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적 ‘메이플’ 씨 등 피해자들, 기자회견 갖고 형사고소
JMS 교주 정명석 씨가 출소 후에도 성폭력을 저질러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3년간 정 씨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형사고소장(상습준강간 등)을 16일 경찰청에 접수했다.
정명석 씨는 2009년 JMS 여성 신도들을 준강간한 혐의 등으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고, 2018년 2월 만기 출소했다. 이번에 형사고소에 나선 피해자들은 정 씨가 출소한 이후 최근까지 그에게서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외국인 여성들이다.
16일 오후 2시 광화문 변호사회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Yip Maple Ying Tung Huen(영국 국적, 이하 메이플) 씨가 참석했으며, 호주 국적의 A씨는 동영상으로 증언했다. 이 외에도 김도형 단국대 수학과 교수(전 엑소더스(JMS 피해자 모임) 대표), 고소대리인 정민영 변호사 및 전준범 변호사(이하 법무법인 덕수)가 동석했다.
이들에 의하면 1980년 경부터 포교활동을 시작한 정명석 씨는 여성 신도들에 대한 성폭력 사건으로 2000년 경부터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았고, 2001년 3월 해외로 도피하여 해외 은신처에서 인터넷 중계 등으로 설교를 하면서 국내외 신도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2003년 한국 검찰의 요청으로 인터폴 적색 수배 대상에 올랐고, 결국 2007년 5월 16일 중국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된 후 2008년 2월 한국으로 송환되어, 2009년 4월 23일 JMS 여신도들에 대한 준강간죄 등으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2018년 2월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였지만, 이후에도 JMS 내에서 흔들림 없이 절대적인 지위를 유지해 왔다. 정명석이 교도소에 복역하는 도중에도 다수의 여성 신도들이 편지로 자신의 비키니 사진을 보내는 등의 일이 문제로 불거졌고, 종교계 안팎에서는 정명석과 그를 맹종하는 JMS 관계자들의 행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바 있으나, 그때마다 JMS에서는 ‘일부 신도들이 자발적으로 한 일일 뿐’이라고 책임을 회피해 왔다”고 밝혔다.
“두려움으로 고소 포기한 피해자 훨씬 많아”
‘엑소더스’ 김도형 전 대표는 “피해자들의 용기가 있었기에 오늘 기자회견이 개최될 수 있었다”며 “정명석 출소 후 사건의 피해자는 훨씬 많다. 두려움 때문에 고소를 포기한 이들이 100명이 넘는다”고 했다.
증언자 메이플 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으로 인한 위경련으로 기자회견 직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다.
18세이던 2011년 홍콩에서 포교된 메이플 씨는, 정명석 씨가 수감 중이던 2014년 한국으로 들어와 2년 동안 신도들과 공동생활을 했고, 정 씨가 출소한 2018년 다시 한국으로 들어와 충남 금산에 소재한 JMS 수련원에서 2021년 겨울까지 상습적으로 준강간, 준강제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했다. 변호사에 의하면, 그가 당한 성폭력 피해는 2018년 겨울부터 2021년 9월까지 추행 7회, 유사간음 6회, 간음 2회 등 모두 15차례다.
고등학생 때 세상의 허무함을 느끼고 진리를 찾다가 JMS에 빠졌다는 그는 “너는 하나님의 신부라 하며 모든 시간과 사랑을 성령, 성자, 성부 하나님께 바치게 한다. 삼위일체가 이 땅에 보낸 재림주 정명석에게 모든 걸 바치면 성부, 성자, 성령께 하는 것과 똑같다고 정명석 메시야로 섬기게 한다. 그렇게 젊은 사람들을 속이고 삶과 생각을 교회와 정명석에 쏟게 만들고 결국 그들을 지배한다”고 했다.
이어 “그 중 스타를 뽑는다. ‘스타’는 천주교 수녀처럼 하나님만 위해 살고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하나님의 사랑과 뜻을 이루는 신부의 시대, 스타는 하나님과 결혼한 셈이고 메시야 정명석과 결혼한 셈”이라며 “스타를 외모로 뽑지 않고 하나님 사랑하는 마음으로 뽑는다며 다양한 사람을 뽑지만, 결국 키 크고 예쁘고 젊은 여자를 뽑는 게 대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그런 스타를 편지와 돈, 다양한 방식으로 특별히 관리한다. 스타에게 속옷을 선물하며, 신랑이 신부를 사랑하는 것처럼 관리한다. 많은 스타들이 세뇌되고 정명석을 신랑 삼고 간다. 목회자들은 스타들에게 다른 이성을 쳐다보지 말고, 정명석을 더 사랑하고 기도하고 말씀을 연구하고 정명석과 편지로 소통하라고 하며, 정성껏 정명석을 사랑하게끔 한다”고 했다.
한국에 온 뒤 2018년 성추행을 처음 당했다는 그는 당시 심경에 대해 “이상하고 혼란스러워도 믿음의 시험, 하나님의 사랑이라고 저 자신을 오히려 설득했다. 홍콩에 돌아갔다가 2021년 정명석이 다시 한국에 오라고 했다. 그때부터 성폭행까지 당했다. 혼란스러웠고, 지인에게 피해 사실을 말하고 조언을 받아들이고 나니,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정명석은 메시야가 아니고 사이비 종교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변심하지 않는 척하면서 다시 한 번 더 성폭행을 당하고서야 나올 수 있었다. 그날 밤 성폭행 증거를 남기기 위해 녹음을 했고, 파일이 있다”며 “신분을 가리지 않고 나와서 고소하는 이유는 더 이상의 피해자가 없도록 하고자 함”이라고 했다.
그는 “그들은 분명 제 말이 거짓말이라고 주장할 것이고, 절 공격할 것도 안다. 이미 제가 여기 오는 과정에서도 스토킹과 같은 많은 일이 있었다”며 “제가 받은 고통을 말하지 않으면 좋아서 참는 줄 알 것이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 죽기 전 하늘이 제게 준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상으로 증언한 호주 국적의 A씨는 월명동 수련원 등에서 5회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그 일이 일어나자마자 ‘메시야가 정말 이런 짓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나는 정말 신부가 된 거야’라고 생각했다. 다른 목사에게 이야기하니 ‘너는 진짜 신부가 된 것’이라고 했다. 우리 같은 신앙 ‘스타’들은 세뇌과정 초기부터 이미 길들여진다. (JMS 내에서) 이걸 다르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짓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게(고소에 나서는 것이) 정의고 복수이고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다. 순순히 지나가게 할 수 없었다. 결과에 대해 값을 치러야 한다. JMS는 의로운 종교가 아니다. 실제 범죄자, 강간범을 지지하는 기관이다. 그렇게 계속 둬선 안 된다”고 말했다.
고소 대리인 “조직적 방해 우려로 경찰청에 접수”
고소 대리인 정민영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이들의 진술이 대단히 구체적이고 일관되어 있다. 그 일을 경험치 않은 이들이 도저히 만들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며 “정명석의 성폭력 범죄는 충남 금산 월명동 수련원의 개인 사무실, 방, 자신의 차량 등에서 이뤄졌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정명석을 메시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끔찍한 일을 당하고 심리적 혼란을 느꼈지만, 특별한 축복이라며 거역할 수 없었다. 육체적·심리적 반항 불가 상태로 형법에 준강간, 준강제추행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아무런 의문이 없다”고 했다.
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한 이유는 “JMS 본거지인 충남 월명동에는 수사기관, 관공서에 신도 또는 협력자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 경찰서에서 수사될 경우 수사기밀 누설, 조직적 방해의 우려가 대단히 높다고 판단했다. 실제 해외 도피시절 국정원 직원이 수사 기밀을 누설해 해임된 사례가 있다”고 했다.
한편 JMS 측은 입장문을 통해 “탈퇴 여성들이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내용은 사실이 아니거나 왜곡·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