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전하리라’며 개명한 ‘정필도’, 무릎의 목회자”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수영로교회서 위로예배 드리며 고인 회상

눈물만큼 은혜… 응답 있어야 움직여
인기 영합 직함 거절하고 오직 복음만
세습 유혹 뿌리치고 건강한 계승 이뤄
사적인 소유 버리고 공적인 삶 이어가
하나님과 교통하고 에녹처럼 동행한 삶

▲22일 수영로교회에서 열린 故 정필도 목사 입관예배 및 위로예배에서 성도들이 기도하고 있다. ⓒ교회 제공
▲22일 수영로교회에서 열린 故 정필도 목사 입관예배 및 위로예배에서 성도들이 기도하고 있다. ⓒ교회 제공

21일 82세를 일기로 별세한 故 정필도 목사의 위로예배가, 그가 설립한 부산 수영로교회에서 22일 열렸다. 설교를 전한 수영로여자신학원장 이정삼 목사는 “무릎으로 교회를 세우고, 무릎으로 목회하신 분”이라고 고인을 회고했다. 특히 개인적인 욕심을 모두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만 바라며 살았던 고인의 삶을 증거하며 그리움을 숨기지 못했다.

이 목사는 “회복되고 계시다는 말씀을 듣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소천받으셨다는 소식을 듣고 큰 어른을 잃었다는 생각에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아픔이 몰려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1941년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에서 태어난 목사님은 창신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셨다. 학교에 갈 때도 교회에 가서 기도하고 마치고 돌아오면서 또 예배당에 와서 기도하셨다. 어릴 때 그렇게 하나님의 사랑을 은혜를 뜨겁게 체험하신 분”이라고 했다.

이어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후 어머니가 작은 가게에서 장사하실 때,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니 여러 가지를 놓고 파셨는데, 목사님은 어린 학생이었지만 가게에서 팔아선 안 될 상품이 있는 것을 보고 어머니께 가게 문을 닫으라고 하셨다. 먹고 살아야 되니 문을 닫지 않으시자, 집안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는 나오지 않으셨다”고 했다.

이어 “그때 어머니의 요청에 창신교회 부목사님이 찾아왔는데도, 가게 문을 닫기 전에는 방문을 열지 않고 그냥 죽겠다고 하셨다더라”며 “어릴 때부터 이미 주님을 향한 일사각오의 마음이 뿌리 깊이 내렸다. 결국 어머니가 가게 문을 닫으시고 가정교사를 하시며 가정을 꾸려나가셨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원래 목사님의 이름은 정필도가 아니었다. 반드시 도를 깨닫고 끝까지 전하리라는 뜻으로 개명을 하셨다”며 “군에 가서도 그곳을 복음으로 완전히 물들게 하리라는 위대한 복음의 열정을 갖고 사셨다”고 했다.

이후 다섯 교회에서 청빙을 왔지만, 부산에 개척한 고인은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고 무릎으로 교회를 세우고 무릎으로 예배당을 짓고 무릎으로 목회를 했다고 한다. 이 목사는 “눈물이 채워지는 만큼 은혜가 채워진다는 말씀을 늘 하셨다”며 “모든 일을 시작하기 전에 무릎 꿇고 기도를 먼저 하고 하나님의 응답이 있어야 그 다음에 움직이셨다”고 전했다.

또 “성도를 매우 사랑하셨다. 미운 성도가 있으면, 그저 입을 다물고 기도하라고 하셨다. 그래야만 문제가 해결되고 하나님께서 해결해 주시는 것을 본인이 체험하고 성도들에게 늘 전하셨다”고도 했다.

▲부산 수영로교회 설립자 故 정필도 목사의 빈소가 마련된 수영로교회. ⓒ교회 제공

▲부산 수영로교회 설립자 故 정필도 목사의 빈소가 마련된 수영로교회. ⓒ교회 제공

▲수영로교회 이규현 담임목사가 입관예배에서 기도하고 있다. 故 정필도 목사는 아들과 사위가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음에도 세습이 아닌 건강한 목회 계승을 이뤄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교회제공

▲수영로교회 이규현 담임목사가 입관예배에서 기도하고 있다. 故 정필도 목사는 아들과 사위가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음에도 세습이 아닌 건강한 목회 계승을 이뤄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교회제공

 이어 “(교단) 총회장 출마나 대외적으로 인기가 있는 것들을 모두 한 마디로 거절하셨다. 은퇴 후에는 세계 방방곡곡으로 다니시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셨다”고 했다.

아들과 사위가 모두 목회자임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목회 계승을 이뤄낸 점도 증거했다. 그는 “웬만하면 물려줄 수도 있고, 그런 것들이 한국교회에 너무 많았음에도, 하나님의 뜻대로 이뤄지길 바라시며 기도하신 후 호주에 계셨던 이규현 목사님을 후임으로 세우셨다. 교회가 안정되고 더욱 부흥됐다”고 했다.

그는 “목사님도 사람이신지라 욕심이 없을 수 없으셨을 텐데, 전혀 그런 것들을 보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영광과 은혜, 복음 전파만을 바라셨다. 사심을 버리고 하나님의 뜻을 먼저 바라셨던 것을 여러분도 알고 저도 알고 하나님도 아실 것”이라고 했다.

이 목사는 또 “교회마다 은퇴금으로 시끄러운데도, 정 목사님은 본인의 사택도 교회 이름으로 등기가 되어 있고 차도 마찬가지다. 내 것이라고는 하나도 가지지 않고 오직 교회 이름으로 하셨다. 후원금이 들어오면 선교비로 다 보내셨다. 선교지에서도 관광은 하나도 하지 않으시고 방에서 계속 기도하셨다. 늘 기도로 하나님과 교통하고 에녹처럼 동행하신 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사람을 주께로 돌아오게 하셨다. 사심을 버리고 오직 주님만 바라보고 오직 예수, 오직 성령, 오직 믿음, 오직 성령 충만으로 사신 목사님이 지금은 주님의 품 안에서 영광 중에 계실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22일 수영로교회에서 열린 입관예배 및 위로예배에서 설교를 전한 수영로여자신학원장 이정삼 목사는 “무릎으로 교회를 세우고, 무릎으로 목회하신 분”이라고 고인을 회고했다. ⓒ교회 제공

▲22일 수영로교회에서 열린 입관예배 및 위로예배에서 설교를 전한 수영로여자신학원장 이정삼 목사는 “무릎으로 교회를 세우고, 무릎으로 목회하신 분”이라고 고인을 회고했다. ⓒ교회 제공

이어 조사를 전한 부산성시화 여성기획단장 조금엽 권사는 “생을 마감하는 많은 이들이 장례예배에서 모두 잘 사셨다고 손뼉을 치지는 않는다”며 “평생을 주님께 시선을 고정하시며 하나님을 사랑하시고 교회를 사랑하시며 하나님나라의 전진과 확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신 목사님의 삶을 보며, 나는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고 전했다.

조 권사는 “단순하고 선명한 삶을 사신 목사님의 뒷모습을 면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선한 모범이 되어 주셔서 감사하다”며 “그저 기도와 선교를 위한 삶은 어떤 가치를 좇아야 할지 고민하는 성도들에게 가르치셨을 뿐만 아니라 삶으로 살아내신 멋진 스승이셨다”고 회고했다.

한편 고인은 올해 2월 24일부터 급성폐렴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왔다. 위로예배는 22일(화)부터 24일(목)까지 오전 11시 수영로교회 본당 은혜홀에서, 천국환송예배는 25일(금) 오전 11시 수영로교회 은혜홀 대예배실에서, 하관예배는 25일(금) 창원공원묘원에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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