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목회자 실종 5년 넘었지만, 정부는 ‘침묵’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대책위 보고서도 미공개… 2,600여 명 온·오프라인 기도회

▲레이몬드 코 목사 실종 5주기 철야기도 온라인 생중계. ⓒ유튜브 영상 캡쳐

▲레이몬드 코 목사 실종 5주기 철야기도 온라인 생중계. ⓒ유튜브 영상 캡쳐

말레이시아의 레이몬드 코(Raymond Koh) 목사 실종 5주기를 맞아, 13일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말레이시아 교회 협의회’(Council of Churches of Malaysia) 다목적홀에서 철야기도회가 열렸다.

현지 방역수칙에 따라 참석 인원은 70명으로 제한됐고,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2,535명이 추가적으로 동참했다.

한국순교자의소리(Voice of the Martyrs Korea) 현숙 폴리(Hyun Sook Foley) 대표에 따르면, 코 목사의 가족과 친지들은 말레이시아 기독교인들과 전 세계 기독교 단체들의 지원 및 참여 속에 매년 철야기도회를 열어 왔다.

현숙 폴리 대표는 “많은 박해자들, 특히 기독교를 박해하는 국가의 정부가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납치를 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다. 기독교 지도자가 납치되거나 투옥돼도 당국은 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언론이 보도를 중단하고 대중이 무관심해질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철야기도회는 정부에 책임을 물을 뿐 아니라, 기독교인들에게 코 목사와 그 가족들을 위해 계속 기도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고 전했다.

▲코 목사의 아내 수잔나 사모.  ⓒ유튜브 영상 캡쳐

▲코 목사의 아내 수잔나 사모. ⓒ유튜브 영상 캡쳐

코 목사의 아내인 수잔나 사모는 이날 철야기도회에서 “남편이 살아 있든지 죽었든지 하나님께서는 그와 함께하신다. 만약 남편이 죽었다면, 그를 납치한 이들에게 감사한다. 남편에게 순교자가 될 수 있는 영광과 특권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코 목사의 가족들은 이날 철야기도회에서 “2017년 2월 13일, 레이몬드 코 목사가 아무 흔적이나 연락 없이 치안부대에 의해 강제로 실종됐고,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우리 가족들은 피해자와 그 가족의 곤경에 대해 당국이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실망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 코 목사의 불확실한 행방과 안전에 우리는 여전히 슬픔에 빠져 있고, 그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이러한 슬픔 속에서 앞으로 어떻게 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에 따르면, 코 목사의 가족은 2020년 3월 말레이시아 경찰과 정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날짜는 코로나 관련 지연으로 인해 반복적으로 연기되다가, 2022년 12월과 2023년 6월로 정해졌다.

현숙 폴리 대표는 “코 목사의 가족들은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공무원들과 부당한 질문들을 수 년간 인내심을 가지고 견뎌 왔다. 코 목사의 아내인 수잔나 사모가 처음 남편의 실종신고를 했을 때도 당국자들은 코 목사가 무슬림을 기독교로 개종시키려고 한 사실 때문에 실종된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당국자들은 코 목사가 납치된 일보다 그의 기독교 신앙에 대해 더 우려했다. 민사소송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코 목사의 실종에 대해 무엇을 알고 그 사건에 어떻게 관여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히도록 강요하는 최후 수단”이라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코 목사 실종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정부가 임명한 대책위원회의 보고서를 공개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 소송의 목표 중 하나라고 했다. 이 대책위는 3년 전 조사를 완료했으나, 그 보고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레이몬드 코 목사. ⓒ한국순교자의 소리 제공

▲레이몬드 코 목사. ⓒ한국순교자의 소리 제공

최근 코 목사의 가족들은 이번 재판에 선하고 의로운 판사가 배정되도록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코 목사뿐만 아니라, 그와 같이 석연치 않은 상황에서 실종된 말레이시아 일부 시민들의 석방과 자유를 위해 기도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현숙 폴리는 “물론 우리는 코 목사 가족들의 위로와 인내를 위해서도 기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순교자의소리는 이번 2월 ‘순교자 및 수감자 가정 지원 사역’ 프로젝트에 들어오는 모든 헌금을 코 목사 가족을 지원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순교자의소리는 이 사건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2019년 11월 수잔나 코 사모를 한국에 초청했고, 일련의 특별 행사를 통해 그의 이야기를 한국 기독교인들에게 전해 왔다. 또 코 목사의 석방을 요구하는 청원서 1천 명 이상의 서명을 받은 뒤, 2020년 1월 서울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 담당 공무원에게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현숙 폴리 대표는 “말레이시아 공무원들은 이 문제가 이전 정부 체제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곧 해결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런 확약을 받은 지 2년이 지났지만, 새로 들어선 정부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 문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순교자의소리는 “코 목사 가족을 위한 특별 헌금에 동참하고자 하시는 한국교회나 성도들은 아래 두 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를 이용하여 이번달 말까지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1. 한국 VOM 웹사이트: www.vomkorea.com/donation(납부 유형에서 ‘순교자 및 수감자 가정 지원 사역’ 선택)

2. 계좌이체: 국민은행 463501-01-243303 예금주: (사)순교자의 소리 (본인 성명 옆에 ‘순교자’라고 기재해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일반 후원금으로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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