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향해선 ‘미들파워 네트워크’ 강화 역설
이양구 전 우크라이나 대사가 15일 중앙일보에 기고한 칼럼 ‘이양구의 퍼스펙티브’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경우 자칫 ‘유럽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으로 대한민국에는 ‘미들파워 네트워크’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강대국 중심의 지정학 질서가 흔들리지 않도록 견제와 균형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랑의교회 집사이기도 하다.
이 전 대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세 차례 이상 실무 회담에 이어 지난 11일 외교부 장관 회담을 개최했으나 아직은 딱히 해결책이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터진 가장 큰 전쟁’의 다섯 가지 시나리오를 거론했다.
‘2차대전 후 가장 큰 전쟁’의 다섯 가지 시나리오
첫째는 단기전으로 러시아가 공군력 등을 총동원해 키이우를 함락해 친러 괴뢰정권을 수립하는 시나리오며, 둘째는 장기전으로 러시아군의 보급 차질과 사기 저하 와중에 우크라이나군의 결사 항전으로 전쟁이 수 년간 지속하는 시나리오를 예견했다.
셋째는 확전이다. 몰도바·조지아 등 비NATO 회원국 또는 발틱3국 등 NATO 회원국을 러시아가 추가로 침공하는 시나리오 즉 ‘유럽전쟁’을 우려했다. 넷째는 외교적 해결로, 러시아군의 인명 피해가 커지고 반전 여론이 높아지면서 중국이 외교적 중재에 나서는 시나리오를 거론했다. 다섯째는 푸틴 정권의 축출이다.
이 전 대사는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장기전 시나리오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본다. 하지만 장기전은 모두에게 손실이 커서 가장 피해야 할 시나리오”라고 했다.
그는 이 사태를 가늠할 변수들로 ‘푸틴 대통령의 독특한 역사관과 세계관’, ‘키이우 사수를 포함한 우크라이나의 저항 지속 여부와 러시아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느냐’, ‘서방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강도’, ‘중국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거나 러시아 경제 제재에 동참’ 등을 꼽았다. 중국과 러시아가 밀착하면 ‘신 냉전’ 구도로 갈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이 전 대사는 이번 전쟁이 대한민국에 주는 경종의 메시지로 “그동안 우리는 동맹이나 우방을 소홀히 했다. 이념·진영 갈등도 심했다. 외부의 도전을 직시하기보다 국내 문제에 함몰되기도 했다. 북핵 문제나 종전선언 등에 대한 낭만적 기대나 중국·러시아의 권위주의에 대한 선의의 기대 등 안보에 대한 모럴 해저드가 팽배했다. 특히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정체성 측면에서 다소 모호하지 않았는지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향후 ‘윤석열 정부’에서 “유라시아 외교의 중요성을 고려해 대범하고 창의적인 전략의 새 판을 짜야 할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와 인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가치외교 ▲유라시아를 상대로 외교 전략을 새롭게 수립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초당적인 외교 ▲한·미 동맹 강화, 한·일 관계 회복은 기본으로 하고 미들파워 네트워크를 강화 ▲안보 위협 요소를 차단하는 예방외교와 위기관리를 강화 ▲국제정치의 냉혹함과 잔인함, 우리가 처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고 소탐대실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우리가 미들파워 파트너들과 함께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구성하는 5Ps(peace prosperity planet people partnership)를 선도하면 유라시아 역사를 새로 쓰는 세기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