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25] 바울과 다메섹 가는 길(2)
갈릴리 호수 서북쪽 작은 도시 사펫, 많은 랍비 배출
신비주의 추구 랍비와 신자들, 예술가들 많은 도시
골목 안 회당, 세계적인 화가 마르크 샤갈 덕에 유명
하아리 세팔디 회당 유명해져… 많은 관광객 찾아와
갈릴리 호수 서북쪽에 있는 사펫은 오늘날 인구 약 3만 5천 명의 작은 도시이지만, 옛날부터 많은 랍비를 배출하였다. 이들 랍비가 가르치던 많은 유대교 회당이 도시 곳곳에 있으므로, 유대인은 이 도시를 예루살렘, 헤브론, 티베랴와 함께 이스라엘의 ‘유대교 4대 거룩한 도시’라고 부르는 것이다.
1837년 지진이 발생하였을 때 유대인 회당 69개소가 파괴되었던 사실을 보면, 이 도시에 옛날부터 얼마나 많은 유대교 회당이 있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오늘날 사펫은 지형적으로 주위에 비해 높은 위치(해발 800m)에 있으므로, 이곳에서 남쪽으로는 갈릴리 호수가 보이고 북쪽으로는 훌레(Huleh)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 훌레 호수가 보인다.
갈릴리 호수에 들어오는 요단강은 북쪽에 있는 이 호수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 호수 지역에는 넓은 늪지대가 있어 아프리카와 유럽 사이를 오가는 철새들이 들러서 쉬었다 가기도 한다.
사펫에서는 북쪽 멀리, 산정이 흰 눈에 덮여있는 헐몬산도 보이고, 사방으로 갈릴리 호수 주변의 크고 작은 언덕과 골짜기도 보인다. 이렇게 아름다운 전경과 깨끗한 공기가 좋아서, 은퇴 후 사펫으로 이사하여 거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사펫은 유대교 교인 가운데 신비주의를 추구하는 랍비와 신자들이 많은 도시로도 알려져 있다. 그리고 예부터 예술가들이 많이 거주하므로 수많은 화랑(畵廊)과 스튜디오가 즐비하게 모여 있는 도시로도 유명하다.
유대인들은 전통적으로 보석세공에 뛰어난 재주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오늘날 세계 다이아몬드 가공 시장은 유대인들이 장악하고 있으며 사펫에도 보석세공 상점들이 좁은 골목 안에 즐비하다.
오늘날 한국인을 제외한 많은 외국인들이 사펫을 방문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곳에 있는 유대인 회당을 보려고 오는 것이다.
골목 안에 있는 하아리 세팔디(HaAri Sephardi) 회당은 회당 건물 자체보다도 세계적인 화가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때문에 유명하게 되었다.
즉 샤갈은 1930년 초에 팔레스타인을 방문할 때, 사펫을 방문하여 1522년에 세워진 이 회당 내부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던 것이다. 이 그림 때문에 하아리 세팔디 회당은 유명해져서,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사펫을 찾아오고 있다.
러시아(오늘날의 벨라루스)에서 출생하여 프랑스에 정착한 유대인 샤갈은 성경에 나오는 인물과 사건에서 예술 창조의 영감을 받아, 삶과 사랑에 대한 주제를 그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작품으로 만들었다.
그는 다채로운 색감과 꿈꾸는 듯한 독특한 화풍을 바탕으로 수많은 명작을 남김으로써, 피카소, 마티스와 함께 20세기를 대표한 미술가가 됐다.
그러나 다른 화가들과 달리 성경의 인물과 사건을 주제로 많은 그림을 그렸다. 샤갈만큼 성경을 주제로 많은 그림을 남긴 화가는 아마도 없을 것 같다.
참고로 2018년에 서울 예술의전당 안에 있는 한가람 미술관에서 이스라엘 국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샤갈 작품들의 일부를 전시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하아리 세팔디 회당의 그림도 전시되었다.
사펫이 위치한 산지는 남쪽의 예루살렘까지 연결되어 있으므로, 기원전 2세기에 봉화대를 설치하기 위한 마을이 만들어졌다. 이 봉화대는 유대인의 성일(聖日)을 서로 알려주는 데 주로 사용하였다.
이러한 봉화대들은 예루살렘 방향뿐만 아니라 바빌로니아(이라크) 방향으로도 설치되어 당시 바빌로니아에 포로로 붙잡혀 가서 살고 있는 유대인의 후손들에게도 유대교의 성일을 상기시켜 알려 주었다.
권주혁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저서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천사같이 말 못하고 바울같지 못하나>, <메마른 땅을 종일 걸어가도> 등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세계 136개국 방문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