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이 보는 성혁명사 31] 19세기 공산주의 가족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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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마르크스 사후 곧바로, 엥겔스(Friedrich Engels 1820-1895)는 원시 모계사회에 대한 연구에 근거하여 가부장제에 대해 비판하면서, 모계사회에서 “농업 혁명”을 통해 부계사회로 바뀌었다는 이론을 내어 놓았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가족체제에 대한 이론에 있어, 독창적이라기보다, 당시 미국의 인류학자 모건(Lewis H. Morgan 1818–1881)의 미국 인디언 모계사회 연구에 영향을 받았다.

모건은 인간 진보의 3단계를 제시하였다: ① 미개(Savagery) ② 야만(Barbarism) ③ 문명(Civilization). 모건은 다윈의 『종의 기원』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다윈은 자신의 저술에서 Morgan을 언급하고 있다. 또한 모건은 인류역사에서 첫 가족사회는 부계적 핵가족이 아니라, 모계적 대가족(matrilineal clan)이라 말한다. 이는 원시 공산주의(primitive communism)로서, 여자가 자매들과 더불어 살면서 “자매의 자식들은 내 자식들이다”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즉 여자들끼리 공동가족(communal households)을 이루고 단결하여, 비협조적인 남자들에 대항하였다는 것이다.

엥겔스는 1884년 저서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1884)에서, 모건의 원시사회에 대한 연구를, 생물학에서의 다윈의 업적과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에서의 잉여가치이론과 통합하였다. 엥겔스는 모건의 이론과 비슷한 단계별 발달과정을 가정하고, 가족의 형태와 지배구조와 재산(유산)문제를 연결시켰다. 엥겔스는 마르크스주의를 적용해, 부르주아(유산계급 혹은 소규모 생산자) 계층에서 남성이 여성을 억압할 수 있었던 것은, 남자가 자기 자식에게 재산을 상속하기 위해서 여성을 지배하는 방향으로 문명이 발달하였기 때문이라 하였다. 즉 모계시대에서 점차 혈통을 중요시함에 따라, 아들의 정통성을 보장하기 위해, 여자들은 한 사람의 남편에 대한 정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남자 중심의 일부다처주의(polygamy)가 지배적이 되었다. 그러나 가사와 자식의 적출성(legitimacy)을 유지하기 위해 여자가 보다 더 우월적 역할을 하였다.

다음 시대에 가족 편성(family pairing) 제도가 발달하였다. 모건에 의하면 다부다처제에서 한 사람의 남편과 여러 아내 중 우두머리 아내가 정해지고, 점차 그 아내의 정절이 엄격히 요구되어 갔으며, 근친혼 금지가 더욱 엄격해져 갔다. 부부가 헤어지면 자식은 어머니에게 속하였다. 그래서 이 체제에서는 남자가 죽어도 유산은 자식보다 부계 씨족(gens)에게 물려졌다. 엥겔스는 이를 “여성 권리의 세계사적 패배”를 의미한다고 하면서, 그 정치적 의미를 논하였다. 엥겔스는 모권의 패배로서 농업, 즉 목농(牧農)주의(pastoralism)가 시작되었고, 가부장적 일부일처제(monogamy) 가족제도가 정착하였고, 문명(civilization)이 발달하기 시작하였다고 하였다.

이처럼 엥겔스는 근대가족과 근대문명의 형성에 있어 재산과 유산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의 부르주아 법을 비판하였다. 그 법은 당시의 문화적 관습에 따라 결혼과 유산에 대한 규칙을 정하고 있었다. 따라서 아직 결혼중매 전이라도 결혼관련 유산문제가 항상 염두에 있었고, 그래서 배우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근대의 “강제된” 일부일처제 결혼제도는 성적 부도덕성과 매춘의 번성을 이끌었던 것이다.
엥겔스에 의하면 그런 제약에서 자유로운, 그 결과 그런 도덕적 타락의 위험에서 자유로운 계급은 오로지 프롤레타리아이다. 프롤레타리아는 부르주아 결혼의 기초인 돈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속할 재산 자체가 없는 무산계급(노동계급)만이 사회혁명을 할 수 있다. 엥겔스는 혁명을 통해 사유재산제도, 가부장제, 남성우월주의, 계급차이 등을 없애야 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래야만 재산이나 유산과는 상관없는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섹스와 사랑에만 기초하는 진정한 일부일처제적 관계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즉 이처럼 엥겔스는 혁명으로 결혼이든 매춘이든 “여자의 노예화”가 없어진다고 하면서 일부일처제를 옹호했던 것 같지만, 그 이유가 경제적인 것이며, 기독교적인 결혼관과는 완전히 다르다.

참고로, 엥겔스 자신은 결혼 제도에 회의적이어서 결혼을 하지 않았고, 아일랜드 출신의 노동자 층인 메리 번즈와 연인으로 동거하였다. 메리의 사망 이후 엥겔스는 그녀의 여동생 리디아 번즈와 동거한다. 리디아 번즈가 죽기 전 종교적 이유로 결혼을 간청하자 혼인 성사를 치르고 혼인 신고를 했다. 그는, 마르크스도 그랬고, 당시 대부분의 철학자들도 그랬듯이, 남성우월주의자 같아 보인다.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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