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칼럼] 복음은 왜 기쁜 소식인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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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목사. ⓒ크투 DB

▲이경섭 목사. ⓒ크투 DB

◈하나님의 진노가 풀어졌음을 말하기 때문

2천 년 전, 유대 들판의 양치기 목자들에게 천사가 나타나 전한 ‘기쁨의 좋은 소식(복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이었다.

“오늘날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 홀연히 허다한 천군이 그 천사와 함께 있어 하나님을 찬송하여 가로되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하니라(누가복음 2:11-14).”

그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말하면서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라고 한 것은, 단지 아기 예수가 탄생하신 날 밤의 목가적(牧歌的)이고 고요한 풍경을 전한 것이 아니었다.

죄로 하나님의 진노 아래 있었던 인간 세상에 예수 그리스도가 ‘화목제물(a propitiation)’로 오심으로, 그들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가 풀어지게 됐다는 뜻이다. ‘화목제물’이라는 단어는 ‘원수 된 두 관계를 풀어주기 위한 희생 제물’이라는 뜻이다.

기독교의 핵심 개념인 ‘구원’도 사실은 ‘화목’의 확장 개념이다. 곧 ‘예수 그리스도가 택자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를 풀어드림으로, 그가 하나님의 심판에서 벗어났다’는 뜻이다. 실제로 성경은 ‘의’, ‘화목’, ‘구원’을 같은 연장선상에 두거나 혹은 동일시한다.

“그러면 이제 우리가 그 피를 인하여 ‘의롭다 하심’을 얻었은즉 더욱 그로 말미암아 진노하심에서 구원을 얻을 것이니 곧 우리가 원수 되었을 때에 그 아들의 죽으심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으로 더불어 ‘화목’되었은즉 화목된 자로서는 더욱 그의 살으심을 인하여 ‘구원’을 얻을 것이니라(로마서 5:9-10).”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운명하시면서 “다 이루었다(요한복음 19:30)”고 하신 선언 역시 자신의 죽음으로 택자 대신 율법의 요구(죄삯 사망, 로마서 6:23)를 대신 이뤄 그들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를 풀어드렸다’는 ‘복음 완성의 선포’였다.

그 결과 그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죄와 사망’에서 해방됐다.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로마서 8:1-2).”

◈사망이 폐해졌음을 말하기 때문

아담이 에덴에서 범죄 한 후, 그와 인류 후손은 죽음의 지배 아래 있었다. 실제로 아담 이래로 사망을 이긴 이가 없었으며, 인류에게 그것은 숙명이 됐다.

“그러나 아담으로부터 모세까지 아담의 범죄와 같은 죄를 짓지 아니한 자들 위에도 사망이 왕 노릇하였나니 아담은 오실 자의 표상이라(로마서 5:14).”

그런데 그런 인류를 위해 죽음을 없이해 줄 이가 오셨다.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그가 ‘죄의 구속’을 통해 우리를 죄와 사망에서 해방시켰다. 이제껏 듣도 보도 못했던 ‘사망의 폐지’가 그를 통해 실현됐고, 또한 믿는 자에게 그것이 전가됐다.

“내 말을 듣고 또 나 보내신 이를 믿는 자는 영생을 얻었고 심판에 이르지 아니하나니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겼느니라(요한복음 5:24)”,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롬 8:2)”.

이 ‘사망을 폐함’이 ‘복음’이다. 죽음이 숙명이었던 인류에게 이 보다 더 기쁜 소식이 없기 때문이다. 성경 역시 ‘사망의 폐지’를 즐겨 ‘복음’으로 명명했다.

“이제는 우리 구주 그리스도 예수의 나타나심으로 말미암아 나타났으니 저는 사망을 폐하시고 복음으로써 생명과 썩지 아니할 것을 드러내신지(디모데후서 1:10)”.

그러나 이 ‘죽음의 폐지’는 죄의 결과(result of sin)로서의 ‘육체의 죽음’이 아닌 죄의 심판(judgment of sin)인 ‘둘째 사망(히브리서 9:27, 요한계시록 20:14)’이다(전자의 폐지는 그리스도 재림시까지 일정 기간 유보 된다).

그리고 ‘육체의 죽음’은 오히려 그 때까지 그리스도인에겐 영생, 천국에로 이끄는 진입로 역할을 한다(불신자에겐 지옥에로의 첩경이다). 성경이 그리스도인의 죽음을 복되다(계 14:13)고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육체의 죽음’이 갖다 주는 음영(陰影)으로 인해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에겐 사망이 폐해졌다’는 ‘복음 선포의 일’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피조물이 됐음을 말하기 때문

진화론적 역사관을 가진 사람들은 ‘인간’과 ‘역사’의 점진적 개량(improvement)만을 믿으며 ‘급진적인 상승과 하강(radical ascending and descending)’을 부정한다. 이에 반해 기독교는 그것을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무(無)에서 유(有)를 이끌어낸 ‘창조(창세기 1:1)’, 죽은 자가 살아나는 ‘부활(데살로니가전서 4:16)’, 급박하게 도래할 ‘종말 심판(데살로니가전서 5:3)’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피조물로의 변환(고린도후서 5:17)’인 ‘중생(regeneration, 요한복음 3:5)’역시 같은 범주에 속한다.

가나 혼인잔치에서 예수님이 ‘물’로 즉각 ‘포도주’로 만든 것(요 2:7-10)은 ‘중생’을 예표한다. 이런 이유로 ‘중생’을 ‘재창조(regeneration)’라고 한다. 진화론자들이 기독교와 대척점에 서게 된 것도 ‘창조’와 ‘중생’교리 때문이다.

‘극적인 변화’ 같은 것은 꿈도 못 꾸며 ‘점진적인 미미한 변화’만을 기대하는 세상에서, 기독교의 ‘중생’ 교리는 그야말로 파격이다. 그리고 동시에 죄인들에겐 ‘위로의 복음’이다.

이는 그것이 사람에게 ‘자아’의 ‘급진적인 변환 가능성’을 인식시켜, 그로 하여금 새 출발을 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도덕적인 파탄으로 죄책감과 절망감에 빠진 사람이 자신은 ‘이신칭의’로 말미암은 ‘새로운 피조물’이다는 자각을 통해 다시 일어설 용기를 갖는다.

야만적인 유럽의 게르만족(Germanic peoples), 앵글로색슨족(Anglo-Saxon)을 세계 일등 신사로 만든 것은 일정 부분 그들이 신앙한 기독교의 ‘칭의’와 ‘중생’교리 덕분이다.

피폐하고 열악한 삶에 주저앉혀져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던 그들에게 ‘중생의 경험’이 ‘변화’에의 욕구를 불러일으켜, 그들로 하여금 새 출발을 할 수 있게 했다.

봉건 시대 자신의 신분과 처지를 숙명으로 여겼던 ‘노예나 기층민들’ 역시 ‘중생’으로 말미암는 ‘영적인 신분 변환’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운명이 바꿔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어 현실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새로운 피조물로의 변환’인 ‘중생’은 죄인들에게 있어 복음 중 복음이다.

“너희가 ‘거듭난 것’이 썩어질 씨로 된 것이 아니요 썩지 아니할 씨로 된 것이니 하나님의 살아 있고 항상 있는 말씀으로 되었느니라… 너희에게 전한 ‘복음’이 곧 이 말씀이니라(베드로전서 1:23, 25)”.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개혁신학포럼 대표,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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