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나비 논평] 돌풍의 오징어게임… ‘값싼 회개’ 더 이상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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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오징어 게임’ 드라마가 보여주는 황금만능과 살벌한 생존 투쟁의 우리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교회는 한국사회의 극한 경쟁과 압축성장의 그늘을 해결하기 위한 황금률을 실천하는 공동체 운동의 센터가 되어야 한다.

▲<오징어 게임>.

▲<오징어 게임>.

'오징어 게임'은 지난 11월 3일 드라마와 예능 등 TV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순위를 정하는 '넷플릭스 오늘 전세계 톱 10 TV 프로그램(쇼)' 부문에서 781점을 포인트로 1위를 기록했다. ‘강남스타일’의 싸이, 원더걸스, 소녀시대, 블랙핑크, BTS,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에 이어 <오징어 게임>의 등장은 한국 문화 컨텐츠의 우수성과 가능성이 얼마나 무궁무진한 것인가를 입증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전 세계 사람들은 지금 ‘오징어 게임’의 열풍에 빠지고 있다. 허리케인의 돌풍을 피해 많은 사람들이 이주하는 것과는 달리 ‘오징어 게임’의 광풍을 피하기는커녕 여과없이 전세계인들이 열광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열광하게 만드는 것인가? 화려한 색채와 자극적인 콘텐츠로 청소년은 물론 성인들까지 게임의 회오리 속에 빠져들고 있다. 심지어 미국와 유럽의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오징어 게임 복장을 따라 입지 말도록 금지령까지 내려진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폭력적인 행동까지 받아들일 염려 등 많은 윤리적 문제로 인해 샬롬나비는 ‘오징어 게임’의 다음과 같은 문제점과 아울러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1.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배금주의 가치관과 물질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생존)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9회 분량의 드라마이다. 오징어 게임’은 많은 빚을 지고 있고 삶을 포기할 지경까지 몰린 사람들을 모아 거액의 상금을 걸고 게임을 진행하는 이야기이다. 오징어 게임 속에 나오는 무한 경쟁, 극한에 치닫는 치열함을 반영하는 스토리는 경제적 약자를 사회에서 배제 시키고 오히려 거액의 상금으로 무수한 사람들을 유혹하고 살육(殺戮)하는 장면들로 넘쳐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면 다 된다’식의 생각들이 만연한 가운데 우리들의 현주소는 황금만능주의 속에서 손만 대면 무엇이든 금으로 변하는 마이더스의 손을 가지려고 한다. 돈으로 모든 것을 다 살 수 있고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빚어지는 탈락자는 목숨을 잃는 극한 생존 경쟁의 비극에서 더욱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에서 나오는 스토리 또한 치열함 속에서 돈이 되면 무엇이든 하려는 배금주의 사상에 물들어 있다. 성경은 우리에게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라고 말한다.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고 재물은 결코 인간의 삶에서 우선순위가 될 수 없으며, 돈은 공동체의 덕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때 그 가치가 실현되는 것이다.

2. 증강현실,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오늘날 과학 기술의 발달로 현실과 가상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일들이 팽배하다. 우리는 시공간이라는 현실의 매개에서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과 같은 가상의 스토리를 현실에 가져오는 증강현실은 여러 윤리적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시청자들은 게임에서 벌어지는 가상의 스토리를 현실에 적용하여 가상과 현실의 이중적 태도에 빠져있고 동시에 도덕적 해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는 가상의 세계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오히려 가상의 보이지 않는 실제를 현실에서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다. 사람들이 ‘오징어 게임’과 같은 가상의 세계에서 생명 경시와 물질만능주의 스토리를 현실에 접목시켜 현실에서 그 대안을 찾으려는 시도를 할 경우, 현실 속에서 가상의 세계가 펼쳐지고 동시에 사회는 도덕의 상실을 가져오게 된다. 유럽이나 외국에서는 이미 ‘오징어 게임’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학생들에게 ‘오징어 게임 의상’을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의 심각성 그 이면에는 가상은 가상으로서의 세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상의 스토리를 현실 그대로 반영하면서 발생되기 때문이다.

▲참가자 456명이 처음 모여 게임에 대한 설명을 듣는 모습.

▲참가자 456명이 처음 모여 게임에 대한 설명을 듣는 모습.

3. 지나친 폭력성과 생명 경시 사상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다.

‘오징어 게임’은 패자는 목숨을 부지할 수 없고 오직 승자만 거액의 상금을 거머쥘 수 있는 게임이다. 이에 돈을 필요로 하는 빚에 찌들린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스토리로 진행된다. 오직 승자만이 자본의 권력을 누릴 수 있고, 동시에 수많은 패자들이 목숨을 잃게되는 지나친 폭력으로 얼룩진 스토리는 패자에 대한 인정마저 찾기 힘든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게임의 참여자들에게 인간 생명의 가치는 상실되어 보인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생명 경시 풍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의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성경 말씀처럼 인간의 생명은 그 어떤 것과 비교될 수 없다.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 Kant)는 “인간은 수단이 아닌 반드시 목적으로 대우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생명과 가치는 그 어느 것으로도 대체불가능하고 환원될 수 없다고 말한다. 칸트는 오직 인간의 생명만이 수단이 아닌 반드시 목적 그 자체로 대우해야 한다고 우리에게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에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 물질만능의 사회에서 인간 생명의 경시로 이어지는 비윤리적인 사회에 대한 비판을 필요로 한다.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과 바꾸겠느냐?”(마 16:26, 막 8:36-37)에 나온 말씀처럼 사람의 생명은 그 어느 것과 비교될 수 없고 천하의 그 무엇과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4. 생존게임 속에서 남이 죽어야 내가 산다는 인간미의 상실과 인간에 대한 믿음의 상실은 공동체 상실을 초래한다.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참가자들은 집단을 이룬 사람들이다. 이들은 게임의 살벌함 속에서 타인의 고통과 아픔은 안중에도 없고 ‘나만 살아 남으면 된다’는 식의 심리적 병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게임의 스토리에서 남의 고통을 통해서라도 나만 행복하면 되는 식의 사회를 풍자하면서 공동체의 덕은 전적으로 상실되었다. 물론 게임에서 단지 몇 사람들을 통해서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과 희망의 빛을 던져주긴 하지만 여전히 돈이면 타인의 목숨까지 바꿀 수 있다는 배금주의와 극도의 개인주의 인간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간은 누구나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이다.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연고적 존재이다. 인간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함께 공존하면서 살아간다. 인간은 더더욱 공동체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이다.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가정이라는 공동체에서 외연을 확장시켜 사회라는 연고적 존재로 살아간다. ‘오징어 게임’과는 달리, 인간은 타자의 삶과 존재를 무시해서 살 수 없다. 성경에서도 인간이 홀로 존재하는 것이 못마땅해서 하나님은 인간에게 최소한의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짝을 지어주셨다. ‘오징어 게임’에서 본 인간미와 타자의 존재에 대한 가치의 상실을 추구하는 것은 공동체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인간은 타자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다. 타자는 인간과 인간의 범주를 넘어 자연까지 확장된다.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다. 인간은 궁극적으로 초월자까지도 타자로 인정하면서 살아가는 존재이다. 오징어 게임은 이러한 공동체적 존재로서의 인간상을 여지없이 파고하고 있다.

▲두 번째 게임 &lsquo;설탕 뽑기&rsquo;에서 주인공 기훈이 효과적인 &lsquo;뽑기&rsquo;의 방도를 발견하고 있다.

▲두 번째 게임 ‘설탕 뽑기’에서 주인공 기훈이 효과적인 ‘뽑기’의 방도를 발견하고 있다.

5. 오늘날 한국인들은 국제사회에 비추어진 우리의 모습을 반추하고 겸허한 태도로써 지구촌에 이바지하는 공생공영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

미국의 싱크탱크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FPIF)’는 한국 자체가 그 드라마의 주인공 같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오징어 게임’은 빚에 쪼들린 한국인들이 패배 형벌을 죽음으로 정해놓고 필사적으로 경쟁하는 현실로 묘사된다. “한국은 무자비한 ‘지구촌 오징어 게임의 생존자다. 1960년대 초 한국의 1인당 국내 총생산은 아이티 또는 가나와 비슷했다. 인구 40%가 절대 빈곤 속에 살았다 한국은 그때부터 ‘오징어 게임’과 비슷한 인정사정없는 지구촌 경쟁의 참가자가 됐다.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든 기꺼이 하려 했다. 게임에서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규칙을 변칙 적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동안 민주주의와 수많은 민주주의 운동가들의 목숨을 희생시켰다. 자유시간, 복지, 환경도 희생했고, 그 사이에 과로사(過勞死라는 단어도 생겨났다. 교육이 생존전략이 됐다. 글을 아는 식자율이 1945년 22%였던 것이 1970년엔 90%가 됐다. 시골 농부들까지 논밭 팔고 빚을 내서 자식들을 대학에 보냈다. 소를 팔아 등록금을 대면서 상아탑은 ‘우골탑’이 됐다.

이제 세계 선진국 위상에 오른 대한민국은 인간다운 삶, 국격을 갖춘 나라를 이루어야 한다. 남을 희생으로 하여 자신만이 살려는 이기주의, 황금만이 생존의 답이라는 졸부의 부끄러운 삶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이웃을 배려하고 내가 중요한 것 만큼 남도 중요하다는 공생의 가치관을 길러야 한다. 정치 지도자들은 내년 대선 경쟁에서 규칙을 지키고 우리 사회를 국격과 품격이 있는 나라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긴 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사회가 아니라 진 자에게도 재기의 기회를 주는 공생의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6. 오늘날 기독교는 약육강식, 황금만능주의와 생명경시 풍조를 극복할 진정한 사랑과 용서의 윤리를 실천하지 못했음에 대해 자성하고 회개, 공생, 황금률 윤리를 실천해야한다.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기독교인은 시시때때로 기도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이야기하지만, 하나님의 은혜와 기독교 신앙을 비판하기 위해 설정된 인물처럼 보인다. 아무 때나 큰 소리로 기도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정죄하는 모습, 다른 사람들을 죽음의 길로 내몰면서도 하나님의 선택과 은혜임을 고집하는 모습 등에서는 기독교 참 모습이 왜곡되어 있다. 이는 목회자와 기독교인의 모습을 자기 중심성이 강한 이기적 집단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경고는 <밀양>이라는 영화에서도 있었다. <친절한 금자씨>에서도 반(反)기독교적 캐릭터의 등장을 통해 기독교 신앙의 위선과 고집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물론 영화와 드라마 한 편으로 기독교 신앙 자체가 왜곡되거나 변질되어 설명될 수는 없다.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기독교인들은 대중 매체에서 기독교 신앙에 대해 왜곡하는 모습들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반응하며, 반기독교적 배경을 가진 감독과 작가라고 비난하는데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반기독교적 성향을 가진 분들에게 기독교 신앙이 왜곡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우리 삶에 대해 자성하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기독교는 반성과 각성과 자성의 시간 없이 종교적 행위로만 드려졌던 회개와 용서의 기도가, 혹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파렴치하고 위선적인 목회자 상을 만들어내는데 일조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할 때다. 기독교 신앙에 대한 평가를 세상에 맡길 필요는 없지만, 세상이 기독교 신앙에 대해 어떻게 인지하며 인식하고 있는가에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교회는 미디어에서 한국 기독교인의 신앙의 태도가 거론될 때, 우리 신자들은 무조건 변명하려고 하지말고 이를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신자들에게 ‘값싼 회개’가 아닌 책임감 있는 ‘진정한 회개’가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한국교회는 오늘날 전 세계에서 지배력을 갖고 있는 약육강식, 황금만능주의와 생명경시 풍조를 극복할 진정한 회개, 공생, 용서, 사랑의 가치관을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2021년 11월 22일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어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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