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법원서 번복… 차별금지법 위반 혐의는 인정
미국 오리건주 항소법원은 26일(이하 현지시각) 동성결혼식을 위한 케이크 제작을 거부한 기독교인 부부에게 13만 5천 달러(약 1억 6,3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하라는 명령을 재고할 것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부부가 운영하는 제과점이 성적 취향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는 주법을 위반했다는 이전의 판결은 지지했다.
오리건주 그리샴에서 ‘멜리샤의 스윗케이크’(Melissa's Sweetcakes)를 운영 중인 아론과 멜리사 클라인(Aaron & Melissa Klein) 부부는 레즈비언 커플을 위한 웨딩 케이크 제작을 거부해 차별금지법을 위반한 혐의로 오리건 노동산업국에 고소를 당한 이후 수 년간 법적 싸움을 벌여왔다.
이날 항소법원의 판사 3명은 클라인 부부가 지난 2013년 레이첼과 로렐 바우먼-사이어 커플의 결혼 케이크 제작을 거부함으로써 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 사람은 13만 5천 달러의 손해 배상금을 지불하라”는 명령을 번복했다.
의견 작성자인 에린 라게센 순회법원 판사는 “우리는 아론이 성적 취향을 근거로 바우먼-사이어(Bowman-Cyer) 커플을 불법적으로 차별했다는 오리건 노동산업국의 입장을 지지한 과거의 결정을 고수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오리건 노동산업국의 비경제적 손해배상금에 대한 사전 승인과 관련해서는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오리건주 노동산업국이 사건의 손해배상 부분을 처리하는 것은 자유 행사 조항에서 요구하는 종교적 중립성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명령의 손해배상 부분을 보류하고 구제와 관련된 추가 절차를 위해 환송한다”고 밝혔다.
클라인 부부를 대변하는 법적 비영리단체 퍼스트리버티인스티튜트(First Liberty Institute) 스테파니 토브 선임 연구원은 성명을 통해 “오리건주는 케이크를 가질 뿐 아니라 먹으려고도 하는 것 같다”면서 “법원은 이 사건에서 검사이자 판사 역할을 한 정부 기관이 클라인 부부의 신념에 반하는 편향성을 가졌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반기독교적 편견이 전체 사건에 영향을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다시 처리하기 위해 동일한 기관에 되돌려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견해는 이 10년에 걸친 법적 싸움의 끝이었어야 했다. 이제 아론과 멜리사에 대한 오리건주의 적대감이 끝날 때”라고 했다.
앞서 동성결혼식을 위해 케이크 제작을 거부한 아론 클라인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밝히면서 레위기 구절을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우먼-사이어 커플은 클라인 부부를 오리건주 노동산업국에 차별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고, 오리건주는 이들 부부가 주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그 결과 클라인 부부는 13만 5천 달러의 손해배상금을 물고 제과점을 폐쇄하게 됐다.
두 사람은 2016년 항소했으나 법원은 오리건주의 손을 들어주었고, 이에 두 사람은 2018년 대법원에 상고했다.
2019년 6월 대법원은 클라인 부부에 대한 판결에 파기 명령을 내리고 사건을 주 항소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항소법원은 2018년 ‘마스터피스 제과점 대 콜로라도 민권위원회’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인용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콜로라도 민권위원회가 동성결혼식 케이크 제작을 거부한 마스터피스 제과점의 잭 필립스(Jack Phillips)를 처벌하면서 위헌적인 반종교적 적의를 보였다”며 7:2로 잭 필립스의 손을 들어주었다.
당시 다수 의견을 작성한 앤서니 케네디(Anthony Kennedy) 판사는 “어떤 사람의 신념을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가장 비열한 수사학 중 하나’로 묘사한 것은 그의 종교를 최소한 두 가지 뚜렷한 방식으로 폄하하는 것이다. 하나는 그 신념을 비열한 것으로 묘사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비실용적이고 심지어 불성실한 것으로 묘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감정은 콜로라도의 차별금지법, 즉 종교와 성적 지향을 근거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집행해야 할 엄숙한 책임을 맡은 위원회에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