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지지’ 키릴 총대주교 때문에… 세계정교회 분열 조짐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러시아정교회 일각서도 ‘살인적 명령’ 규탄

▲키릴 총대주교(Patriarch Kirill). ⓒWCC

▲키릴 총대주교(Patriarch Kirill). ⓒWCC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키릴 총대주교가 강경한 지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인해, 러시아정교회 뿐 아니라 세계정교회가 분열되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14일(이하 현지시각) “키릴 총대주교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폭적으로 축복하면서 세계정교회를 분열시키고 있다”며 “이러한 강경한 입장이 스스로를 다른 교회들로부터 고립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키릴 총대주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원래 하나”라는 논리로 러시아의 침공을 두둔하고, 이번 사태 해결에 서방 국가들이 참여하는 것을 노골적으로 비판해 왔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다시 통합해 구소련의 영적 통합과 영토 확장을 연결해 ‘러시아 세계’를 구축하려는 푸틴의 비전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국내뿐 아니라 모스크바 총대주교청과 연결된 해외 교회들 사이에서도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러시아에는 ‘러시아 평화를 위한 사제단’이라는 단체의 정교회 회원 300명 가량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살인적 명령’을 규탄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서유럽의 주교가 키릴 총대주교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 방문하기도 했으나, 키릴은 끝내 모스크바 총대주교청과 관계를 단절하고 “매우 어렵고 마음 아픈 조치”라고 했다.

앞서 세계교회협협의회(WCC) 사무총장 직무대행인 이안 사우카 목사도 키릴 총대주교에게 “이 전쟁을 멈추기 위해 중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키릴은 “러시아를 노골적으로 적으로 여기는 세력이 국경 가까이 왔다”며 “서방 세계가 러시아를 약화시키기 위한 ‘대규모 지정학적 전략’에 개입했다”고 맞받았다.

키릴은 1950년 WCC가 발표한 ‘토론토 성명’ 내용까지 언급하며 지나친 간섭을 경계했다. 그는 서신에서 전쟁이라는 표현을 한 차례로 쓰지 않았다.

1848년 WCC 창립 이후 정체성을 규정한 토론토 성명에는 “WCC의 교회론 안에 회원 교회들이 흡수되는 게 아니다. 회원 교회들의 주장이나 결의를 다른 회원 교회가 수용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키릴 총대주교는 “공동의 신앙과 공동의 성자를 기리고 공동 기도로 연합하는 등, 공동의 역사를 지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은 서방과 러시아의 관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90년대까지 러시아는 안보 및 존엄성에 대한 약속을 받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러시아를 적으로 간주하는 세력이 우리 국경 가까이 다가왔고, 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우려를 무시한 채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들은 형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인을 서로 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했고, 무기와 전투 교관을 우크라이나에 넘치게 하려고 자금 지원도 아까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에 사는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인을 러시아의 적으로 재교육하려는 시도가 가장 끔찍한 무기”라고 비판했다.

키릴 총대주교는 “주님께서 하루빨리 영구적이고 정의로운 평화를 세울 수 있도록 끊임없이 기도하자”며 “이 기도를 전 세계 교회가 러시아정교회와 함께 나누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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