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침공에 떠올리는… 이스라엘의 골란 고원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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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29] 바울과 다메섹 가는 길(5)

골란 고원 군사시설 은폐 고민하던 시리아군
군사 전문가 코엔 말 듣고 ‘유칼립투스’ 식재
이스라엘군, 유칼립투스 조림지만 집중 폭격
알고 보니 스파이, 결국 발각돼 교수형 당해

▲파괴된 시리아군 지하 벙커와 유칼립투스 나무.

▲파괴된 시리아군 지하 벙커와 유칼립투스 나무.

사도 바울은 다메섹(다마스쿠스)에서 예수 믿는 자들을 붙잡아 예루살렘으로 데려오려고 예루살렘을 출발하여 다메섹을 향하여 가는 도중에 강한 빛을 받아 장님이 됐고, 동시에 예수님의 음성을 듣고 회개하여 새 사람이 되었다.

당시 바울이 다메섹을 향해 가던 노정(路程)은 성경에는 ‘바산’이라는 지명으로 기록되어 있고, 오늘날은 ‘골란 고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지역으로 추정된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번 연재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이스라엘을 여행하다 보면 호주가 원산지인 유칼립투스(Eucalyptus) 나무들이 곳곳에 생육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가이사랴 지역, 갈릴리 호수 지역에서 특히 이 나무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막상 골란 고원에 가 보니 그곳에도 유칼립투스가 많이 식재되어 자라고 있다.

유칼립투스는 빠르게 성장하는 속성수이고 호주와 같은 건조 지역에서 잘 자라므로, 건조 지역인 이스라엘에 많이 식재한 것으로 짐작된다. 골란 고원의 과거 시리아 지역에서도 이 나무가 많이 식재되어 있는데, 대부분 과거 시리아군의 부대가 주둔하던 곳에 특히 많이 식재되어 있다.

▲골란고원 곳곳에 있는 지뢰밭과 위험 표지.

▲골란고원 곳곳에 있는 지뢰밭과 위험 표지.

1950년대 말부터 시리아는 이스라엘과 전쟁을 계획하였는데, 이스라엘이 갈릴리 지역을 내려 보는 골란 고원에 군사시설을 많이 설치하고 대규모 부대를 배치하였다.

건조 지역이므로 이스라엘군 정찰기에 군사 시설이 포착될 것을 고심하던 시리아군에게, 당시 시리아 국내에서 애국자요 군사전문가로 알려진 코엔(Elie Cohen)이라는 이스라엘 스파이가 속성수인 유칼립투스를 군사시설 주위에 심으면 부대시설을 쉽게 은폐할 수 있다는 조언을 하였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 대원인 코엔은 시리아에서 목재가구 무역회사 사장으로 위장하고 있었으므로, 시리아군은 아무 의심 없이 이 조언을 받아들여 골란 고원의 군사시설마다 유칼립투스를 조림하여 군대 시설을 은폐하였다.

1967년 6월, 이스라엘이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에 대한 선제 공격으로 전쟁을 시작하자 이미 유칼립투스 수형(樹形)에 대한 교육을 받은 이스라엘 공군의 프랑스제 미라지 전투기 조종사들은 골란 고원에 있는 유칼립투스 조림지만 골라서 집중 폭격하였다.

▲파괴된 시리아군 시설과 주변의 유칼립투스 나무들.

▲파괴된 시리아군 시설과 주변의 유칼립투스 나무들.

그러므로 오늘날 골란 고원에 있는 유칼립투스 조림지 인근에 가면, 전쟁 당시 부서진 시리아군의 참호와 벙커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사실 때문에 대부분의 이스라엘 국민은 유칼립투스라는 나무에 대해 식물학적 지식보다 전쟁에 관련된 내용을 더 많이 알고 있다.

후일 스파이 행위가 발각된 코엔은 1965년 5월 18일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 시내에서 공개 교수형에 처해졌고, 그의 유해는 아직도 시리아에 남아있다.

시리아군은 이스라엘 특공대가 그의 유해를 이스라엘로 가져가기 위해 올 것을 예상하고 유해를 몇 번에 걸쳐 이장(移葬)하였다. 모사드 역시 동료의 시신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였으나 아직 찾지 못하고(이미 찾아 놓고도 운반에 적당한 기회를 기다리기 위해 못 찾았다고 발표할 수도 있음), 사후 55년이 지난 2018년 초에 코엔이 생전에 사용한 오메가 손목시계만을 회수하여 이스라엘로 가져 왔다.

코엔의 가족은 이스라엘에 살고 있었는데, 부인만 남편이 모사드 대원인 것을 알고 있었고 자녀들은 아버지의 진짜 신분을 모르고 있었다. 이스라엘 정보부 요원들의 무서운 기강이다.

▲파괴된 시리아군 지하 벙커 앞에 선 필자

▲파괴된 시리아군 지하 벙커 앞에 선 필자

우리나라 경우 국정원 시험에 합격하는 순간부터 가족, 친척은 물론 학교 동창들에게 권력기관에서 일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알린다. 필자가 박사 과정을 공부할 때도 함께 공부한 국정원 간부 직원들이 있었는데, 만난 첫날부터 일반회사 명함을 건네주며 자기가 사실은 국정원 직원이므로 신분을 감추기 위해 일반회사 명함을 만들어 사용한다며 친절한 설명을 하였다.

스파이는 필요하다면 사회 하층민으로도 신분을 위장하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은 자기 신분을 과시하는 것을 좋아하므로, 우리나라에서는 코엔같이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는 진짜 스파이가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

권주혁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저서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천사같이 말 못하고 바울같지 못하나>, <메마른 땅을 종일 걸어가도> 등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세계 136개국 방문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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