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이 던진 질문… 잘못된 종말론의 해악과 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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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북뉴스 서평] 혼돈의 시대에 다시 읽는 종말론

하나님 나라
조엘 B. 그린 | 정은찬 역 | 터치북스 | 128쪽 | 10,000원

수년 전 어느 시골 교회에 방문해 예배에 참석했다. 작은 시골 마을에 낯선 사람이 와서 그런지, 설교하시는 목사님은 흥분과 긴장이 표정에 역력히 드러났다. 본문이 무엇인지 어떤 내용으로 설교했는지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어떤 예화를 들고 교인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우리가 왜 착한 일을 해야 합니까?”

교인들은 작지만 분명하게 ‘천국 가려구요’라고 답했다. 순간 나는 온몸이 얼어붙고 말았다. 그 목사님은 ‘그렇죠’ 하면서 우리는 천국에 가야 합니다. 그래서 열심히 착한 일을 많이 해야 한다는 설명을 좀 더 이어갔다.

그 후 내용은 아무런 기억이 없다. 다만 이 땅에서 착하게 살면 천국 간다는 시골 목사님의 설교만이 쟁쟁하게 귀에서 맴돌았다.

저 분이 제대로 신학을 한 것이 맞나 싶지만, 잘 알려진 큰 교단에서 신학을 하신 분이다. 연배도 필자보다 몇 살 많았을 뿐이다. 기막힌 설교는 거의 십 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다.

선행에 대한 착각은 작고 미묘한 곳에서 시작된다. 구원과 선행이라는 난해한 주제로 연구하지 않아도 그리스도인들은 구원과 소망, 그리고 선행(사명의 차원에서)이 갖는 미묘한 관점의 차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

간명하게 말하면 그리스도인들의 소명은 이미 구원을 받았기 때문에, 성령의 통치를 받아 이 땅에서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즉 선행은 구원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구원 이후 그리스도인들의 소명의 차원에서 행해지는 것이다. 작지만 명징하고 단단한 하나님 나라에 대한 조엘 그린의 설득력 있는 주장은 이러한 오해를 불식(拂拭) 시키기에 충분하다.

현재 미국 풀러신학교 신약 해석학 교수인 저자는 하나님 나라가 무엇인지, 언제 어떻게 임하는지에 대해 소명의 관점에서 간략하게 정리했다.

중간에 후천년주의 대한 이야기에 대한 오해를 풀어낸다. 하나님 나라는 언제 우리에게 임하며, 어떻게 임할 것인가를 포괄적으로 소개한다.

현재 우리나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은 <오징어 게임>을 이어 전 세계 넷플릭스에서 개봉 하루 만에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통했다. <지옥>에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개인의 종말을 알리는 계시가 임하고, 죽음의 사자들이 그를 죽이러 내려온다.

혼란한 틈을 타 새 진리회라는 사이비 종교가 일어나 사람들을 두려움과 공포로 몰아간다. 그들은 사람들의 두려움을 통해 자신들의 세를 확장하고 추종하도록 만든다. 잘못된 종말론은 90년대 다미 선교회를 비롯하여 수많은 이단과 사이비들을 출현시켰다.

▲도무지 헤아릴 수 없는 신의 뜻을 집행하는 흉물스러운 지옥행 형벌의 집행자들.

▲도무지 헤아릴 수 없는 신의 뜻을 집행하는 흉물스러운 지옥행 형벌의 집행자들.

그들의 일관된 특징은 현실을 부정하고 다가올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라는 것이다. 반대로 사람들에게 일상을 버리라고 한다면 그들은 반드시 이단 사이비다. 성경적 하나님 나라는 일상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거룩한 일상을 살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초대교회 성도들의 삶을 성령 안에서 사는 삶으로 규정하고 ‘하나님 나라를 그들의 일상에 가까이 가져가는 것과 같다(32쪽)’고 말한다. 그러니까 종말에 대한 가르침은 미래의 어떤 사건이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모든 것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는 렌즈(33쪽)’인 셈이다.

또 조지 비슬리-머리의 주장을 요약하여 하나님 나라의 특징을 세 가지로 요약한다. 첫 번째는 우주적 하나님의 통치이고, 두 번째는 하나님의 의와 정의가 전 세계에서 드러날 것이다. 세 번째, 하나님의 나라의 특징을 ‘샬롬(40쪽)’으로 소개한다.

3장에서 하나님의 나라의 현재성과 미래성을 묵시 사상가들을 통해 설명한 부분은 백미(白眉)였다.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서 임했다는 이중적 특징을 부정할 수 없다.

예수의 재림은 현재 세대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확정적 선언인 동시에, 악한 자와 의로운 자들을 구분함으로 그리스도인들은 종말론적 삶을 살아가야 함을 강조한다. 역시 대가다운 통찰이 아닐 수 없다.

빠르게 읽으면 한 시간 안에도 읽을 수 있는 짧은 내용인데, 한 학기 동안 종말론을 공부한 듯한 뿌듯함을 안겨준다.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코로나 세대들에게 명징한 가이드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여기에서 거룩한 하나님 나라를 살아가려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정현욱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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