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 이후 돌레마이(아코)의 파란만장한 2천 년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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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22] 바울과 돌레마이(2)

1187년 살라딘 점령했으나, 1191년 십자군 재탈환
100년 후 내부 다툼, 이집트 맘루크 왕조가 빼앗아
1517년 오스만 셀림 술탄 점령, 4백 년간 다스리다
1917년 영국군이 오스만 제국군 격파하고 차지해

▲아코 항구에 남아있는 십자군 시대의 해안 성벽 일부.

▲아코 항구에 남아있는 십자군 시대의 해안 성벽 일부.

수백 년 동안 아코(돌레마이)를 통치하던 로마 제국은 서기 636년에 아랍인들에게 이곳을 빼앗겼다.

아랍인은 예루살렘도 점령하였으므로, 성지를 아랍인들로부터 탈환하기 위해 1096년에 시작한 제1차 원정 십자군이 1099년에 예루살렘을 탈환하고, 이어서 1104년에는 아코를 점령하였다.

이때부터 십자군은 아코의 전략적 중요성을 파악하고, 아코를 보급기지로 만들기 위해 성채를 건설하였다. 그러므로 짧은 기간 안에 아코는 지중해의 중요한 무역도시의 하나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1187년에 이슬람 장군인 살라딘(쿠르드족 출신의 술탄)의 공격으로 예루살렘과 아코는 다시 이슬람군에게 빼앗겼다.

▲오늘날의 아코 항구. 사진 왼쪽에는 알 자잘 모스크(녹색 지붕).

▲오늘날의 아코 항구. 사진 왼쪽에는 알 자잘 모스크(녹색 지붕).

이에 영국의 사자심왕(獅子心王) 리처드를 포함한 서유럽 군주들의 도움으로 십자군은 살라딘으로부터 예루살렘을 재탈환하는 것은 실패하였으나, 아코를 1191년에 다시 탈환하였다.

그러므로 아코는 1191년부터 1291년까지 제2차 십자군 왕국의 수도가 되어, 도시에는 ‘아크레(아코)의 성 세례요한(St. John of Acre)’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때 십자군은 성채 지하에 대규모 요새 도시를 만들었다. 이 도시를 ‘지하 십자군 도시’라고 부른다.

교역으로 도시가 발전하자 해양도시 국가인 제노바 등 지중해 연안의 많은 곳에서 상인들이 이곳을 방문하였으므로, 성전 기사단(Knights Templars)과 구호 기사단(Knights Hospitallers) 사이에 지중해 무역 주도권 문제로 싸움이 일어났다.

이러한 기회를 이용하여 1291년 5월에 이집트의 맘루크 왕조의 군대는 아코 항구를 포위하고 곧 아코를 점령하였다. 이 때 십자군이 만든 성채의 많은 부분이 파괴되었다.

이어서 15세기에 강대국으로 등장한 오스만 제국의 술탄 셀림이 1517년에 아코를 점령하였다. 그후 오스만 제국은 4세기에 걸쳐서 아코를 포함한 (넓은 의미의) 팔레스타인(오늘날 이스라엘,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아라비아 반도 일부 등)을 통치하였다.

▲아코 시내. 오스만 제국 통치 시대를 말해주는 중세의 대포.

▲아코 시내. 오스만 제국 통치 시대를 말해주는 중세의 대포.

한때 항구는 활력을 잃었으나 18세기 중반에 유목민인 베두인들이 이곳을 부흥시켰고, 이어서 오스만 제국의 총독 아마드(Ahmad)가 도시를 중흥시켰다.

한동안 프랑스의 나폴레옹도 아코를 발판으로 삼아 중동 지역을 점령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나, 아마드는 영국과 협력하여 1799년에 나폴레옹의 꿈을 무산시켰다.

아마드는 철권(鐵拳)을 휘두르며 잔인하게 통치를 하였으므로, 사람들은 그에게 ‘알 자잘(Al Jazzar)’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이는 ‘도살자, 백정’이라는 의미이다.

그는 십자군이 이미 만들어 놓은 성채를 1799년에 크게 보강하였다. 십자군이 만든 성채와 알 자잘이 만든 성채는 오늘날도 많은 부분이 잘 보전되어 있다.

알자잘은 1781년과 1782년에 걸쳐서 옛 십자군 성채 자리에 자기 이름을 붙인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만들었는데, 이 모스크는 오늘날 이스라엘에 있는 모스크 가운데 세 번째로 큰 규모이자 가장 섬세하게 만든 모스크라고 알려져 있다.

▲아코 시내 중심가. 야자수 가로수가 더운 곳임을 알려주고 있다.

▲아코 시내 중심가. 야자수 가로수가 더운 곳임을 알려주고 있다.

십자군이 세운 성채가 있는 곳을 ‘구(舊) 아코’라고 하는데, 앞서 이야기한 알 자잘 모스크도 이곳에 있고, 지중해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모스크 바로 왼편에는 ‘지하 십자군 요새 도시’가 있다.

이 지하 도시 안에는 많은 구획과 방이 있는데, 여러 방의 천정 높이가 10m나 된다. 그러나 오래 되어 붕괴의 위험이 있으므로 오늘날은 구호 기사단이 사용하였던 공간만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있다.

아코는 제1차 세계대전 중인 1917년에 영국군이 오스만 제국군을 격파하고 점령한 이후 영국의 수중에 있었다. 그후 이스라엘이 1948년 5월에 독립하기 바로 전에 이스라엘 민병대(독립을 위한 무장 조직)가 아랍인 민병대와 싸워서 이김으로써, 현대 이스라엘의 영토가 되었다.

▲권주혁 박사.

▲권주혁 박사.

권주혁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저서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천사같이 말 못하고 바울같지 못하나>, <메마른 땅을 종일 걸어가도> 등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세계 136개국 방문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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