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이 보는 성혁명사 38] 1차 세계대전과 성문화(1)

기자  7twins@naver.com   |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19세기 말 벨 에포크의 데카당스가 극에 달하면서 세계대전이 터졌다. 전쟁은 사회 전체를 뒤집어 놓는다. 전쟁은 가족을 이산시키고, 젊은이들을 통제 밖으로 내몰아 도덕성을 상실하게 만든다. 더구나 규모가 큰 세계대전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일차 세계대전은 그동안 유럽에서 누적되어 오던 남녀관계, 성도덕, 환락주의, 매춘, 성병 같은 누적된 “도덕적 타락” 문제들을 그대로 드러내고 대규모로 악화시켰다.

일차세계대전 동안 참전국들은 국가 총동원을 통해 전쟁이 이기려고 하였다. 유럽 각국의 미디어들은 감정적 호소와 공공연한 거짓말 등을 동원하면서 특정 사회 집단의 공격 또는 지지하거나, 다른 나라들을 적대시하고 악마화하는 기사들을 써댐으로 여론을 조작하려 하였다. 신문은 고향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가정과 정조를 지키는 신앙심 깊은 여성에 대한 기사를 씀으로 전사들에게 용감하게 싸우게 정신적 힘을 주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많이 달랐다.

무엇보다 병사와 후방의 여성 모두에서 전통적 남성성과 여성성 개념에 대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젊은 남자들은 언제 전장으로 끌려가 죽을지 모르는 불안 상태에서 환락에 빠졌고, 전쟁 동안에는 “전장에서 포탄 작열로 인한 충격(트라우마)”(shell shock)과 성병으로 남성성이 시험받았다. 어떤 병사는 강철 같은 정신의, 성적으로 순결한, 그리고 감정적으로 잘 훈련된 전사로서, 위로부터 주어진 “남성성” 이미지를 실현하려고 애쓰기도 했지만, 대다수는 상처받고 자포자기하며 자신의 감정적 및 성적 욕망에 따라 행동하였다. 전쟁이 끝난 후 고향으로 돌아온 제대 군인들은 전쟁 때의 경험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 어려웠다.

일선의 젊은 병사들은 기회 있는 대로 창녀를 찾고 그래서 성병에 걸렸다. 휴가든 부상으로 후송되든 후방 도시에 오게 되면, 의례 여자를 찾았다. 그러면서 고향에 부인이 있던 병사들은 자기 부인의 정조에 대해 불안해하였다. 전쟁동안 정부와 군대는 성욕과 성병에 좌절된 수백만의 남자들과, 가난해진 그리고 성욕에 굶주린 후방의 여자들의 문제에 대응하여야 했다. 가장 즉각적인 문제는 전방과 후방 모두에서 매독과 임질 같은 성병이 창궐하였다는 사실이다. 성병은 군사의 사기저하 뿐 아니라 실제 전투력이 감퇴 시켰고, 종족 유지를 걱정하게 만들었다. 성병을 막기 위해 유럽 각국의 군대는 훈련소에서부터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한다는”는 포스터를 붙였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매춘부 뿐 아니라 후방의 모든 여성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독일에서는 병사들을 조사하여 성병을 옮긴 여자가 확인되면 처벌하였다. 어떤 국가에서는 전선 바로 후방에 매음굴을 조직하고 매춘부들을 관리하였다. 군대와 의무대의 상관들은, 여성이 성병전파의 원인이라 하면서 여성에 대한 분노를 부추겼다.

점령지에서는 적국 병사에 의한 강간이 국가적 문제가 되었다. 정부는 피해자의 정신적 트라우마에 관심을 갖기보다, 강간과 폭력 사건을 적국(주로 독일)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는데 이용하였다. 그 강간 사건 소식은 전쟁을 더욱 정당화하고, 모욕을 느낀 남자들이 더욱 공격적으로 싸우도록 만들었으며, 조국과 여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남자들을 군대에 들어오도록 동기 부여하는 아젠다로 이용되었다.

군대 내 동성애는 은밀하였는지는 몰라도 엄격히 통제되었다. 그러나 참호라는 왜곡되고 트라우마가 많은 상황에서 어떤 병사들은 자신의 젠더를 혼동하는 환상을 가졌고, 남자들끼리의 친밀을 “전우애”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는 진정한 성지남의 변화가 아니라 전투에 의한 스트레스의 일시적 해소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게이인 병사들은 군대 생활은 자신의 동성애가 용납되는 이상적 공간이라 생각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사회로 귀환한 게이 병사들은 잘 단련된 남성과잉적인 이상적 전사로서 “지배자”라는 이미지를 유지하려 했다. 이성애자 남자 군인들은 여자들에게 분노를 느꼈듯이, 게이 군인들은 여성화된 동성애자들에 대해 분노하였다. (계속)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기독교대한감리회 제36회 총회

“퀴어신학 이단 규정, 감리교 회복 단초… NCCK·WCC 탈퇴 보류는 안타까워”

행정총회 중 발견된 문제점들 지적 녹색·여성 신학 주창 실체 드러내 예문집 등 통한 사상 설파 막아야 기독교대한감리회 동성애대책통합위원회(위원장 김찬호 목사, 이하 위원회)가 지난 10월 30-31일 교단 제36회 총회 중 발견된 문제점들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7…

남경필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와 함께한 남경필 집사 “마약 중독, 사랑이 답이다”

11월 6일 다니엘기도회 간증에서 남경필 집사는 아들의 마약 중독 문제와 가족이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공개하며, 마약 중독 문제가 개인의 비극을 넘어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강조했다. 남 집사의 고백은 단순한 개인의 이야기 이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기도회

美 기독교 지도자들 “트럼프 당선인과 미국 위해 기도하자”

11월 6일 새벽(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를 지지해 온 기독교계 지도자들이 축하의 메시지를 건넸다. 미국 최대 개신교단인 남침례회(SBC)의 총회장이자 노스캐롤라이나주 히코리그로브침례교회의 담임인 클린트 프레슬리(Clint Pressley)…

다니엘기도회

다니엘기도회 탈북민 정유나 자매의 간증과 북한 MZ세대

북한 사람들 설득하기 위해서는 이념이나 정치적 방법이 아니라 하나님 말씀과 빛 통해서만 가능 대한민국이 헬조선? 북한은 ‘헬’ 北 MZ세대 한국 드라마 보면서 탈북 꿈꾸는 현상, 北 체제 붕괴 시사 동시에 자유 대한 향한 갈망 남북한 통합의 중요한 다리…

순교자의소리, 중보기도

中 경찰, 교회 세례식 급습해 고령 신자들까지 체포

중국의 존 차오(John Cao) 목사가 지난 10월 15일 원난성 전슝현에서 사역하는 창 하오(Chang Hao) 전도사를 방문해 새 신자들에게 세례를 베푼 후 경찰에 연행됐다. 한국순교자의소리(이하 한국 VOM)와 그 중국 사역 파트너인 차이나에이드(China Aid)는 “창 하오 전도사가 …

저스틴 웰비

英성공회 보수 지도자들, 동성혼 옹호 대주교에 회개 촉구

세계성공회미래회의(The Global Anglican Futures Conference, GAFCON) 지도자들이 종교개혁기념일을 맞아,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저스틴 웰비(Justin Welby) 영국성공회 캔터베리대주교를 질책하고 공개 회개를 촉구했다. 이들은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캔터베리…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