에게 저주를 쏟아 붓는 것은 ‘사랑’이신 그의 본성과도 배치된다.

그것은(주를 사랑하지 않음은) 원천적으로 ‘주에 대한 사랑’이 생겨날 수 없는 구조 곧, 사랑이 발생될 수 있는 인과(因果) 관계의 부재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그가 스스로 ‘율법의 의(義)’를 이루려고 ‘율법아래’ 머물러 예수 그리스도께로 가지 않았고, 그 결과 그의 자비를 입을 수 있는 길도, 그를 사랑할 수 있는 길도 원천적으로 봉쇄당했다.

다시 말하지만 ‘주를 사랑하는 것’은 의무에 기초한 ‘율법적인 강요’도, ‘인과성(因果性) 없는 독립 품목’도 아니다. 오히려 그것(주를 사랑하는 것)의 원천으로서 ‘그의 구속을 받았느냐 못 받았느냐’ 하는 문제로 귀착시키고 우리로 하여금 그것에 더 주목하게 한다.

이는 비단 ‘율법의 의’를 추구하는 ‘율법주의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무율법주의자(antinomianist)’나 ‘율법을 의식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는 이미 언급했듯, 율법을 인정하든 안하든 ‘모든 사람이 범죄 하여 율법의 정죄 아래 있기(롬 3:19)’ 때문이다.

유대 율법주의자들이 ‘자발적으로 율법아래 있는 자들’이라면, 율법을 모르는 이방인들은 ‘무의식적으로 율법 아래 있는 자들(양심의 율법아래 있는 자들, 롬 2:14-15)’이다.

이에 반해 그리스도께로 가서 율법의 저주에서 벗어난 그리스도인들은 그를 목숨을 다해 사랑하게 된다. ‘율법의 정죄’를 받아 예수 그리스도께로 인도받아(갈 3:24), 그가 자기를 대신해 율법의 저주를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나아가 “누구든지 주를 사랑하지 아니하거든 저주를 받을지어다”는 말씀은 ‘믿음으로 말미암은 구원’교리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죄인을 ‘그리스도의 은혜’에 더욱 의존시킴으로 오히려 그것을 더 세운다.

“그 아들에게 입 맞추라 그렇지 아니하면 진노하심으로 너희가 길에서 망하리니 그 진노가 급하심이라(시 2:21)”는 말씀 역시, ‘아들을 사랑하지 않으면 진노를 받는다’는 율법적 저주를 말한 것이 아니라, ‘율법의 진노에서 벗어나게 하는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로 피하면 산다’는 ‘구원의 복음’을 선포한 것이다. 할렐루야!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개혁신학포럼 대표,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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