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칼럼] 언약궤 앞에서 춤춘 다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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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목사. ⓒ크투 DB

▲이경섭 목사. ⓒ크투 DB

“여호와의 궤가 다윗성으로 들어올 때에 사울의 딸 미갈이 창으로 내다보다가 다윗왕이 여호와 앞에서 뛰놀며 춤추는 것을 보고 심중에 저를 업신여기니라… 다윗이 미갈에게 이르되 이는 여호와 앞에서 한 것이니라 저가 네 아비와 그 온 집을 버리시고 나를 택하사 나로 여호와의 백성 이스라엘의 주권자를 삼으셨으니 내가 여호와 앞에서 뛰놀리라 내가 이보다 더 낮아져서 스스로 천하게 보일찌라도 네가 말한바 계집종에게는 내가 높임을 받으리라 한지라 그러므로 사울의 딸 미갈이 죽는 날까지 자식이 없으니라(삼하 6:16-23).”

이스라엘이 블레셋에 빼앗겼던 언약궤를 다윗성으로 탈환해 왔을 때, 다윗 왕이 기쁨에 겨워 ‘옷이 벗겨질 정도’로 춤을 쳤고, 그것을 본 그의 아내 미갈(Michal, 사울의 딸)이 그를 조롱하다 하나님의 징벌을 받았다는 것이 요지이다.

이 사건을 두고 사람들의 해석이 분분하다. 엄격한 이지적 신앙(intellectual faith)을 가진 주지주의자들(the intellectualists)은 ‘그래도 그렇지 왕의 체신을 잃은 경박한 짓’이라며 다윗을 조롱한 미갈을 두둔한다. 신앙이 ‘지적 동의’나 ‘도덕적 규범’과 동일시된 그들에게 다윗의 행위는 광신적 짓거리에 불과했다.

반면 신앙에서 희노애락의 감정을 중시하는 주정주의자들(emotionalist, 主情主義者)은 신앙에서 다윗의 감정 표출을 조롱한 미갈을 비난한다. 그들은 신앙에 감정을 빼면 뭐가 남겠느냐고 한다. 그러나 다윗의 행위를 단지 ‘지·정·의’의 문제로 재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초월적인 하나님 임재의 경험’은 그런 것으로 설명될 수 없다. 성경에서 말하는 기쁨은 단순히 ‘지·정·의’ 중 하나일 수가 없는 ‘초월적인 것’이다.

“내가 여호와를 항상 내 앞에 모심이여 그가 내 우편에 계시므로 내가 요동치 아니하리로다 이러므로 내 마음이 기쁘고 내 영광도 즐거워하며… 주의 앞에는 기쁨이 충만하고 주의 우편에는 영원한 즐거움이 있나이다(시 16:8-11).”

“예수를 너희가 보지 못하였으나 사랑하는도다 이제도 보지 못하나 ‘믿고 말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즐거움’으로 기뻐하니 믿음의 결국 곧 영혼의 구원을 받음이라(벧전 1:8-9).”

오늘 언급된 내용과 같은 장(章)에도, 언약궤를 운반하는 이들 모두가 다윗처럼 하나님의 임재의 기쁨으로 뛰놀았다고 말한다.

“여호와의 궤를 멘 사람들이 여섯 걸음을 행하매 다윗이 소와 살진 것으로 제사를 드리고 여호와 앞에서 힘을 다하여 춤을 추는데 때에 베 에봇을 입었더라 다윗과 온 이스라엘 족속이 즐거이 부르며 나팔을 불고 여호와의 궤를 메어 오니라(삼하 6:14-15).”

이처럼 ‘믿음과 ’주의 임재‘로 말미암은 초월적인 기쁨’을 인문학적 ‘지·정·의’ 개념 혹은 ‘신비냐 광신이냐’로 분석하고 재단하는 것은 ‘무한’을 ‘유한’에 담으려는 어거지이다.

◈다윗을 비난한 미갈이 심판을 받은 진짜 이유

다윗을 조롱한 미갈에 대한 하나님의 징벌은(삼하 6:23), 단지 ‘지엄한 왕의 권위를 업신여겼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다. 여기엔 보다 근원적인 이유가 있다. 그것은 그녀의 단일신론적인(Monarchian) ‘야훼 신앙(Yahwism)’과 그로 인한 삼위일체 하나님의 임재를 모시지 못한 때문이다.

만일 그녀가 그리스도를 믿었다면 삼위일체 하나님의 임재를 모셨을 것이고, 나아가 다윗에게 투영된 그리스도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결코 그에게 그런 조롱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다윗이 왕이 되기 전 사울 왕에게 취했던 태도는 미갈과 사뭇 비교된다. 그녀완 달리 그에겐 삼위일체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행 2:30-35), 그 믿음이 사울 왕에게 그리스도를 투영시켜 개차반 사울에 대한 인식의 고양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그가 사울을 죽일 절호의 기회를 잡았으면서도 ‘기름부음을 받은 왕’이라는 이유로 해하지 않았던 사실에서 확인된다. 다음 말씀들은 ‘기름부음을 받은 자’에 대한 ‘다윗의 경외심’을 잘 보여준다(그는 심지어 자신이 ‘사울을 살려준 증표’로 삼기 위해 사울의 옷자락을 벤 것까지 나중에 회개했다).

“그리한 후에 사울의 옷자락 벰을 인하여 다윗의 마음이 찔려 자기 사람들에게 이르되 내가 손을 들어 여호와의 기름 부음을 받은 내 주를 치는 것은 여호와의 금하시는 것이니 그는 여호와의 기름 부음을 받은 자가 됨이니라 하고 다윗이 이 말로 자기 사람들을 금하여 사울을 해하지 못하게 하니라(대상 24:5-7).”

‘마누라가 예뻐 보이면 처갓집 말뚝을 보고도 절한다’는 한국의 속담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기름부음을 받은 그리스도’가 존귀하니 ‘기름부음 받은 왕(사울)’도 존귀해 보인 것이다(‘그리스도’는 기름부음을 받은 자 란 뜻이다. 구약시대에 왕, 선지자, 제사장에게 기름을 부었다).

다윗의 행동과 그에 대한 미갈의 조롱은 오늘 어슬픈 인문학도들이 분석하듯 ‘지·정·의(知情意)의 균형’ 문제, 혹은 ‘신비냐 광신이냐’는 해석상의 문제 때문에 불거진 것이 아니다. 그들의 분석처럼 복잡 미묘하지 않고 단순하다.

그녀가 그리스도를 믿지 않아 삼위일체 하나님의 임재와 기름부음을 받은 왕 다윗에게 투영된 그리스도를 보는 일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할렐루야!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 개혁신학포럼 대표,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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