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간 크리스천들 주목! 병장이 이등병 전도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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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를 변화시키는 ‘행복 신학’ (16)] 섬김에서 비롯되는 권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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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보통 남을 섬기기보다 남에게 섬김을 받고 싶어한다. 자기중심성을 가진 죄인들의 본성 때문일 게다. 그리고 섬김을 받고 있다는 데서 자신의 권위를 표현하려 한다. 일반적으로 봐도 손아랫사람들이 손윗사람들을 섬기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하지만 이런 원리에 정면으로 도전하신 분이 있다. 그분은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만왕의 왕이신 그분께서 당신의 피조물들을 섬기러 이 땅에 오셨다. 그것도 당신의 목숨을 우리의 대속물로 주시려고 말이다(막 10:45).

이러한 복음을 깊이 체험하여 실제로 실험(?)해 본 적이 있다. 20년 전 군 생활 중에 있었던 일화이다.

필자는 통신대의 최고 선임병이 되었다. 신병 때부터 하나님과 약속한 것이 하나 있다. 나중에 최고 선임이 되면, 최선을 다해 후임병들을 섬기겠다는 것이다. 군대 생활의 병장만큼 교만해지는 경우도 드물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병장만큼이나 아랫사람을 실감나게 섬길 수 있는 경우도 드물다.

최고 선임으로서 필자는 그리스도의 섬김을 실천하려고 한 가지 묘책을 떠올렸다. 매일 내무반 청소 시간에 이등병들 틈에 껴서 같이 청소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날부터 나의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행동은 다른 병장들을 심히 당황하게 만들었다.

‘권율 병장님이 교회에 열심히 다니더니 드디어 미쳤네, 미쳤어!’

자기네들끼리 수군수군거렸다. 병장 계급장을 달면 내무반 청소 따위는 당연히 면제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그들이다. 물론 간부들은 병장도 후임들과 함께 청소하기를 바랐지만, 실제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필자는 가장 후임인 이등병들처럼 열심히 청소했다. 이들도 심히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필자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고, 또 미안해서인지 다들 몸 둘 바를 모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들과 가까워지려고 날마다 최선을 다했다.

그러다가 필자는 마침내 ‘이등병의 대변자’가 되었다. 이제 무슨 일만 터지면 필자에게 찾아와, 자신들의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면 필자는 이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때로는 중대한 사태를 조정해서 큰일을 막아 내기도 했다.

실제로 우리 동기 한 명이 후임병들을 괴롭히는 바람에 영창 갈 지경까지 갔는데, 필자가 중재 역할을 감당하여 사태를 수습한 적도 있었다.

흔히들 병장이 되면 자신의 권위를 세우려고 쓸데없이 후임병들을 윽박지르려고 한다. 하지만 그런 행동은 도리어 불만을 살 뿐이다. 겉으로는 복종하는 척하지만, 안 보는 곳에서는 병장들을 얼마나 ‘씹어 돌리는지’ 모른다.

오히려 후임병들은 자신을 인정해 주고 인격적으로 대해 주는 병장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이것은 내무반 생활을 통해 필자가 몸소 깨달은 것이다.

어느 날 저녁에 찾아온 김 이병이 실제로 그런 반응을 보였다.

“권율 병장님, 혹시 제가 해 드릴 일이 없습니까?”

“무슨 일?”

“그럼 관물대 앞에 있는 쓰레기라도 주십시오. 제가 버리겠습니다.”

“내 쓰… 쓰레기를 왜 김 이병이 치워? 내가 버… 버릴 테니 신경 쓰지 마.”

“아닙니다. 제가 꼭 버리고 싶습니다!”

이렇듯 후임들은 가만히 있는 필자에게 찾아와 무언가를 하려고 했다. 그러면 필자는 찾아오는 후임들을 인격적으로 대해 주면서, 상담하는 중에 때로는 복음을 전하기도 했다.

한때는 통신대 인원의 절반이 필자를 따라 교회에 출석한 적이 있다. 전도 역시 섬김의 자세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다.

물론 후임들을 섬긴다고 해서 무작정 뒤치다꺼리를 하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특히 근무 시간에 맡은 바 임무를 소홀히 하는 후임에게는 따끔한 질책과 훈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만 근무 시간 외에는 병장을 비롯한 선임병들이 몸소 섬김의 자세를 실천해야 한다. 이렇게 할 때만이 병사 상호간에 참다운 권위를 회복할 수 있고, 보람찬 내무반 생활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체득한 ‘권위 있는’ 섬김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실천하고 있다. 매주 사무실에 찾아오는 방문객을 최선을 다해 섬긴다. 식사를 대접하고 커피를 내려드리고, 상담하면서 하늘의 위로와 힐링을 함께 경험한다.

다들 목사의 그런 모습이 낯설어 어쩔 줄 몰라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그분들을 섬긴다. 그러다 보면 나를 섬기시는 주님의 모습이 문득 생각난다.

▲강의 후 기도하고 있는 권율 목사.

▲강의 후 기도하고 있는 권율 목사.

권율 목사

경북대 영어영문학과(B.A.)와 고려신학대학원 목회학 석사(M.Div.)를 마치고 청년들을 위한 사역에 힘쓰고 있다. SFC(학생신앙운동) 캠퍼스 사역 경험으로 청년연합수련회와 결혼예비학교 등을 섬기고 있다.

비신자 가정에서 태어나 가정폭력 및 부모 이혼 등의 어려운 환경에서 복음으로 인생이 개혁되는 체험을 했다. 성경과 교리에 관심이 컸는데, 연애하는 중에도 계속 그 불이 꺼지지 않았다. 현재 부산 세계로병원 원목(협력)으로 섬기면서 여러 모양으로 국내선교를 감당하는 중이며, 매년 선교지(몽골, 필리핀) 신학교 강사로도 섬기고 있다.

저서는 <올인원 사도신경>, <올인원 주기도문>, <올인원 십계명>, <연애 신학> 등이 있고, 역서는 <원문을 그대로 번역한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영한대조)>외 3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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