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칼럼] 하나님께 진심이었던 웃사는 왜 죽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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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진리’이신 하나님

▲이경섭 목사. ⓒ크투 DB

▲이경섭 목사. ⓒ크투 DB

하나님은 죄인에게 생명을 주는 ‘구원자’인 동시에 그를 저주에 처하는 ‘심판자’이시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단지 하나님이 인간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주권자이심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존재론적 속성(Ontological attribute 存在論的 屬性)으로 말미암은 경륜을 말한 것이다.

곧 ‘생명의 원천’이신 하나님을 만난 이들에겐 그가 구원자가 되고, 하나님을 떠난 이들에겐 그가 심판자(엡 4:18, 살후 1:9)가 되심으로서이다. 성경이 “하나님을 가까이 함이 내게 복(시 73:28)”이라고 한 말은, 하나님을 떠나 저주 아래 있던 죄인이 그에게 나아와 생명을 얻으니 복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하나님을 만남이 다 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불의한 죄인이 거룩하신 하나님을 직접 접촉하면 해를 받는다. 그 적나라한 예가 웃사(Uzzah)가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인 ‘하나님의 궤(the ark of God)’를 만지다가 즉사한 경우이다.

“저희가 나곤의 타작 마당에 이르러서는 소들이 뛰므로 웃사가 손을 들어 하나님의 궤를 붙들었더니 여호와 하나님이 웃사의 잘못함을 인하여 진노하사 저를 그곳에서 치시니 저가 거기 하나님의 궤 곁에서 죽으니라(삼하 6:6-7).”

죄인이 생명의 하나님을 못 만나 멸망받는데, 오히려 그를 접촉해 죽임을 당했다. 말하자면 생명으로부터 죽임을 당한 꼴이다. 모순처럼 보이나 이것이 하나님의 존재론적 속성(Ontological attribute)으로 말미암은 ‘죄인의 딜레마(hot potato)’이다.

◈‘생명’과 ‘진리’이신 하나님

이 딜레마는 삼위일체 하나님이 ‘생명의 하나님(시 42:8)’인 동시에 ‘진리의 하나님’이라는 사실과도 맞닿아 있다(시 31:5, 사 65:16. 요 15:26;16:3). 성경이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생명’과 ‘진리(요 14:6)’로, 성령을 ‘생명의 시여자(롬 8:2 계 22:17)’와 ‘진리의 증거자(요 15:26 ;16:3)’로 일컬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하나님의 생명’은 ‘그것의 법칙’인 ‘진리’안에서만 죄인에게 생명이 되며 그것을 벗어나면 생명이 못된다. 죄인이 ‘진리’를 거스리고 막무가내로 하나님께로 직진하다간 웃사처럼 죽임을 당한다(이는 유대인이 ‘하나님께로 달음박질하다가 멸망당하고(롬 9:16)’, ‘그리스도를 찾다가 죄 가운데서 죽는 것(요 8:21)’을 상징한다).

비유컨대, 인간이 불 없이 살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가 불 속으로 직접 뛰어들면 불에 소멸(燒滅)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나님을 “소멸하는 불(히 12:29)”이라고 했다. 그가 어떤 사람에겐 죄를 태우는 ‘생명의 불’이지만, 어떤 사람에겐 그 자신을 태우는 ‘심판의 불’이 된다는 말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하나님의 궤를 붙잡았다가 즉사한 웃사를 주목해 보자. ‘과연 그는 죽을 짓을 해서 죽었는가?’그가 한 일은 언약궤를 실은 소가 요동쳐 그것이 땅에 떨어지려는 것을 막으려 언약궤를 붙든 것이 전부이다.

아마 우리 중 얼마도 그 때 그 자리에 있었다면 웃사처럼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런 웃사에게 저주를 내리셨다. 일반의 상식으론 잘 이해되지 않는다. ‘상(賞)은 못줄망정 죽음이라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하나님은 생명의 하나님인 동시에 진리의 하나님’이시며, “‘진리’는 ‘열심과 경건’에 우선한다” 는 명제(proposition, 命題)를 떠 올리면 생각이 달라진다.

사울이 아말렉을 쳐서 얻은 ‘전리물(戰利物)을 남겨두지 말라(삼상 15:3)’는 하나님의 명을 거부하고 살진 짐승들을 꼬불쳐뒀다가 하나님의 진노를 산 일도(삼상 15:9-26)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의 행동 역시 ‘일반의 상식’으로 보면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니다. 아주 합리적이고 경제적이다. 그러나 ‘진리’면에선 하나님을 대적한 큰 악이었다. 결국 이 일은 사울이 하나님의 버림을 받게 된 한 요인이 됐다(삼상 15:26).

하나님을 향한 ‘열심’과 ‘경건’이 아무리 진심이라도 ‘진리’에 입각하지 않으면 그의 진노를 불러일으킨다. 이스라엘을 비롯해 이단들의 종교적 열심도(설사 자기의 목숨까지 희생한다 해도) 다 이 범주에 속한다.

“내가 증거하노니 저희가 하나님께 열심이 있으나 지식을 좇은 것이 아니라(롬 10:2)”. “마땅히 율법과 증거의 말씀을 좇을지니 그들의 말하는 바가 이 말씀에 맞지 아니하면 그들이 정녕히 아침빛을 보지 못하고(사 8:20). ”

◈하나님이 심판자 아닌 구원자가 되게 하시려면

다행히 하나님은 죄인이 그에게 접근해도 소멸되지 않을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셨다. 곧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이다. 그리고 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께로 가는 것’이 ‘진리’이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 14:6).” 이 진리를 거스리고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모두 그의 불에 소멸된다. ‘성령’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께로 가는 이 ‘진리’를 증거 하는 ‘진리의 영’이시다.

“내가 아버지께로서 너희에게 보낼 보혜사 곧 아버지께로서 나오시는 진리의 성령이 오실 때에 그가 나를 증거하실 것이요(요 15:26).” 신앙은 ‘진심(sincerity, 眞心)’이 아닌 ‘진리(truth, 眞理)’이다. ‘진심’엔 사람의 호응이 따르지만 ‘진리’엔 성령의 보증이 따른다.

시내산 떨기나무(죄인을 상징)에 하나님의 불이 임했음에도 그것이 불에 소멸(燒滅)되지 않음(출 3:2)을 통해 죄인이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접근하면 소멸되지 않는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요엘(Joel) 선지자 역시 하나님이 성령을 만민에게 부어주어 그들 안에 거하실 것을 예언했다. “그 후에 내가 내 신을 만민에게 부어 주리니 너희 자녀들이 장래 일을 말할 것이며 너희 늙은이는 꿈을 꾸며 너희 젊은이는 이상을 볼 것이며 그 때에 내가 또 내 신으로 남종과 여종에게 부어 줄 것이며(욜 2:28-29).”

실제로, 그 예언은 성취되어 오순절 성령 강림 이후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 안에 성령이 내주해 왔고, 그들은 소멸되지 않았다. 이는 그들이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곧, ‘진리를 쫓아’하 나님을 모셨기 때문이다. 할렐루야!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개혁신학포럼 대표,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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