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 돌레마이에서 하룻밤 머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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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23] 바울과 돌레마이(3)

20세기 팔레스타인에서 독립운동 유대인들,
영국군 붙잡혀 지하 감옥 갇혀 있다 구출돼
아코에 있던 옛 십자군 성채가 바로 그 감옥
성채,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등재

▲아코 시내의 카라반사라이와 시계탑.

▲아코 시내의 카라반사라이와 시계탑.

아코(돌레마이) 항구의 부두가 면한 곳에는 오스만 제국(터키) 통치시대인 1784년에 만든 카라반사라이(Caravansarai), 칸엘움단(Khan El Umdan)이 있다.

칸엘움단은 ‘기둥들의 여인숙’이라는 뜻으로서, 이름이 말하는 것처럼 건물에는 수십 개의 기둥이 있다. 당시 아코에는 4개의 카라반사라이가 있었는데, 칸엘움단이 가장 큰 규모로 오늘날에도 옛 모습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카라반사라이는 원래 중앙아시아를 가로지르는 실크로드에 있는 대상(隊商)의 숙소로서, 이곳에서는 낙타에 교역물을 싣고 사막을 지나 온 상인들이 숙식을 하고 동물에게도 먹이를 공급하며 잠시 쉬고 가던 곳이다.

▲십자군이 만든 성채 위에 세워진 성 세례요한 교회.

▲십자군이 만든 성채 위에 세워진 성 세례요한 교회.

그러나 아코의 카라반사라이는 갈릴리 호수 지역에서 교역 물품들을 싣고 온 상인들이 이곳에 와서 건물의 2층에서 쉬고 1층은 마구간이므로 약대에게 먹을 것을 주었고, 넓은 1층 공간에 가져온 물품을 보관하기도 하였다.

칸엘움단 옆에는 1906년에 세워진 시계탑이 있다. 당시 오스만 제국은 예루살렘, 욥바 등 팔레스타인 주요 지역에 시계탑을 세웠는데, 아코의 시계탑은 욥바의 것과 비슷하다. 오늘날 이 시계탑 주위에는 카페, 식당 등이 많이 들어서 있는데 주위의 옛 건물과 어울려 보기에 운치가 있다.

수백 년 동안 오스만 제국의 통치를 받던 아코는 1917년 영국군이 팔레스타인과 아라비아 반도에서 오스만군을 격파한 이후 1948년에 이스라엘이 독립할 때까지 영국의 통치를 받았다.

▲성 세례요한 성당 내부.

▲성 세례요한 성당 내부.

영국은 십자군이 만들어 놓은 성채의 지하를 감옥으로 사용하면서 영국으로부터 독립운동을 하던 유대인들을 체포하여 이곳에 수감하였다.

2천여 년 전에 예루살렘이 로마군에 함락되면서 방랑을 시작한 유대인들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나치스의 히틀러에게 600만 명이 처형되었다.

그러자 유대인들은 조상의 땅 팔레스타인(오늘날의 이스라엘)으로 돌아가 자기들의 나라를 세우려고 세계 각지(특히 유럽)에서 팔레스타인으로 몰려들었다.

이 이야기를 유대계 미국인 작가 레온 우리스(Leon Uris)는 장대한 서사시적인 소설 ‘엑소더스(Exodus)’로 묘사하였고, 곧 영화로 제작되었다. ’영광의 탈출‘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서 오래전에 상영된 이 영화 속에서는 팔레스타인 땅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유대인들이 영국군에 붙잡혀 십자군이 만든 지하 감옥에 투옥되었다가 1947년에 유대인 특공대에 의해 구출되는 장면이 나온다.

▲십자군과 오스만 제국 시대에 만든 아코의 바닷가 방벽.

▲십자군과 오스만 제국 시대에 만든 아코의 바닷가 방벽.

이러한 실제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영화 촬영은 아코에 있는 옛 십자군의 성채 안에서 하였다. 이 성채는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오늘날 아코의 바닷가에는 옛날 십자군과 오스만 제국이 만든 성채, 성벽, 그리고 해자가 남아있는데, 그 넓이가 상당히 크다. 십자군은 바다에 면해 있는 요새의 가장 남쪽 성채 위에 성 안드레(St. Andrews) 성당을 세웠다.

그러나 십자군을 격파한 이집트의 맘루크 군대는 이 성당을 파괴하였다. 그 후 오스만 제국 통치 기간 중인 1737년에 천주교 프란시스칸 교단에서 같은 장소에 성 세례요한 교회(Church of St. John Baptist)를 세웠고, 이 성당은 오늘날까지 건재하다.

오스만 제국은 겉으로는 타종교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보였으므로, 프란시스칸 교단은 이곳에 성당을 재건 할 수 있었다.

사도 바울은 제3차 전도여행 때 두로(오늘날 남부 레바논의 항구)에서 이곳 돌레마이(아코)를 방문하여 그를 기다리던 기독교인들 집에서 하룻밤을 머물렀다.

물론 당시는 아코에 십자군의 성채가 세워지기 이전이었으므로, 아코는 단지 돛을 높이 올린 지중해의 무역선들이 들어가고 나가는 평화로운 무역 항구였다.

▲권주혁 박사.

▲권주혁 박사.

권주혁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저서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천사같이 말 못하고 바울같지 못하나>, <메마른 땅을 종일 걸어가도> 등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세계 136개국 방문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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