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학년 아이의 시편 성경 암송에서 받은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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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를 변화시키는 ‘행복 신학’ 21] 말씀을 사랑할 때 행복이

▲강의 후 기도하고 있는 권율 목사.

▲강의 후 기도하고 있는 권율 목사.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성경을 멀리하는 교인들이 많은 것 같다. 시편 기자는 하나님 말씀을 즐거워하며 밤낮으로 묵상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하는데(시 1:1-2), 성경을 가까이하지 않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행복을 누리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나님의 존재와 그분의 말씀이 절대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외적 증거는 그분의 말씀을 가까이하는 것으로 입증된다.

7년 전 대구에서 사역할 때 있었던 일이다. 노회 어린이대회 심사위원으로 섬겼는데, 내가 맡은 부문은 성경 암송이었다. 목사들에게 가장 바쁜 주말이라 마음이 분주했지만, 한 달 전부터 섭외를 받은 것이라 기쁜 마음으로 섬겼다.

아침부터 부랴부랴 준비해서 대회 장소로 이동했는데, 심사위원 사전 모임부터 지각하고 말았다.

그 전에 어린이대회 성경암송 심사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부사수 역할을 하며, 사수가 시키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필자는 다른 목사님과 함께 초등 1, 4학년 암송을 심사하게 되었다. 1학년 암송 본문은 시편 42편 1-11절이고, 4학년 본문은 고린도전서 15장 1-22절이었다. 필자도 성경 암송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사람인데, 어린아이들이 이런 본문을 암송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1학년 심사를 하는 도중 놀라운 은혜를 경험하였다. 여자아이가 가냘픈 목소리로 시편 42편을 암송하기 시작하는데, 뭔가 모를 감동이 밀려왔다. 특히 3절을 암송하면서 이 아이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종일 내게 하는 말이 네 하나님이 어디 있느뇨 하오니, 내 눈물이 주야로 내 음식이 되었도다.”

이 아이는 울음을 멈추지 못해 손으로 계속 눈물을 훔치며 암송을 겨우 이어 나갔다.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심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해하는가. 너는 하나님께 소망을 두라…”(5절).

이 아이가 눈물을 흘리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내 눈물이 주야로 내 음식이 되었도다”라고 암송할 때, 필자의 눈에는 마치 시편 기자의 마음이 아이의 마음속에 투영된 것처럼 느껴졌다.

“사슴이 시냇물을 찾기에 갈급함 같이 내 영혼이 주님을 찾기에 심히 갈급한데… 내 영혼이 살아 계시는 하나님을 너무나도 갈망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하루 종일 나에게 ‘네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라고 조롱하는데… 주님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제가 그들에게 할 말이 없습니다. 하루 종일 눈물이 내 앞을 가릴 뿐입니다. ‘네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고 몰아붙이는데, 제가 뭐라고 말해야 합니까? 종일토록 저는 눈물만 흘릴 뿐입니다.”

아이의 울음은 시편 42편 암송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이 아이는 왜 울었을까? 심사위원 앞에서 너무 긴장해서 울었을까? 아니면 본문의 내용이 자기 심령을 자극해서 울었을까?

어느 쪽인지 물어보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 본문을 사랑하는 필자의 눈에는 적어도 후자처럼 비췄다. 안타깝게도 이 아이는 한 구절을 통째로 빼먹고 암송하는 바람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었다. 멈추지 않는 눈물 때문에 그만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이다.

그 순간 필자가 심사위원이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후회스러웠다. 하나님의 말씀을 온 마음을 다해 눈물로 암송하는 아이를 한낱 점수로 평가한다는 자체가 나에게 가증스럽게 느껴졌다.

약간 더듬거리거나 단어와 구절을 빼먹는 걸로 감점을 처리하는 것이 과연 지혜로운 평가 방법인가? 그동안 아이들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한 글자도 틀리지 않으려고 거의 강박 수준으로 반복하며 암송했을 것인데, 이것이 과연 성경암송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어릴 적부터 ‘말더듬이’였던 필자는 암송대회에서 한 번도 입상해 본 적이 없다. (필자 같은 아이는 애초에 출전시키지도 않는다!) 하지만 목사가 된 지금까지 성경 암송을 통해 말할 수 없는 은혜와 유익을 누리고 있다.

이 아이가 암송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내내, 오만 가지 생각이 나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아이의 암송을 통해 하나님이 오히려 심사위원들의 영적 상태를 심사하시는 것 같았다.

아이의 입술과 눈물을 통해 던지는 거룩한 메시지에 도전받기보다, 형식적인 평가 작업에 몰두하는 심사위원들의 영적 무지를 폭로하시려는 것 같았다.

그런 평가 기준 때문에 이 아이에게 최고의 점수를 주지 못하는 나 자신이 싫기만 했다. 그러나 필자는 확신한다. 하나님 보시기에는 그날 이 아이의 시편 암송이 최고였다고.

요즘 사역 일정에 치여 성경을 대하는 필자의 태도를 점검하다가, 그날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예전보다 성경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슨해진 건 부인할 수 없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일에 우리의 최고 행복이 있기에, 우리는 그분의 말씀을 혼신의 힘을 다해 사랑해야 한다. 필자의 책에 나오는 말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사람이 만일 성경을 읽지 않으면, 사랑하는 그(녀)에게 ‘난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의 말에는 관심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연애 신학』, 120쪽).

권율 목사

경북대 영어영문학과(B.A.)와 고려신학대학원 목회학 석사(M.Div.)를 마치고 청년들을 위한 사역에 힘쓰고 있다. SFC(학생신앙운동) 캠퍼스 사역 경험으로 청년연합수련회와 결혼예비학교 등을 섬기고 있다.

비신자 가정에서 태어나 가정폭력 및 부모 이혼 등의 어려운 환경에서 복음으로 인생이 개혁되는 체험을 했다. 성경과 교리에 관심이 컸는데, 연애하는 중에도 계속 그 불이 꺼지지 않았다. 현재 부산 세계로병원 원목(협력)으로 섬기면서 여러 모양으로 국내선교를 감당하는 중이며, 매년 선교지(몽골, 필리핀) 신학교 강사로도 섬기고 있다.

저서는 <올인원 사도신경>, <올인원 주기도문>, <올인원 십계명>, <연애 신학> 등이 있고, 역서는 <원문을 그대로 번역한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영한대조)>외 3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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