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28] 러시아의 침공에 대하여
우크라이나 승리하면 푸틴 정치 인생 끝날 것
러시아가 승리하면, 우크라이나는 사라질 것
‘평화’는 달콤한 대화 아닌, 힘으로 지키는 것
북한과 중국, 러시아 주변 우리나라 새길 교훈
산업 역군으로 전 세계 136개국을 방문했던 권주혁 박사가 이번 주에는 바울의 발자취를 잠깐 쉬고, 침공당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기고했습니다. 권 박사는 군사학에도 조예가 깊으며, 상반기 <우크라이나의 교훈>을 출간할 계획입니다. -편집자 주
2022년 2월 24일 오전 6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동·남·북부에서 동시 다발적인 침공을 개시하였다. 수백 기가 넘는 단거리 탄도 미사일과 크루즈 미사일로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우크라이나군 지휘센터를 포함하여 수많은 군사시설을 폭격함과 동시에 T72, T80 전차들과 장갑차들이 공수부대와 함께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 제1, 제2의 도시인 키이우(키예프), 하르키우(하르코프), 그리고 동남부 해안 도시 마리우풀을 향하였다.
침공이 시작되기 3일 전인 2월 21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국영 TV로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한 나라였고 미국의 괴뢰정권인 우크라이나는 부패한 국가이며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 지역)는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그곳에 살고 있는 러시아 동포들이 희생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그날 푸틴은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항하는 반군 세력이 세운 루간스크 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을 독립국가로 인정하고, 다음날인 22일에는 전차를 앞세운 러시아군을 돈바스에 진입시켰다. 아울러 러시아는 LPR, DPR과 상호 협력조약을 맺어 돈바스에 군사기지를 확보하였으므로, 돈바스 지역 안의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침략 세력이라고 규정하였다. 완벽한 적반하장이다.
그리고 이틀 후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공격을 개시하였다. 불과 며칠 만에 상황을 자기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만든 후, 유엔헌장과 국제법을 무시하고 불법으로 이웃 나라를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동원하여 침공한 것이다. 위성사진을 통하여 우크라이나 국경 주변에 대규모 병력과 장비가 배치된 것이 속속 드러났음에도 푸틴은 러시아군이 훈련을 하고 있다는 변명을 하였고, 국제사회가 우려하자 일부 병력을 훈련이 끝나 철수시킨다는 장면을 언론에 제공하면서 미국과 서방국가들을 기만하는 전술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침공이 일어나기 전에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에게 전쟁을 도발하면 강력한 제재(경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적에게 공포를 주며 결정적인 저지력을 가진 군사력을 사용하겠다는 의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므로 푸틴은 이러한 바이든의 경고를 가볍게 여기고 침공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2021년 8월 바이든이 아프가니스탄을 포기하고 급히 미군을 철수시키는 유약하고 우매한 결정을 한 것을 보고, 러시아가 침공을 하더라도 바이든이 경제제재 카드만 들고 나오지 군사력을 사용하지 못할 것을 이미 판단한 것으로 짐작된다.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려고 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탈무장화와 탈나치화가 침공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핑계이다.
러시아 국경에 붙어 있는 발트 3국이 2004년에 나토에 가입할 때, 푸틴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침공의 진짜 목적은 구(舊)소련을 승계한 러시아가 소련이 붕괴할 때 독립한 국가들과 소련의 옛 위성국가들을 다시 러시아에 복속시켜 구소련의 영광을 복원하려는 것이다.
4세기 로마 군사전략가인 베게티우스는 그의 논문에서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명언을 후대에 남겼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할 때 핵탄두 1,800개를 보유한 세계 제3의 핵강국이었으나, 핵무기를 폐기하면 독립과 경제발전을 도와주겠다는 러시아, 미국, 영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1994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체결한 양해각서를 믿고 핵무기를 모두 러시아에 넘겨주었다. 국방·안보를 제3국의 손에 맡긴 것이다.
러시아가 침공하자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내용을 근거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급히 요구하였으나, 아무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러시아는 유엔안보리의 상임이사국 5개국 가운데 하나).
국가 사이에 조약이 국가 사이의 힘의 논리에 따라서 휴지조각이 된 사실은 역사에 수없이 많다. 북한은 이번 사태를 주시하면서 핵무기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체결 후, 독립시 78만 명이던 병력을 2012년 14만 명으로 대폭 감축했다. 전차는 6,500대를 800대 이하로 줄이고, 잉여 무기와 첨단 무기를 외국에 수출하는 등 국방에 소홀하였다.
크름(크림)반도를 빼앗기고 나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위협을 느껴 군사력을 강화하였고, 2022년 1월 국민저항법을 발효하여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하였으나 이미 오래 전에 크게 무너진 국방력을 제대로 복원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러시아의 침공을 받았다.
2014년 3월, 러시아는 크름반도를 무력으로 합병하였음에도, 당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 제재만 언급했을 뿐 종이 호랑이같은 맥없는 조치를 하였다. 2014년 9월, 이것을 보고 푸틴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2주 안에 키이우도 점령할 수 있다”고 발언하며, 간접적으로 오바마를 제압하는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무혈 합병하고 4개월이 지난 2014년 7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출발하여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말레이시아 항공사 보잉777 여객기(MH17편)가 돈바스 지역 상공에서 친러 반군이 발사한 러시아제 부크(Buk)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격추돼, 승객과 승무원 298명 전원이 사망하였다. 이에 대한 미국과 서방의 항의가 미지근하자 푸틴은 별 대꾸도 없이 무시해 버렸다.
그리고 4년이 지난 2018년 11월, 흑해에서 군사충돌이 일어나 우크라이나 군함 3척이 러시아 해군에 나포되었다. 이때도 미국과 서방은 러시아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작년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유약한 모습을 보이며 급히 서둘러 철수한 것을 본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하여도 미국이 경제 제재 조치만 언급할 것으로 판단하고 침공을 감행하였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푸틴은 침공 2일 안에 키이우를 점령하려던 계획이 우크라이나 국민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치자, 다시 전열을 정비하여 진공폭탄 등 비인도적 무기까지 사용하며 공격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동맹국도 없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을 격퇴하고 기적적으로 승리한다면 푸틴의 정치인생은 끝나고 우크라이나는 강국으로 등장할 것이나, 만약 러시아가 승리한다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속국으로 전락하고 최종적으로 크름반도처럼 러시아에 합병되거나 국가 자체가 분할되는 운명에 처할 수 있다.
어떤 결과가 일어나든 간에, 러시아의 위협을 느낀 서방 국가들이 단합하는 등 세계 질서가 재편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유력한 정치인들 가운데에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서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충돌했다”, “우크라이나는 지구 반대편 남의 나라 이야기”라며 비상식적인 말을 하고 있다. “가장 나쁜 평화라도 전쟁에 승리하는 것보다 낫다”는 매국노 이완용의 말을 인용하면서, 누구나 듣기에 달콤한 평화를 외치며 일부 생각 없는 국민의 인기를 얻으려고 하는 한심한 자들이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평화는 대화로 얻는 것이 아니라, 힘으로 지키는 것“이라는 역사적인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지정학적 위치에 있고 핵무기로 우리를 위협하는 호전적인 북한, 그리고 북한을 지원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주변에 두고 있는 우리는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가장 큰 교훈을 받아야 할 나라이다.
권주혁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저서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천사같이 말 못하고 바울같지 못하나>, <메마른 땅을 종일 걸어가도> 등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세계 136개국 방문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