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신앙을 버리거나 냉담해진 기독교인들의 수가 매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리서치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 전 개신교를 믿고 있었던 사람 중 12%는 현재는 믿는 종교가 없다고, 1%는 다른 종교로 전향했다고 답했다. 기독교인들의 수가 1천만이라고 했을 때, 무려 120만 명 이상이 신앙을 버렸다는 충격적 결과다.
이 ‘[종교지표-2021년] 종교인구 현황과 종교활동’ 설문조사는 11월 26일부터 29일까지 응답자 1,000명(개신교인 20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단, 종교인구 비율조사는 1월부터 11월까지 23회 걸쳐 진행됐다. 한국리서치는 매년 종교 현황을 조사해 발표해 오고 있다.
이 조사에서 대체로 모든 종교들이 이전에 비해 위축된 모습을 보였으나, 개신교의 경우 그 정도가 유독 두드러졌다. “종교활동이 내 삶에서 중요하다”는 답변은 54%로,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2%p 증가했다. 하지만 개신교의 경우 ‘중요하다’는 답변이 39%에서 36%로 하락했다. 반면 천주교와 불교는 소폭 증가했다.
개신교 신자 중 51%는 종교활동에 매주 참여한다고 답했다. 이 역시 작년 대비 6%p 감소한 결과다. 반면 한 달에 2~3번 참여한다는 응답은 17%로 작년 대비 7%p 높아졌다. 종교활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4%로 작년 대비 2%p 하락했다.
이 같은 현상에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없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때문에 예배를 드리지 않게 된 교회들의 수도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주일인 10월 3일 교회의 예배 실태에 대해 현장조사(공무원 7,411명으로 16,403개 종교시설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온라인 예배조차 미실시한 교회가 무려 16%인 2,693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수의 인원이라도 예배를 드린 교회는 82%인 13,355개, 온라인 예배만 드린 교회는 2%인 351개였다. 한국교회 전체의 수를 6만 5천 개라 한다면 무려 1만여 교회가 예배를 드리지 않았다는 것으로 환산된다.
더욱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기독교의 대사회적 이미지도 바닥을 쳤다. 몇몇 교회와 단체들의 실수나 잘못, 혹은 방역 당국과 언론들의 악의적 왜곡이나 비방 등으로 인해 마치 교회가 감염의 온상인 것처럼 과도한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허나 사실 기독교계의 성장 정체, 그리고 더 나아가 퇴보는 이미 십수 년 혹은 그 이상 전부터 조금씩 나타나고 있던 터였다. 코로나19는 그것을 급격히 가속화하는 한 계기였을 뿐이다. 그 말은 코로나19가 종식 혹은 약화된다고 해서 교세가 극적인 대반전을 보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결국 기독교계는 근본적으로 실력을 기르고 문제점들을 고쳐서 작금의 위기를 타개하고자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신앙의 순수성과 열정을 회복해야 한다. 이번 조사 결과만 봐도 기독교인들 중 종교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은 36%, 종교활동에 매주 참여하는 이들은 51% 정도에 불과했다. 기독교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참 제자로 길러내지 못해 나타난 참담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전도의 열심도 회복해야 한다. 시대가 변하고 그 시대에 맞는 전도의 방법이 변한 것도 사실이지만, 기독교계의 전도 열정이 예전만 못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 시점을 기준으로 봐도, 목숨을 걸고 이웃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전도자들도, 대규모 전도집회들도, 과거 한국교회 부흥기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기독교계의 자정 노력도 절실하다. 일부라고는 하나 몇몇 지도자들의 도덕적 문제 때문에 기독교 전체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기독교인들까지 실족하게 하는 일들이 발생해선 안 된다. 지도자들부터 솔선수범하며 엄중히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