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앞두고 기억해야 할 ‘진정성’의 3가지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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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상 칼럼] 오늘도 진정성에 목마르다

▲(왼쪽부터) 2일 윤석열 후보가 명성교회에서 기도하는 모습, 이재명 후보가 새에덴교회에서 박수 치는 모습. ⓒ선대위

▲(왼쪽부터) 2일 윤석열 후보가 명성교회에서 기도하는 모습, 이재명 후보가 새에덴교회에서 박수 치는 모습. ⓒ선대위

현란하다. 선거철이 되면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온갖 이벤트(event)가 펼쳐진다. ‘공약’만 그런 것이 아니다. 언론에 비춰지는 홍보를 위해 ‘무대’부터 의상, 헤어스타일, 안경 등 소품에 이르기까지 연기자를 능가할 정도다.

지역이나 정치권을 떠나, 이젠 사회 전체가 무대다. 한국 정치에서도 ‘진정성’이라는 단어가 위선과 기만의 도구로 전락했다. 현대 사회는 일시적 퍼포먼스(performance)에 주력한다.

이로 인해 오랜 시간이 걸려야 드러나는 진국 같은 캐릭터(character)보다는, 짧은 시간에 강력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이벤트 수행능력이 높이 평가받는다. 어느 당 후보는 이미지 메이킹(image making)에 성공했다고 흥분해 한다. 그런가 하면 자기들만의 독안에 갇혀 민심과는 다른데도 자해하며 왜 자기의 선의와 진심을 몰라주느냐고 방송에 대고 떠드는 정치인도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소통의 문은 닫아놓은 채 관중들의 환호에 맛을 들이기 시작하면, 자아를 상실하기 십상이다. 출세를 위해서라면 부모, 형제, 자녀와 아들, 마누라도 다 버릴 자세다. 정말 나라 걱정, 국민걱정 때문일까.

그렇다고 모든 기관이나 단체나 정당이 이벤트 대행업체처럼 처신하면 곤란하다. 모든 게 그런 것만은 아니다.

어느 날 한 점을 찍고 그 다음에 또 한 점을 찍고 그렇게 모이다 보면 선이 되고, 선이 모여 원과 면이 되고 역사의 한 장이 되곤 한다. 그래서 한 순간 매 순간이 중요하다. 이것이 역사와 시대를 읽는 안목이다.

연예인이나 정치인, 종교인 성직자도 마찬가지다. 덮지 말고 포장하지 말아야 한다. 이들에게 진정성을 논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기인가. 타락의 길로 빠지지 않도록 그때부터 정신을 붙잡는 게임이 시작된다. 솔직히 인정하는 것만큼 용기 있는 것은 없다.

여기에 온라인 세계야말로 현란한 퍼포먼스(performance)나 현혹적 이미지 메이킹(image making)의 공간으로 가능하리라는 예측이 설득력 있게 제시된다. 그래서 페북(Facebook)과 인스타그램(Instagram)이 선거의 주효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슈(Issue)에 대한 찬반의 반응도 즉각적이다. 원래 정치만 그런가. 무슨 이벤트(event) 대행업들도 아닌데. 민생경제나 코로나 해법도 그렇다.

콘텐츠에 담긴 진정성은 상대에게 어떤 형태로든 전달되지만, 가상세계를 벗어나 현실에서 모처럼 만났는데 “잘 지내냐, 다음에 보자”라는 립서비스(lip service) 수준의 인사는 대개 그 진의를 의심받게 된다.

흔히들 바쁘단 핑계로 사람의 진면목을 서로 놓치고 산다. 자신의 유 불리를 따지다 소중한 것들을 많이 잃으면 산다. 그렇게 사는 것이 마치 당연하기라도 것처럼.

사람들은 ‘관계’를 중요시한다. 사실 저마다 소통을 이야기할 때면, 대부분은 ‘어떻게’에 주목한다.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상대방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면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소소한 방법을 고민한다.

하지만 소통을 ‘어떻게’ 할 것인가 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소통할 것인지임을 기억할 일이다.

사람들은 잃어버린 자신의 정체성과 의미를 찾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간혹 전화해서 자신의 필요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사람은 자신이 필요할 때만 전화를 한 것이다.

비대면 시대에도 관계나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지니스(business)적 이벤트가 아니라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여전히 ‘진정성’이다.

연합도 마찬가지다. ‘연합’과 ‘공동체’를 이룸에 있어 자기 희생도 없이 스스로 진정성이 있노라고, 바리새인과 서기관처럼 아무리 외친들 상대방이 인정해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힘이나 숫자의 결합이 아닌 다른 사람의 진정성을 알아주고, 나의 진정성을 왜곡 없이 전달할 때 원활한 소통은 자연히 시작된다. 이를 위해 먼저 겸손히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세를 고쳐 나가야 한다.

진정성은 마음의 문을 열고 소통하게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가진 비밀스럽고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가슴에 깊이 묻어두고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산다면, 공동체가 건강하게 미래로 나갈 수 없다. 남북의 문제도 그러할 것 같다.

누군가 먼저 상대를 배려하며, 비즈니스(business)가 아닌 진정성을 가지고 다가가야 한다. 솔직한 말과 글은 마음의 문을 열게 하고, 진정성을 가지고 하는 말과 살아있는 글을 대하면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이 열린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관계에서 소통하고 마음의 응어리가 풀려야 한다. 말을 하다, 글을 읽다, 강연을 듣다 치유와 회복이 일어나기도 한다.

매주 칼럼을 읽는 이들을 추산하면 이메일(Email)을 받는 이들이 5천여명에 이르고, 문자로 받는 이들이 최소 1만명에 이르게 된다. 신문, 방송에 보도를 통해 많은 때면 20여만 명에까지 전해진다. 인터넷 카페(cafe)나 블로그(blog) 페북(face book)까지 온라인(on-line)과 오프라인(off-line) 신문 등 포함하면 전국적으로 20-30여 매체에 소개된다.

20년 동안 집필한 책이 15권에 이르다보니 어느 정도 인지도는 있어 보인다. 시간이 갈수록 오래 함께 해온 애독자나 고정 독자들은 어느 정도 글을 즐길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

왜냐하면 오랜 시간 시사 세상만사(世上萬事) 풍향계(風向計) 같은 글을 써 온 진정성을 알기 때문이다. 어느 특정인 누구를 비판한 적 없고, 어느 한쪽을 편들어 글을 쓴 적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꾸준하다 보니, 어느새 진정성이 전달되고 있는 느낌이다.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기쁜 일, 슬픈 일, 억울한 일, 답답한 일, 따져 볼 일, 외로움, 놀라움, 신비로움 등 수도 없이 많다. 신앙이나 인생도 매일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하나의 과정 같다. 그래서 끝까지 가본 사람만이 시작을 알 수 있다.

듣는 이들이나 글을 읽는 사람 중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은 큰 위로가 되고, 그와 같은 처지에 있지 않더라도 그 사람의 처지를 잘 이해하게 되어, 결국 모두 한마음, 한 뜻, 한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

많은 분들이 다양하게 여러 방면에서 추천하고 공유하고 도와주고 관심과 격려로 힘이 되어주어 늘 고맙다. 애독자가 보내준 고구마와 옥수수, 도서 구입, 후원은 한 마디로 ‘사랑’이다.

그래서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대한민국의 방향성과 미래,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진정성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겉치레의 시대는 가고 진정성의 시대가 왔다. 거짓과 과장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국민들은 진실과 공정한 것에 주목하며, 진정성에 목말라한다.

이번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도 진정성은 리더십의 필수 덕목이 되고, 그것이 늘 다른 사람들에 의해 평가될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건 말이 아니라 태도나 행동이다.

『진정성(Authenticity)』이라는 책의 저자인 조지프 파인(Joseph Pine)은 ‘진정성을 위한 3가지 원칙’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첫째, 진짜 진정하지 않다면 당신이 진정성 있다고 말하지 마라. 둘째, 당신이 진정하다고 말하지 않는다면, 진정하게 되는 것은 쉽다. 셋째, 당신이 진정하다고 말했다면, 당신은 정말로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지난 연말 문화체육관광부가 개신교 천주교와 함께 ‘캐럴 활성화 캠페인’을 전개하자 불교계가 중단을 요구하며 가처분 신청을 하였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매년 사월 초파일 전 우리나라 지역를 뒤덮은 연등 행사를 하며 정부와 각 지자체로부터 지원받는 일들이 허다한 불교계가, 혹 타종교의 고유문화를 대상으로 ‘종교편향’ 시비를 걸며 사회적 갈등을 유발한 것은 평소 ‘종교적 화합’을 주창하던 그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국민 혈세로 가장 많은 지원을 받는 불교계가 할 말은 아닌듯 싶고, 정부의 종교지원 예산은 타당한가 의문이다.

이렇듯 ‘진정성’은 단회적 이벤트가 아니다. 건강한 사회의 핵심은 바로 ‘진정성’에 있다. 일회성 이벤트는 순간적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겠으나 진정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화려한 이미지 메이킹 또한 순식간에 인기로 연결될 수는 있겠으나 이 또한 사상누각(沙上樓閣)일 가능성이 높다. 진정성은 상대방이 인정해줄 때 존재한다.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릴 수 있을까요?” 하고 물었다. “깨뜨릴 수 있다”고 청중들이 답했는데, “그럼 어떻게 깨뜨릴 수 있을까요?”라는 연이은 질문에, 정답은 “깨질 때까지 던지면!”이라고 했다.

이 ‘깨질 때까지 던지면’이 바로 ‘진정성’의 실체다. 진정성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껍데기는 가고 진짜만이 살아남는다.

상상력과 진정성과 깊이가 부족한 이벤트들이 오히려 사람들을 무감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진정성이 전달되기까지 직진한다는 것은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꾀나 요령으로 적당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바보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솔직히 땀 흘리며 일 할 줄 알고, 어려움을 이겨낼 줄 알며, 옳지 못한 일에 강하게 대항할 줄 알고, 그릇된 일은 비판하여 올바른 길을 찾을 줄도 알게 된다.

시간이 흘러도 유지되는 ‘한결같음’이야말로 진정성의 토대이자 신뢰의 바탕이 된다.

2022년 새해에는 진정성의 가치가 힘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하기에, 나는 오늘도 진정성에 목마르다.

▲이효상 목사.

▲이효상 목사.

이효상 원장
시인, 칼럼니스트
다산문화예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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