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좋았던 시절” 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이 시절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계몽, 낭만, 과학기술, 산업혁명, 자본주의, 진화론, 제국주의, 부유하고 자유로운 부르주아의 삶, 문란한 성문화, 그리고 프로레타리아 계급의 등장과 칼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주의 선언 등이다. 그래서 당시 사회는 몹시 소란스러웠다. 당시 성문화는 남녀차별, 매춘, 성병, 퇴폐와 데카당스가 특정적이었다. 반면 각성된 크리스천들이 신앙부흥운동과 절제운동을 벌이고 있었지만, 20세기 성혁명으로 향하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이즈음 그 이전에 주창되고 있던 공상적 내지 이상주의적 사회주의는 급진적으로 진화하여,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와 엥겔스(에 의해 “과학적” 사회주의가 새로이 정립되어 제시되었다. 과학적이란 역사를 개개인의 주관적인 원망(願望)과 우연이 만든 연속으로서가 아니라, 진화론, 고고학, 인류학 등 자연사적 과정(自然史的過程)으로서 파악하는 것이다. 즉 유물론적 섹슈얼리티는 생물학적인 성과는 상관없다. 그리하여 1848년 2월 21일, 마르크스와 엥겔스에 의하여 《공산당 선언》이 발표되었다. 이는 당시의 이미 문제가 되고 있던 자본주의를 극복하려는 새로운 시대의 철학으로 받아들여졌고, 이후 세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마르크스주의란 무엇인가? 이에 대한 확정적인 단일 이론은 없다. 초기부터 마르크스주의는 다양한 주제에 적용, 분석되었고, 이후 발전 과정 동안 많은 비판을 받으며 수정되어, 마르크스주의라고 분류되는 수많은 다양한 이론들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관심사는, 마르크스와 엥겔스, 즉 초기 공산주의는 성과 섹슈얼리티를 어떻게 보았던가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마르크스는 성(sex)을 자연적인 힘으로 보았다. 그리고 자연과 관계를 맺는 방식, 즉 성적 관계 맺기에서의 수준이 동물인 사람과 진정한 인간을 구분한다고 선언하였다. 문제는 그가 남녀관계, 가족 등 모든 성적인 것을 노동의 관점에서 보았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인간 섹슈얼리티에 대해 더 이상 깊이 언급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주의는 섹슈얼리티를 역사를 통해 진화하는 인간행동으로 보았다. 그러면 인류사에서 언제 노동에서의 남녀 차이가 나타났는가? 그들은 고고학적 연구에 기초하여 구석기 시대(40,000년전)에 등장한 사냥과 수집의 사회에서는 남녀는 상호 협력적이어서 불평등은 없었다고 본다. 문제는 신석기시대(12,000년전) 때 농업이 발달하면서, 음식 수집에서 음식 생산으로 이동하며 정착생활이 시작되었다. 노동생산성이 점차 증가하면서 잉여품이 사유화되기 시작하였는데, 그런 사유재산이 첫 계급을 만들어 내었다. 이로서 인류 평등주의가 계급제도로 대치되면서, 남녀간 불평등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혁명을 통해 노동과 생산에 남녀가 평등하게 기여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는 현재 우리가 말하는 남녀평등이나 젠더평등과는 달리, 일반적 사회적 불평등의 의미에서의 평등이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당시 빅토리아식 사고방식과 일상적 성문화를 싫어하였다. 당시 번창하던 매춘의 문제점은 마르크스에게 자본주의의 결함에 대한 통찰을 주었다. 그는 결혼과 매춘을 대비하면서, “못생겨도, 돈으로 아름다운 여자를 살 수 있다”고 하며, 부르주아의 결혼과 매춘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하였다. (현대 페미니즘은 마르크스에게 빚지고 있다) 단지 결혼한 여성이 매춘부와 다른 점은, 결혼한 여자는 임금노동자처럼 일의 양에 따른 임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한번 판매되면, 모든 것에 노예가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여성들은, 사적이든 공공적이든 매춘 같은 경제적 필요에서 계약한 “사랑 없는 결혼”에서도 해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들의 저술 곳곳에서 그들은 동성애와 소년애에 대한 혐오를 읽을 수 있다 한다. 마르크스는 비교적 가정에 충실하였다. 그러나 하녀와의 불륜에서 사생아를 두었는데, 명성을 지키기 위해 끝내 외면했다 한다.
이후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이론은, 원래의 사상과 차이나는 소위 “마르크시즘”과 급진적 성정치 이론으로 발전하였다. 즉 러시아 혁명 때 프리섹스와 동성애 옹호 정책, 빌헬름 라이히의 성혁명의 발상들, 마르쿠제의 에로스와 노동이론, 맑시스트 페미니즘, 퀴어맑시즘 등이 발달하면서 현대사회에 격렬한 논쟁을 야기하고 있다.
남녀간 사랑과 결혼을, 유물론과 경제적 측면에서 노동과 노예의 관점에서 보고, 정치적 해방의 대상으로 파악하는 것은 우리 기독교의 교훈과는 상반된다.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