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칼럼] 예수의 비유들: 비유(parable)를 통한 하나님 나라 가르침(X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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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예수 연구 시리즈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14. 하나님은 그의 은혜로써 많이 일한 자나 적게 일한 자를 동일하게 취급하신다.

포도원 품꾼과 주인 비유는 주인이 고용한 종들에 대해 차별없이 임금을 지불하는 주인처럼 그분이 택하신 자들에 대하여 행위를 보지 않으시고 변혁적 사랑으로 동일하게 대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가르치고 있다. 포도원 주인은 아침 일찍 와서 일한 자나 정오에 와서 일 한자, 저녁 해질 무렵에 와서 일한 자에 대하여 동일한 품삯을 제공한다. 이처럼 하나님은 우리의 공로를 보지 않으시고 그의 은혜로 많이 일했거나 적게 일했거나 상관없이 우리를 동등하게 취급하신다.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조건이란 우리의 업적이나 행실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공로를 통해 선택된 자들에게 값없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다. 우리가 일하는 직장에 먼저 와서 오래 근무하였다고 뽐낼 필요 없다. 내가 교회를 설립했다고, 혹은 많은 헌금을 내었다고 혹은 많은 업적을 내었다고 나의 공로를 주장하고 그 대가를 요구한다면 하나님이 기쁘하시지 않는다. 우리는 많은 사람 가운데 하나님 섭리 속에 그 자리에 배열된 것 밖에 없다. 우리는 역사라는 이미 정해진 시간과 공간 안에 던져진 것이다. 우리 스스로 역사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거대한 역사의 과정 속에 하나의 인간으로 투입된 것이다. 이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회적 불가항력성이다. 우리 누구도 태어날 때 스스로 인종, 국가, 가문, 성별을 선택하지 않았다. 우리는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인종, 국가, 사회, 가문, 성, 재능으로 태어났다. 우리 인간은 항상 겸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먼저 일하게 된 것에 대하여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우리 뒤에 온 자들이 우리와 동일한 대우를 받을 때 불평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자신도 은혜로서 부르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고 방식이 하나님 나라 시민의 사고방식이다.

15. 삶의 가치는 물질의 풍요함이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부요(富饒)함에 있다.

부유한 농부의 비유는 인간의 삶을 가치있게 하는 것은 재물의 증식이 아니라 영혼의 생명을 주장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부요(富饒)함이라는 것을 가르친다. 부유한 농부는 풍작으로 소출이 늘어나자 자기의 곳간을 늘리고 추수한 곡식을 쌓아놓고 편하게 먹고 마시자고 생각하나, 풍작을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망각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은 좋은 직장과 승진, 건강과 좋은 여건에 행복의 기준을 두고 이를 추구한다. 그리고 종교적인 차원은 도외시한다, 하나님에 대한 외경과 감사는 하지 않는다. 그것은 현세주의적이고 물질주의적 삶의 방식이다. 이러한 성공한 사람이 암에 걸리거나, 치명적인 질병에 걸리게 되면 자기가 이룬 모든 업적이란 무위(無爲)로 돌아간다.

인간은 자기가 노력한 일에 대하여 좋은 열매와 여건을 주신 하나님에게 감사하고 그에게 영광을 돌릴 때 비로소 이 모든 노력과 성공과 소유는 의미가 있다. 한 개인이 자기가 이룬 성공이나 업적을 자신만을 위하여 사용할 때 그의 성공과 행복이란 자기 만족에 끝나게 된다. 그러나 자기가 가진 것을 가난한 이웃과 나눌 때 그것은 이웃의 행복을 창출하는 것이며 창조자이신 하나님을 기뻐하게 하는 것이 된다. 구약의 잠언은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로서 이웃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웃을 업신여기는 자는 죄를 범하는 자요 빈곤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는 자니라”(잠 14:21). “가난한 자를 구제하는 자는 궁핍하지 아니하려니와 못 본 체하는 자에게는 저주가 크리라”(잠 28:27).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여호와께 꾸어 드리는 것이니 그의 선행을 그에게 갚아 주시리라”(잠 19:17). 이웃과의 나눔, 이웃의 섬김이 바로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하나님 나라를 구하는 삶의 윤리로는 1974년 로잔(Lausanne)운동이 제창하고 한국의 샬롬나비(Shalomnabi, 개혁주의 이론신천학회)가 시민운동의 실천윤리로 채택하여 실천하는 겸손(Humility), 정직(Integrity), 검소(Simplicity)가 속한다.

16. 종교라는 제도가 오히려 하나님 나라 진리를 은폐한다

악한 포도원 농부 비유는 포도원 소작인들의 악한 형태를 보여준다. 이들은 주인이 보낸 종들을 박해하고, 심지어 주인이 보낸 아들까지 상속인이니 죽여서 포도원을 자기들이 차지하고자 하였다. 이들 악한 소작인들은 당시의 잘못된 종교 지도자들(바리새인, 서기관, 사두개인, 제사장)을 의미한다. 율법과 종교는 하나님 나라의 진리를 드러내기 위하여 있다. 율법과 예언은 오시는 메시아를 약속하고 있다. 그런데 종교지도자들이 율법과 예언을 순수한 마음으로 읽지 않고 자기들이 만든 종교적 유산의 수건으로 보는 눈을 가리게 될 때 진정한 메시아를 알지 못하고 오신 메시아를 십자가에 처형하기에 이른다. 지도자들은 항상 하나님의 법에 대하여 열려야 한다. 율법과 예언으로 요약되는 구약성경 그 자체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오시는 메시아를 향하여 열려 있다: “너희가 성경에서 영생을 얻는 줄 생각하고 성경을 연구하거니와 이 성경이 곧 내게 대하여 증언하는 것이니라”(요 5:39).

그러나 자기 당파의 규례에 얽매인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은 사람의 영광을 구하는 종교적 수건에 가리어서 다가오는 메시아의 약속을 보지 못했다. 예수는 이들의 형태에 관하여 다음같이 지적하신다: “너희가 서로 영광을 취하고 유일하신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영광은 구하지 아니하니 어찌 나를 믿을 수 있느냐”(요 5:40). 예수는 이들을 고소하는 이가 바로 모세라고 말씀하신다. 이들이 진정 모세의 율법을 그 자체적으로 상고(詳考)하였으면 메시아를 알 수 있었다: “내가 너희를 아버지께 고발할까 생각하지 말라 너희를 고발하는 이가 있으니 곧 너희가 바라는 자 모세니라. 모세를 믿었더라면 또 나를 믿었으리니 이는 그가 내게 대하여 기록하였음이라”(요 5:45-46). 종교지도자들은 모세의 율법도 믿지 않았음으로 예수를 메시아로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에수는 이들에 관하여 다음같이 말씀하신다: “그러나 그의 글도 믿지 아니하거든 어찌 내 말을 믿겠느냐”(요 5:47).

17. 하나님 나라에 청함을 받은 자는 많되 택함을 입은 자는 적다

큰 잔치 비유에서는 큰 잔치에 사람들을 초청하였는데 초청받은 자들이 자기 일들이 바빠 사양하자 집주인은 종들에게 큰 네거리에서 누구든지 초청하도록 하여 잔치 좌석을 메운다. 비유는 이스라엘 백성과 종교 지도자들이 복음을 거절한 데 대해 이방인 선교를 예언하신 것이다: “너희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과 모든 선지자는 하나님 나라에 있고 오직 너희는 밖에 쫓겨난 것을 볼 때에 거기서 슬피 울며 이를 갈리라. 사람들이 동서남북으로부터 와서 하나님의 나라 잔치에 참여하리니“(눅 13:28-29). 예수는 회심한 이방인들이 믿음의 열조들과 예언자들과 같이 메시아적 연회(宴會)(The Messianic Banquet)에 참석할 것이나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고 종교적 유전(遺傳)을 강조하는 정실(情實)주의(favouritism)에 집착한 유대인들은 이 잔치에서 쫓겨 나간다고 예언하신다.

비유에서 집주인은 잔치에 입는 예복을 입지 않은 자를 발견하고 그를 밖으로 쫓아낸다. 예수는 이 비유를 제시하시면서 “청함을 받은 자는 많되 택함을 입은 자는 적다”고 가르치신다. 하나님의 복음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하나님 나라에 초대되나 예복을 갖추어야 한다. 예복을 갖춘 자란 예수의 보혈로 죄 씻김을 받은 자를 말한다.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요 메시아라고 믿는 자만이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은 자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옷 입은 자가 예복을 갖춘 자다. 사도 요한은 하늘에서 하나님의 백성이 모여서 승리를 구가(謳歌)할 때 “각 나라와 족속과 백성과 방언에서 셀 수 없는 큰 무리가 흰 옷을 입고 나오는데(계 7:9), 이들은 “큰 환난에서 나오는 자들인데, 어린 양의 피에 그 옷을 씻어 희게 한”자들이다(계 7:14). 예수의 십자가 보혈로 씻음을 받은 것이 바로 하늘 나라 잔치에 들어가는 예복은 입은 것이다. 예수의 십자가는 온 세상과 우주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보혈의 은혜는 십자가의 대속을 인격적으로 받아들이는 신자(信者)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복음의 수용은 전적으로 개인의 인격적 결단에 달려 있다: “네가 만일 네 입으로 예수를 주로 시인하며 또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네 마음에 믿으면 구원을 받으리라”(롬 10:9). 그리스도를 구주로 받아들이는 결단에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인도하심과 인간의 실존적인 책임과 결단이라는 역설적 계기가 신비적으로 수행된다. 여기에 은총의 교리라는 인간 이성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신비로운 측면이 있다: “그런즉 원하는 자로 말미암음도 아니요 달음박질하는 자로 말미암음도 아니요 오직 긍휼히 여기시는 하나님으로 말미암음이니라”(롬 9:16). 우리는 단지 겸허하게 받아들일 뿐이다.

18. 슬기로운 자는 항상 깨어 있어 하나님 나라를 준비하는 자

청지기 비유(마 24:45-51, 눅 12:42-46) 그리고 슬기로운 처녀들과 어리석은 처녀들의 비유(마 25:1-13)는 제자들이 항상 깨어 있어 다가오는 하나님 나라를 준비하여야 할 것을 교훈하고 있다. 청지기 비유에서 충성되고 지혜로운 종은 주인이 오시는 날(결산)에 대비하여 항상 깨어서 자기 일을 잘 수행하나, 악하고 게으른 종은 동료들과 싸우고 소송하며 서로 물고 뜯고 자기 맡은 일을 소홀히한다. 슬기로운 처녀들과 어리석은 처녀들의 비유에서도 슬기로운 다섯처녀는 항상 깨어 있어 등에 기름을 준비했으나 미련한 다섯 처녀는 게으르고 나태해서 등에 기름을 충분히 준비하지 아니했다.

하나님 나라는 임박했다. 그러나 언제 임할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므로 하나님 나라를 대망하는 자들은 항상 깨어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진정한 신자는 살아계시는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 속에서 항상 그가 주신 성경을 읽으면서 그의 뜻을 묵상하고 거룩한 삶을 살아가는 자다. 언제 주님이 오시드라도 “아멘 주여 어서 오시옵소서” 라는 마음으로 그분을 맞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예수의 가르침은 “좁은 길을 가라”는 그의 가르침에 상응한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들어가기를 구하여도 못하는 자가 많으리라”(눅 13;26). 하나님 나라의 시민은 매일 좁은 길, 즉 하나님의 계명과 율례의 길을 걷는 자이다. 하나님 나라를 대망하는 자는 다가오는 하나님 왕국을 추구한 영미의 청교도들처럼 오늘도 하나님의 법과 계명을 지키는 절도와 규범의 삶을 산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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