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당시 독일 기독교인들의 실수 반복 말 것 강조
러시아정교회의 한 목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러시아 니콜스코예(Nikolskoye) 마을에 있는 그리스도부활정교회의 담임인 이오안 부르딘(Ioann Burdin) 목사는 한 독립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 상황에 대해 침묵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것은) 정치에 관한 것이 아니라, 성경에 관한 이야기였다. 내가 침묵한다면 나는 성직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는 “러시아정교회 지도자들은 일반적으로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정부와 밀접하게 일치시킨다”면서 “지난달 러시아 당국이 그의 반대 의견에 대해 벌금을 부과한 후 국제 헤드라인을 장식한 그의 이러한 행동은 규범에서 벗어난 것이었다”고 전했다.
부르딘 목사는 종교와 정치를 다루는 독립 저널리스트인 류 네스코트 주니어(Lew Nescott Jr.)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을 비판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네스코트는 릴리저스뉴스서비스(Religious News Service, RNS)에 부르딘 목사와의 인터뷰 녹취록과 녹음본을 제공했다. 부르딘 목사는 또 명확성을 위해 자신의 답변을 편집할 수 있는 권한을 RNS에 부여했다.
부르딘 목사는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그의 첫 번째 공개적인 반발이, 전쟁이 시작된 직후인 2월 25일 온라인에 게시한 공개 서한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전’이라고 묘사된 서한의 목적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실제 전쟁’이자 ‘러시아의 침공’이라고 비판하는 것이었다. 러시아는 이를 ‘특수 군사 작전’으로 설명했다”고 했다.
그는 다른 성직자들과 함께 서명한 편지에서 “피는 살인자들에게 뿐만 아니라 침묵을 지킨 이들, 항의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저주”라고 주장했다.
부르딘 목사는 인터뷰에서 “모든 기독교인의 의무는 이 공격적인 전쟁을 두고 권력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러시아가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벌어진 제2차 세계대전과 관련해 “우리는 수십 년 전 독일 정부가 폴란드를 침공했을 때 이를 지지했던 기독교인들의 실수를 반복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입장은 러시아정교회의 수장인 키릴 모스크바 총대주교와 대조된다. 키릴 총대주교는 전쟁을 지지하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영적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최근 설교에서 이 전쟁이 러시아와 서방국가 사이의 더 큰 ‘형이상학적’ 갈등의 일부임을 시사하고, 그 가운데 동성애 퍼레이드와 같은 이슈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와 다른 지역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러시아정교회 사제들로 구성된 성악 그룹은, 예배 중 키릴 총대주교의 이름을 기념하는 것을 중단했다.
부르딘 목사를 포함해 세계 여러 지역 출신 러시아정교회 사제들 280여 명도 3월 초 우크라이나에 대한 ‘동족 간의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에 서명했다.
동일한 시기에 부르딘 목사는 ‘용서주일’ 예배에서 러시아의 행동을 규탄하는 짧은 연설을 했다. 그는 “나는 교구인들에게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이 한 교회의 두 부분이라고 말했다. 나는 우크라이나 도시 오데사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았고, 나 같은 러시아정교회 신부에게 이는 내전과도 같다”고 했다.
이후 그는 교구인들에게 우크라이나의 평화에 대한 두 가지 기도문을 추가하고, 하나님께 우크라이나인들을 보호해 달라고 기도할 것이라고 했다.
약 2시간 후, 그는 한 교구에서 경찰이 신도들에게 자신의 강론에 대해 묻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고, 경찰은 1시간 후 그에게 직접 연락해 경찰서에 찾아와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부르딘 목사는 “내가 체포되었다는 초기 보고서는 거짓이었다”면서 “대신 당국에 신고해 달라는 통화 후 지역 경찰서를 찾아갔고, 경찰들은 ‘도덕적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국은 그에게 “당신에게는 훌륭한 교회가 있지만, 당신은 조국을 배신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