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칼럼] 그리스도인에게 ‘죽음’이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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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목사. ⓒ크투 DB

▲이경섭 목사. ⓒ크투 DB

◈잠

성경은 그리스도인의 죽음을 ‘잠(sleeping, dormancy)’에 비유했다(고전 15:20). 육체의 죽음 후, 그 ‘영혼’은 낙원으로 입성하고, ‘육체’는 잠에 든다. 예수님이 죽은 나사로를 살리려 갈 때 “우리 친구 나사로가 잠들었도다 그러나 내가 깨우러 가노라(요 11:11)”고 했다.

‘죽음’을 ‘잠에 비유했음은, ‘죽음’이 그리스도인으로 하여금 모든 수고를 그치게 하기 때문이다. “자금 이후로 주 안에서 죽는 자들은 복이 있도다 하시매 성령이 가라사대 그러하다 저희 수고를 그치고 쉬리니 이는 저희의 행한 일이 따름이라 하시더라(계 14:13).”

그리고 이렇게 잠자던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재림하실 때 그 잠에서 깨어난다. 이는 지금 우리가 밤에 잠든 후 다음날 아침에 깨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보라 내가 너희에게 비밀을 말하노니 우리가 다 잠잘 것이 아니요 마지막 나팔에 순식간에 홀연히 다 변화하리니 나팔 소리가 나매 죽은 자들이 썩지 아니할 것으로 다시 살고 우리도 변화하리라(고전 15:51-52).”

이처럼 ‘죽음’은 내일 다시 깨어나기로 예약된 ‘잠’ 같은 것이기에, 성경은 우리에게 소망 없는 자처럼 죽음을 슬퍼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형제들아 자는 자들에 관하여는 너희가 알지 못함을 우리가 원치 아니하노니 이는 소망 없는 다른 이와 같이 슬퍼하지 않게 하려 함이라 우리가 예수의 죽었다가 다시 사심을 믿을찐대 이와 같이 예수 안에서 자는 자들도 하나님이 저와 함께 데리고 오시리라(살전 4:13-14).”

‘죽음(death)’이 모든 것이 멈춘 ‘잠’이라면, ‘삶(living)’은 일하는 ‘낮’이다. 여기서 우리는 일할 수 없는 죽음의 밤이 오기 전에 열심히 일해야 할 당위성을 요청받는다.

“무릇 네 손이 일을 당하는 대로 힘을 다하여 할찌어다 네가 장차 들어갈 음부(무덤)에는 일도 없고 계획도 없고 지식도 없고 지혜도 없음이니라(전 9:10)”, “때가 아직 낮이매 나를 보내신 이의 일을 우리가 하여야 하리라 밤이 오리니 그때는 아무도 일할 수 없느니라(요 9:4)”.

◈부활을 위한 파종

그리스도인은 생전(生前)의 삶으로 부활을 준비한다. 그리스도에 대한 충성과 헌신으로 ‘더 좋은 부활’을 준비하든지 아니면 그 반대이든지이다. 그가 생전에 어떤 삶을 살았느냐에 따라 ‘부활의 영광’도 달라진다.

사도 바울이 “해의 영광도 다르며 달의 영광도 다르며 별의 영광도 다른데 별과 별의 영광이 다르다(고전 15:41)”고 한 것은 각자의 삶의 공력 따라 ‘부활의 영광’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무위도식(無爲徒食)의 삶으로 ‘불 가운데서 얻는 것’과 같은 ‘부끄러운 영광’을 얻든지 혹은, 지사충성(至死忠誠)의 ‘순교’로 ‘최상위의 영광’을 얻든지 한다.

“누구든지 공력이 불타면 해를 받으리니 그러나 자기는 구원을 얻되 불 가운데서 얻은 것 같으리라(고전 3:15)”, “또 어떤 이들은 더 좋은 부활을 얻고자 하여 악형을 받되 구차히 면하지 아니하였느니라(히 11:35)”.

이는 ‘파종’과 ‘추수’의 원리에 비견된다. ‘생전의 삶’은 ‘부활의 종자’를 결정짓는 시간이고, ‘죽음’은 그 종자를 파종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부활’은 그 파종한 것을 거두는 추수에 해당된다.

그리스도인은 단지 ‘죽음’을 준비하는 자가 아닌 ‘더 좋은 부활’을 준비하는 자이다. 그들에게 ‘죽음’은 최종 목적지(ultimate destination)가 아닌 ‘더 좋은 부활’에 이르기 위한 ‘달음질’이다.

여전히 그들에겐 부활이라는 최종 목적지(ultimate destination)가 남아있다. 그들이 ‘죽음’을 모든 것의 끝장으로 보고 절망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 있다.

◈덧입음과 조우

그리스도인에게 ‘죽음’은 죄, 고통, 사망 등 ‘모든 질고에서의 해방’이다.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씻기시매 다시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계 21:4)”.

물론 이 죽음의 ‘해방’개념은 ‘인간을 옭아맨 모든 인연(因緣)에서 벗어난다’는 불교의 해탈(nirvana)이나 ‘선한 영혼이 부정한 육체에서 해방 되는 것’으로 보는 플라톤적 영지주의(Platonic Gnosis)’의 그것과는 다르다.

기독교의 그것은 단지 ‘벗음(unclothing)과 떠남(leaving)’자체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덧입음(clothing on)과 조우(encounting with)’를 위한 런칭(launching)이다. 사람들이 ‘죽은 자’를 지나치게 측은히 여기는 것은 ‘죽음’을 그렇게 왜곡되게 본 때문이다.

성경 역시 ‘그리스도인의 죽음’을 ‘덧입음(clothing on)과 조우(encounting with)’로 정의한다.

“과연 우리가 여기 있어 탄식하며 하늘로부터 오는 우리 처소로 ‘덧입기’를 간절히 사모하노니 이렇게 입음은 벗은 자들로 발견되지 않으려 함이라 이 장막에 있는 우리가 짐 진것 같이 탄식하는 것은 벗고자 함이 아니요 오직 ‘덧입고자’ 함이니 죽을 것이 생명에게 삼킨바 되게 하려 함이라… 우리가 담대하여 원하는 바는 차라리 몸을 떠나 ‘주와 함께 거하는’ 그것이라(고후 5:2-4, 8).”

이는 죽음으로 그들이 꿈꾸던 천국을 덧입고, 그들이 흠모하던 예수 그리스도와의 조우를 실현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슬픔은 오롯이 ‘남은 자들의 몫’이 된다. 아이러니다. 할렐루야!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 개혁신학포럼 대표,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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