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를 변화시키는 ‘행복 신학’ 24] ‘누뜨니 할트’를 벗는 신앙
몽골 테를지 국립공원(Gorkhi-Terelj National Park)은 세계적인 관광지이다.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차로 1시간 반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공원 입장료를 내고 좀 더 들어가 보면, 캠프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이 나온다. 광활한 초원 위에 게르(ger)로 만들어진 숙소가 바위산을 병풍 삼아 군데군데 펼쳐져 있다.
그 언덕배기에는 기이한 체험을 하는 코너가 있다. 독수리를 데리고 있는 현지인이 관광객을 상대로 돈벌이를 하는데, 돈을 내면 독수리를 팔에 얹어 사진을 찍게 해 준다. 필자는 몽골에 처음 갔을 때 선교사님의 권유로 독수리와 함께 사진 몇 장을 찍은 적이 있다.
‘하늘의 제왕’ 독수리는 천성적인 맹수의 본능 때문에 일반적으로 잘 길들여지지 않는다. 매우 강한 공격성을 가지고 늑대나 여우 등을 사냥한다. 하지만 이곳 독수리들은 사람과 함께 사진 찍을 정도로 고분고분해져 있는데, 사냥꾼에게 혹독한 훈련을 받아 잘 길들여진 상태이다.
현지인의 말에 따르면, 사람과 함께 어울리는 독수리는 새끼 때부터 수년간 길들여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독수리의 훈련 과정을 듣다가 참으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맹수의 공격성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누뜨니 할트’라고 하는 눈가리개를 머리에 씌운다는 것이다.
이것을 씌우면 눈이 가려져 사냥감을 공격하지 못하고 하늘을 제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도 없다고 한다. 사냥꾼의 입맛대로 독수리를 길들여지게 하는 장치가 바로 ‘누뜨니 할트’인 것이다.
그 순간 우리의 영적 상태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하늘의 주재이신 하나님의 자녀들이다. 그리스도의 보혈로 값 매겨진 존귀한 신분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눈이 마치 ‘눈가리개’로 가려져, 우리의 실제 모습을 전혀 나타내지 못하는 상태일지도 모른다.
존귀한 그분의 자녀인 우리가 성령의 지배를 받기는커녕 ‘눈가리개’에 영적 시야가 가려져, 도리어 세상에 길들여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현재 우리 모습이 하늘의 제왕다운 면모를 전혀 보이지 못하는, ‘누뜨니 할트’를 쓴 독수리 같은 모습이지는 않는가?
사탄은 할 수만 있으면 거듭난 성도들을 자기 입맛대로 길들이려고 한다. 돈과 권력과 쾌락이라는 ‘누뜨니 할트’로 말이다.
사탄과 그의 졸개들은 우리의 존귀한 신분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나님이 한 번 택하신 자를 자기들이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그들의 전략은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인 채로 살아가게 하되, 마치 고분고분해진 맹수처럼 만드는 것이다.
한국교회 안에 갈수록 ‘누뜨니 할트’로 길들여진 교인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구원은 받았지만, 여전히 돈이 최고인 사람들이 많다. 돈 버는 일에 하나님의 능력을 동원해서 어떻게 하면 더 큰 ‘대박’을 터뜨릴까를 고민한다.
또 신분은 하나님의 자녀인데 세상 권력에 미쳐서 그것이 하나님의 권세보다 더 위대하다고 느끼는 교인도 많다. 하나님 나라가 마치 우리가 세상에서 차지하는 권력에 따라 좌우되는 걸로 많이들 착각한다.
그리고 성적 쾌락을 비롯한 온갖 쾌락에 길들여져 실제 모습이 전혀 하나님의 자녀답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청년들의 연애관과 결혼관이 하나님 나라와는 전혀 상관없이 세상의 그것과 꼭 닮아 있다.
특히 요즘에는 정치 이데올로기 또는 이념이라는 ‘누뜨니 할트’에 길들여지고 있다. 분명히 우리가 믿는 십자가의 복음, 하나님 나라(천국)의 복음은 모든 정치적 입장을 뛰어넘는 최상위 가치이다.
그 어떤 이데올로기나 이념으로도 담아낼 수 없는 우주적인 가치가 바로 우리가 믿는 복음이다. 그런데도 각 이념의 특정 한두 지점에 매몰되어, 그것이 마치 천국 복음을 온전히 담아내는 것인양 기를 쓰고 자신의 입장을 대변한다. 심지어 어느 한 진영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대상으로 가차 없이 공격한다. 그것도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 안에서 말이다.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다. 사탄의 전략이 제대로 먹이는 중이다. 분명히 하나님의 자녀들인데도, 어느새 사탄의 ‘눈가리개’에 사로잡혀 우리의 원래 모습을 전혀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성령의 능력으로 사탄의 권세를 제압하고 세상을 향해 거룩한 도발을 일삼아야 할 우리가 도리어 ‘누뜨니 할트’로 길들여진 고분고분한 맹수가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희망은 교회에 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당신의 나라를 우리 교회를 통해 세상 가운데 이루어 가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은 주의 몸 된 교회를 지금 상태로 절대 내버려두시지 않을 것이다. 때가 되면 반드시 교회의 존재 목적에 부합하도록 교회들 가운데 정화 작업을 시작하실 것이다.
이제 우리는 사탄이 우리를 길들이려고 씌우려는 ‘누뜨니 할트’를 단호히 벗어버려야 한다! 더 나아가 성령의 능력에 사로잡혀 성도의 본능으로 세상을 담대히 살아가도록 힘써야 한다. 맹수의 본능으로 두려움 없이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는 독수리처럼.
권율 목사
경북대 영어영문학과(B.A.)와 고려신학대학원 목회학 석사(M.Div.)를 마치고 청년들을 위한 사역에 힘쓰고 있다. SFC(학생신앙운동) 캠퍼스 사역 경험으로 청년연합수련회와 결혼예비학교 등을 섬기고 있다.
비신자 가정에서 태어나 가정폭력 및 부모 이혼 등의 어려운 환경에서 복음으로 인생이 개혁되는 체험을 했다. 성경과 교리에 관심이 컸는데, 연애하는 중에도 계속 그 불이 꺼지지 않았다. 현재 부산 세계로병원 원목(협력)으로 섬기면서 여러 모양으로 국내선교를 감당하는 중이며, 매년 선교지(몽골, 필리핀) 신학교 강사로도 섬기고 있다.
저서는 <올인원 사도신경>, <올인원 주기도문>, <올인원 십계명>, <연애 신학> 등이 있고, 역서는 <원문을 그대로 번역한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영한대조)>외 3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