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칼럼] 삼위일체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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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목사. ⓒ크투 DB

▲이경섭 목사. ⓒ크투 DB

‘하나님’을 ‘예수 그리스도’와 연결 지어 말하는 것은 사도들의 평소 어법이다. 그들이 하나님과 그의 하시는 일을 말할 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언급 없이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신약에 ‘하나님’이라는 말씀이 1,189희 나오는데, 다 그리스도 예수와 직간접적으로 연관 지어 언급했다.

반면 유대인들은 오직 하나님만을 말한다. 그들은 ‘한 분 하나님’만을 고집하는 ‘유일신 신앙(monotheism, 唯一神論)’을 표방하지만(신 6:4), 삼위일체를 부정하기에 사실상 그들의 신앙은 ‘단일신론(monarchianism, 單一神論)’이다.

그들은 ‘천지창조’를 말할 때도 그냥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했다’고만 한다. ‘하나님의 사랑’을 말할 때도 그냥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한다’ 하고, ‘구원’을 말할 때도 그냥 ‘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하셨다’고만 한다.

그러나 ‘삼위일체 하나님 신앙’은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천지만물을 창조하셨다(요 1:3, 골 1:16)’고 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들을 사랑한다(롬 8:39)’고 말하고, ‘그리스도 로 말미암아 자신들을 구원했다(살전 5:9, 딤후 2:10; 3:15)’고 말한다.

그런데 그리스도인들인들 중에서도 유대인들처럼 ‘단일신적(單一神的) 어법’을 구사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기독교 언어’는 ‘하나님’ 일색이고, ‘그리스도’, ‘성령’은 발견되지 않는다. 그들의 ‘기독교’를 듣고 있을라 치면, ‘유대교’가 연상된다.

이런 비판에 대해 혹자는 ‘용어 구사 하나하나에 뭘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느냐’고 말할지 모르나, 그것은 단지 ‘용어 구사’의 차원을 뛰어 넘는다. 이는 그가 사용하는 신앙언어가 그의 ‘신앙 정체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예수님도 사람은 “마음에 가득한 것을 입으로 말하고(마 12:34)”, “네 말로 의롭다 함을 받고 네 말로 정죄함을 받으리라(마 12:37)”고 하셨기 때문이다. 그가 토해놓은 ‘신앙 언어’가 그에게 ‘삼위일체가 계시고 안 계시고’를 드러내고 ‘자신의 구원 여부’를 드러낸다.

기독교는 모든 것이 말씀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말씀의 신앙’이다. 하나님은 ‘말씀 한 마디’로 천지를 창조했고, ‘말씀 한 마디’로 인간의 생사여탈을 결정하셨다. 무엇보다 2위(二位)이신 성자 그리스도가 ‘말씀’으로 통칭됐다(요 1:1)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 사람의 ‘삼위일체 인식’여하에 따라 성경에 대한 이해가 달라진다.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는 제3계명 인식 같은 것도 그 중 하나이다. 단일신적(單一神的)인 유대교 신앙인에게는, 그것이 단지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뜻일 뿐이다.

그리고 그 말씀에 대한 그들의 반응 역시 “서기관들이 성경을 필사하다가 ‘야훼’라는 이름이 나오면 곧장 다른 붓으로 바꿔 사용하는 식”의 ‘율법주의적인 태도’를 야기할 뿐이다.

그러나 삼위일체 신앙인에게는, 그 해석이 180도로 달라진다. 그들에게 그것은 ‘예수의 피 뿌림 없인 죄인의 부정한 입에 하나님의 이름을 올리지 말라’는 뜻이 된다. 그리고 그들은 그 말씀을 하나님이 이사야 선지자에게 ‘대언자’의 사명을 맡기시기 전, 천사로 하여금 제단 숯불로 그의 입을 정결케 한 것(사 6:6-8)과 유사한 의미로 수납한다.

뿐만 아니다. 성경엔 삼위일체적인 안목 없인 곡해할 만한 내용들이 부지기수이다. 유대교도들이 성경을 풀 때, 율법주의 신앙태도를 견지한 것은 그들의 단일신론(monarchianism, 單一神論)과 무관치 않다(요 5:39-40).

오늘날 율법주의 신앙인들이 ‘십계명’을 단지 율법적인 행위 계명으로만 받고, ‘톨스토이’와 ‘간디’ 같은 이들이 ‘산상수훈’을 ‘유가(儒家)의 자연무위 사상(無爲自然 思想)’과 ‘무저항 비폭력주의’로 푼 것도 삼위일체 신관(神觀)의 부재 때문이다. 이처럼 ‘삼위일체 인식’을 가졌느냐의 여부에 따라 성경 해석이 180도 달라진다.

◈삼위일체 예수

삼위일체 신앙을 견지한다는 것은 하나님 용어를 구사할 때마다 반드시 ‘성부·성자·성령을 첨가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로마 가톨릭, 동방 정교회, 성공회, 루터교 등은 기도할 때나 일의 시종(始終) 때 십자 성호(聖號)를 동반하여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이라고 외우는 성호경(聖號經)을 시행한다).

단지 ‘예수 그리스도’를 앞세우는 것만으로도 삼위일체적이 될 수 있다. 이는 삼위일체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신앙을 통해 현현하시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의 아들’로 시인할 때 그와 일체 되신 ‘성부’를 시인하게 되고(요일 2:23; 4:15) 아들과 아버지를 시인하니 두 위(位)로부터 나오시는 ‘성령(요 15:26)’이 현현하신다.

물론 그렇다고 이것이 삼위일체 하나님의 역사(役事)를 명시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롬 8:39)”,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를 구원하신다(살전 5:9)”는 등의 표현을 위시해, 하나님에 대한 ‘송영’과 ‘감사’를 삼위일체적인 방식으로 표현함으로서 하나님의 충만하심을 경험케 하셨다.

“예수로 말미암아 항상 찬미의 제사를 하나님께 드리자(히 13:15)”, “지혜로우신 하나님께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영광이 세세무궁토록 있을찌어다 아멘(롬 16:27)”,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롬 7:25).”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삼위일체적 어법’에 주목하는 이유는 다만 신학적인 관심사에서만은 아니다. 그것이 정상적인 ‘하나님의 임재(소위 성령 체험)’을 경험시키기 때문이다.

종교다원주의자들이나 기독교 신비주의자들은 ‘성령 체험’을 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때론 이방종교에서 하는 유사(類似) ‘강신술(spiritualism, 降神術)’까지 동원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성령의 발출원(the origin of procession of the Holy Spirit)인 성자와 성부에 대해선 별로 관심이 없다.

삼위(三位)로 말미암지 않은 그들의 ‘성령 체험’은 당연히 ‘다른 영의 체험’일 뿐이다. ‘성령’은 한 위(位)만을 뚝 떼내 모실 수 없기 때문이다. ‘성자’를 모심으로 ‘성부’를 모시게 되고, 성자와 성부를 모시면 두 위로부터 나오시는 ‘성령’을 모시게 된다.

성령 체험을 원하시는가? ‘우리 죄를 위해 죽으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 몰두하라. 삼위일체 예수, 그 복되신 이름이여, 할렐루야!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개혁신학포럼 대표,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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