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에서 1차세계대전 동안 젊은이들은 엄청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혼란된 성을 경험하였다. 1차세계대전은 그동안 유럽에서 누적되어 온 “도덕적 타락” 문제들을 그대로 드러내고 대규모로 악화시켰다. 병사와 후방의 여성 모두에서 전통적 남녀역할이나 성 개념에 대 지각변동이 있었다. 전쟁이 끝난 후 고향으로 돌아온 제대군인들은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가 되어 도시로 몰려들어 난폭하게 술을 마시고 성적문란에 빠져 들었다.
전쟁이 끝나고 과학기술과 산업발달과 경제가 발전하면서 세상은 다시 부유해지기 시작하였다. 전후 노동조건의 개선으로 여가 활동할 시간이 많아졌다. 풍요한 과소비적 도시생활이 등장하였다. 자동차, 비행기, 라디오, 영화, 냉장고 같은 온갖 새롭고 신기한 산업문명의 이기들이 등장하였다. 프로스포츠, 경마 같은 오락산업도 번창하였다. 상업적 소비자 문화가 나타났고 소비자 욕구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새로움과 신기함이 넘쳐났다. 현대 기술발달로 모든 것이 장밋빛으로 보였다. 서구의 대도시들 예를 들어 베를린, 파리, 시카고, 뉴욕 등 대도시들이 이런 문화적 변화의 선두를 달리었다. 그러면서 전통이 파괴되었다.
“근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인기리에 유행하였다. 대중적 인기인(영화배우, 체육인 등)이 등장하면서 이상적 인간형은 변화하였다. 가부장적 모습을 버린 평등주의적인 그러나 매력적인 새로운 이상적 남성의 모습이 제시되었다. 그런데 소련에서 성혁명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자 서구에서도 성적 자유가 구가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에서의 전쟁, 경제발전, 그리고 성문화의 타락이라는 역사와 비슷하다고 보여진다) 자유연애, 성적 매력, 데이트 하는 법, 성행위 교본, 고백적 글들, 자위, 성병, 동성애, 등등에 대한 정보나 조언이 밀물처럼 출판되었다. 그 조언은 정신분석이라는 과학의 이름으로 성을 억압하지 말고 해방하라는 것이었다.
이미 서구에서는 이런 성문화의 변화를 부추기는 사상들이 유행하고 있었다. 19세기의 낭만주의, 진화론, 막시즘, 니체로 대표되는 인간적 철학, 빅토리아 시대의 위선적 성문화, 20세기 초기의 파리의 농염한 벨 에포크, 그리고 세기말의 허무적 데카당스 성문화, 그리고 이런 시대의 변화에 발맞춘 프로이트의 히스테리분석과 성억압 이론 등이 성혁명을 조장하고 있었다. 그런데다 일차세계대전은 이 모든 문화를 뒤흔들고 섞어 성적 쾌락의 문화를 태동시켰던 것이다.
진보적 지식인들과 예민한 감성의 작가들과 예술가들이 성혁명에 열렬히 동참하였다. 작가들은 성과 불륜을 예찬하는 소설을 썼다. 대표적으로 D H 로렌스의 차탈레이부인의 연인(1928)이 있다. (출판되자 말자 금서가 되었지만) 버트란드 러셀 같은 철학자들은 일부일처제 가족체제를 비판하였다. 아르테코 같은 화려하고 에로틱한 장식적인 예술이 등장하였다. 섹스매직 오컬트도 유행하였다.
이러한 성문화에 부응하여 소위 플래퍼걸이라고 불리는 여성들이 등장하였다. 일차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한층 더 힘을 얻은 페미니즘이 젊은 여성들을 집밖으로 불러내었다. 젊은 여성들은 직장에서 번 돈으로 춤추기 좋은 플래퍼라 불리는 의상을 걸치고, 짙게 화장하고 담배를 꼬나물고, 자동차를 몰며 카페나 캬바레에 들락거렸다. 캬바레는 일차 성혁명의 대표적 상징이다. 여기서 재즈음악이 연주되고 남녀가 어울려 술에 취하여 찰스톤댄스와 프리섹스를 즐겼다. 매춘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성병이 창궐하였다.
그리하여 1920년대에 베를린, 파리, 런던, 뉴욕 등 서구의 대도시에서, 캬바레문화로 대표되는 성문화 현상을 일차성혁명이라 부른다. 이런 소란스러운 시대를 미국에서는 the Jazz Age, the Roaring Twenties(진탕 마시며 노는 1920년대라는 의미)라고 불렀고, 프랑스에서는 années folles(Crazy Years)라 불렀고, 독일에서는 Golden Twenties라 했다. 그러나 그 문화는 퇴폐적이고 도덕적으로 파괴적이었다. 점잖은 사람들은 이런 성문화를 개탄하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나중 히틀러는, 잘못된 사람이지만, 이 시대의 베를린을 “악의 항구”라고 비판한 것은 옳았다. 이 환락의 시대는 경제공황과 이차세계대전으로 막을 내렸다. 우리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