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젖줄’ 요단강의 발원지, 골란 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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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32] 바울과 다메섹 가는 길(8)

구약 시대부터 소들 방목하던 바산 지역
오늘날에도, 여기저기서 풀 뜯는 모습을
시리아인들, 국적 바뀌고도 협조적 태도
내전 탓에 이스라엘 공격은 엄두도 못내

▲골란 고원 남부를 흐르는 요단강.  헐몬산 밑의 바니아스(Banias) 샘에서 발원한다.

▲골란 고원 남부를 흐르는 요단강. 헐몬산 밑의 바니아스(Banias) 샘에서 발원한다.

2천여 년 전 다메섹을 향하여 이곳을 지났을 것으로 짐작되는 바울의 눈으로 골란 고원을 살펴본다.

바울 시대보다 1천 년 훨씬 전에도 바산(골란 고원의 성경 이름)에는 소들이 많이 방목되었는데, 오늘날에도 소들이 골란고원 여기저기서 한가하게 풀을 뜯는 모습이 평화롭다. 소들은 인간들이 괴물처럼 생긴 전차까지 동원하면서 이곳을 긴장의 장소로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것 같다.

골란 고원에는 지뢰밭이 널려 있고 이스라엘군이 개인화기, 공용화기, 그리고 포와 전차까지 동원하여 훈련하는 사격장이 있다. 물론 이스라엘 정부는 소들이 안전한 장소에서 방목되도록 관리하고 있다.

아름다운 갈릴리 호수와 맞닿은 골란 고원 남부 지역에는 마을이 없고 전쟁의 상흔도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시리아 국경과 마주하는 북쪽과 동쪽 지역에서는 곳곳에서 전쟁의 상흔을 여기저기 볼 수 있다.

동북 지역에는 마을도 여러 곳이 있는데, 주민은 거의 시리아인들이다. 이 마을들은 모두 제3차(1967년)와 제4차(1973년) 중동전쟁 중 이스라엘군이 점령한 지역 안에 위치하고 있어, 전쟁이 끝나고 모두 이스라엘 마을이 되었다.

▲이스라엘과 시리아 국경 인근에 있는 시리아측 건물. 벽의 총탄 자국이 당시 전투의 격렬함을 증언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시리아 국경 인근에 있는 시리아측 건물. 벽의 총탄 자국이 당시 전투의 격렬함을 증언하고 있다.

주민들은 국적이 바뀐 후 이스라엘 정부의 행정에 잘 따라주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은 마땅한 산업이 없으므로, 주민들은 주로 농사 일을 한다. 대낮임에도 마을 한 가운데서 할 일 없이 모여서 잡담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렇게 골란 고원 주민들은 대부분 나라를 이스라엘에 빼앗긴 시리아인들이다. 그러나 시리아에서 2011년부터 일어난 내전으로 인해 현재까지 약 60만 명이 이미 사망하였고, 주민의 80% 이상이 빈민층이 되었다. 현재도 내전은 계속되고 있어 민간인 희생자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언제 이 내전이 끝날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스라엘에 대해 가장 호전적으로 칼을 갈고 있던 시리아가 내전으로 양분되자 시리아는 스스로 자멸함으로써, 이스라엘을 무력으로 공격하려던 원래 계획을 이행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북쪽으로부터 침공 위협이 없어진 이스라엘로서는 쾌재를 부를 일이지만, 이스라엘은 의연하게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이렇게 이스라엘의 시민이 되어 골란 지역에 거주하게 된 시리아인들도 어떤 면에서는 행운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시리아에 거주하는 친척들과는 만날 수 없게 되었지만, 일단 내전의 위험과 공포에서 해방된 삶을 영위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골란 고원 시리아인들이 원래 그들이 만든 마을에 거주하는 것에 비해, 골란 고원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은 정착촌을 만들어 생활하고 있다. 골란 고원에 시리아인들만 거주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긴 이스라엘 정부가, 웨스트 뱅크(베들레헴, 헤브론 등이 있는 서안 지대)에 유대인 정착촌을 만들어 유대인들을 이주시키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골란고원에도 유대인 정착촌을 만들어 유대인들을 이주시킨 것이다.

▲골란 고원 남부 언덕 위에 있는 유대인 정착촌.

▲골란 고원 남부 언덕 위에 있는 유대인 정착촌.

시리아인들의 마을이 좀 어둡고 우중충한 분위기를 가진 것에 비해, 유대인 정착촌은 깔끔하다. 웨스트 뱅크에 이스라엘 정부가 유대인 정착촌을 만들자, 그곳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격렬한 반대 시위를 하고 무력 충돌까지 하는 데 비하면 골란고원에서는 시리아인과 유대인 사이에 충돌이 없다.

이스라엘과 시리아 국경에는 철책선이 세워져 있고, 유엔 평화유지군이 파견되어 감시하고 있다. 이 철책선 인근에 전쟁 때 부서진 시리아인들의 건물이 폐허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데, 건물에는 전쟁의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어 당시 전투의 격렬함을 조용히 증언해주고 있다.

그리고 철책선을 따라서 가까운 거리에 폭이 좁은 비포장도로가 달리고 있는데, 군용차량 이외에는 다니지 않는다.

지난 회에서 잠시 언급하였듯 이스라엘의 젖줄인 요단강의 발원지는 골란 고원 안에 있다. 생각하였던 것보다 강폭이 작고 수심이 낮아, 갈릴리 호수로 들어가는 부분조차 폭은 약 30m 정도이다.

▲시리아와의 국경 철책선을 따라 달리는 비포장도로. 왼쪽으로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국경 철책선이 있다.

▲시리아와의 국경 철책선을 따라 달리는 비포장도로. 왼쪽으로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국경 철책선이 있다.

권주혁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저서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천사같이 말 못하고 바울같지 못하나>, <메마른 땅을 종일 걸어가도> 등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세계 136개국 방문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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