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본철 교수의 성령론 124
성경 말씀
저희가 나갈 때에 귀신 들려 벙어리 된 자를 예수께 데려오니 귀신이 쫓겨나고 벙어리가 말하거늘 무리가 기이히 여겨 가로되 이스라엘 가운데서 이런 일을 본 때가 없다 하되 바리새인들은 가로되 저가 귀신의 왕을 빙자하여 귀신을 쫓아낸다 하더라(마 9:32-34)
1. 귀신이란 무엇일까요?
과연 귀신(악령)은 존재할까요? 이에 대한 명백한 답변은 ‘그렇다’ 입니다. 성경은 귀신의 존재와 그 활동에 대해서 분명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성경에서 말하는 귀신은 오늘날 일반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귀신의 관념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입니다. 그러면 진정한 귀신의 존재와 그 활동은 어떤 것일까요?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오고, 그리고 한국적 상황 속에서 ‘귀신’이라는 성경의 용어가 처음 소개될 때, 그것은 한국인의 심성 속에 젖어 있던 전통적이고 무속적인 귀신 관념을 떠올리게 해주었습니다. 한국인의 심성에 길들여진 귀신에 대한 관념은 억울하게 죽은 영혼, 제 명대로 살지 못한 영혼 등을 생각나게 해줍니다.
한국교회 내에서 말썽을 빚고 있는 귀신에 대한 오해는 바로 성경적 귀신관을 전통적 심성 속의 귀신관으로 대치하게 되면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에서 말하는 귀신들은 사단(마귀)의 권위에 복종하여 사단의 목적을 위해 조직되어진 악한 영들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귀신이라고 번역된 성경 용어를 사용할 때, 이 귀신이라는 한국적 전통 관념보다는 차라리 ‘더러운 영’ 또는 ‘악령’이라고 인식함이 더욱 성서적이라고 봅니다.
성경에서 마귀(Devil)는 ‘디아보로스’(διαβολος)라는 단수 표현의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신구약성경 어디를 살펴보아도 마귀에 대해서 복수로 표현된 곳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마귀들’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입니다.
반대로 귀신들(demons)은 대부분 ‘다이모니아’(δαιμονια)라는 복수 표현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 용어는 신약성경에 약 60여 회 나옵니다. 마귀와 귀신들은 동일한 존재를 일컫는 말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사단(마귀)의 활동이 매우 포괄적이고 전체적이라고 할 것 같으면, 귀신들의 활동은 보다 더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일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귀신 들림이란 무엇일까요?
귀신론 전문가들에 의하면 귀신 또는 악령이 인간에게 침투하는 것은 몇 단계로 분류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귀신 들림’입니다. 귀신들림이란 귀신의 영이 인간의 영혼 속에 상당히 깊이 침투한 경우이며, 이런 경우 인간의 영과 잠재의식과 현재의식이 귀신의 뜻에 의해서 움직여집니다. 그러나 거듭난 그리스도인의 영혼 속에는 성령께서 내주하시기 때문에 이러한 심각한 귀신의 침투로부터는 보호를 받는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귀신의 영향권 속에서 인간의 지정의(知情意)와 몸과 환경이 영향을 받는 일은 그리스도인에게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러기에 늘 깨어서 기도하며 자신을 지켜야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더러운 귀신이 사람에게서 나갔을 때에 물 없는 곳으로 다니며 쉬기를 구하되 얻지 못하고 이에 이르되 내가 나온 내 집으로 돌아가리라 하고 가서 보니 그 집이 청소되고 수리되었거늘 이에 가서 저보다 더 악한 귀신 일곱을 데리고 들어가서 거하니 그 사람의 나중 형편이 전보다 더 심하게 되느니라(눅 11:24-26)
그러므로 분명히 거듭난 그리스도인이지만 방심하여 성령충만을 잃어버리고 죄의 유혹을 방치할 경우, 성령이 거하심에도 불구하고 얼마든지 귀신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귀신 들림의 경우와는 다른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므로 귀신의 영향과 귀신 들림을 구분해서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귀신론과 관계되어 한 가지 위험한 신념은 귀신만 쫒으면 질병과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입니다. 이러한 신념은 편협한 샤머니즘적 사고로부터 나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신념이 신자의 의식 속에 젖어들 때 결국 비성경적인 이원론적 세계관을 만들어냅니다. 선한 세계와 악한 세계의 투쟁, 하나님과 마귀의 대립 - 이러한 숨 막히는 긴장과 불안감 속에서 신자는 영혼의 평강도 하나님께 대한 감사도 점차 잃어버리게 됩니다.
물론 귀신들이 질병과 시련을 가져다 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의 하나님 안에서 살고 있는 신자들에게는 이미 시련이나 질병도 이원론적인 어두움과 악에 속한 세계가 아닙니다.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의 주권과 영광을 고백하는 신자들의 입술에서 당연히 ‘하나님의 선한 도구’로서 인정되어집니다. 그러므로 귀신만 쫓으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신념은 하나님의 뜻과는 관계없는 비성경적이고도 이기적인 발상에서 나온 것입니다.
3. 성령의 능력으로 귀신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귀신을 쫒는 일에 있어서 우리의 생각을 정리할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모든 병이 다 귀신으로부터 온다고 믿는 일이나, 또는 오직 귀신을 쫓아야만 질병이나 정신적 압박상태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믿는 것이나 다 한결같은 편협된 신념에서 오는 생각입니다.
의학적인 검증과 치료를 받는 것이 불신앙적인 행위라고 보는 신념 역시 너무 이원론적 사고일 뿐 아니라 복음적 정신도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는 귀신의 영향력에 대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 성령의 인도하심과 영적인 분별력을 의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귀신들이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역사할 때는 귀신 들림(demon possession) 또는 귀신의 억압(demon oppression) 상태를 가져다줍니다. 여기서 귀신 들림은 귀신이 인간의 영혼 속에서 역사할 때를 가리키고, 귀신의 억압은 영혼 밖에서 역사할 때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귀신을 쫓는 일이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은사라고 가르칩니다. 이 같은 오해로부터 결국 영적 교만과 은사 사용의 그릇된 동기가 자라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오히려 성경은 그리스도께서 모든 믿는 자들에게 귀신을 제어할 능력을 주셨다고 선포하셨습니다.
믿는 자들에게는 이런 표적이 따르리니 곧 저희가 내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새 방언을 말하며(막 16:17)
평강의 하나님께서 속히 사탄을 너희 발 아래에서 상하게 하시리라(롬 16:20)
그리고 그 능력의 근원은 우리 안에 거하는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승리는 ‘귀신 쫓는 은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겸손히 주님과 함께 동행하는 자에게 나타나는 성령의 인도하심과 능력에 의한 것임을 확신해야 합니다.
어려운 용어 풀이: 귀신 들림과 정신병
정신병과 귀신들림은 명확히 구분해서 다루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정신병은 정신병 의사에게, 귀신들림은 귀신을 쫒음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정신병과 귀신들림이 종종 동일시될 때가 있습니다만, 그 치유법에 혼선을 빚게 되면 어려움이 지속되는 경우를 봅니다. 어떤 경우는 이 두 가지 문제가 함께 얽혀있는 환자의 경우들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두 가지 치유책을 함께 병행하거나 또는 하나씩 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정신병적인 증상을 지닌 환자를 잘 이해시켜서 정신적 검증과 치료를 받는 일이 죄악된 일이 아님을 깨닫게 해주십시오. 그것이 귀신에 의한 것이라면 의학을 통해서 해결이 안 될 경우가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분명히 귀신에 의한 것으로 판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몇 차례의 축사(exorcism)에 의해서 해결이 안 되는 경우라면 상담 전문가나 정신과 의사를 찾는 편이 자연스러운 처방일 것입니다.
성령사역을 위한 질문
1. 한국의 전래적 귀신 관념은 어떤 점에서 비성경적인 요소들이 많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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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귀신만 쫒으면 질병과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는 편협한 시각은 어떤 세계관을 형성하게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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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귀신을 쫓는 일이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은사가 아니라고 하는 점을 밝혀주는 성경적 근거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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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적용을 위한 기도
1. 귀신 들림과 정신병을 잘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얻도록 기도합시다.
2. 귀신에게 억압 받고 있거나 귀신에 들린 이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해방시키는 일에 쓰임 받도록 자신을 준비하며 기도합시다.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의 삶 코스 대표)
유튜브 채널 : 배본철 https://www.youtube.com/user/bonjour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