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은 기후변화로, 이웃들은 고독사로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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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상 칼럼] 꿀벌이 사라졌다

예년에 비해 지나치게 따뜻했다 추워진 날씨 영향
양봉 농가들 소득에 피해, 종국에는생태계 붕괴로
사람도 충분한 관심과 사랑 영양분 공급해야 건강
집집마다 작은 꽃 기르는 작은 노력, 생태계 반향

▲꿀벌.

▲꿀벌.

올 봄 들어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3월 전국 양봉협회 소속 농가를 대상으로 꿀벌 실종 피해조사 결과 4,159 농가의 38만 9,045개 벌통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약 70억 마리 이상의 꿀벌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도대체 꿀벌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늘 우리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꿀벌이 왜 사라진 것일까?

여러 가지 원인이 나오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기후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꿀벌 집단 폐사 원인으로 지난 겨울 기상 환경이 상당히 불규칙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예년에 비해 지나치게 추웠다는 것이 큰 요인이다. 특히 2021년 겨울 같은 경우 소위 ‘몹시 추운 겨울’이었고 그 겨울이 오기 전에 11월과 12월은 상대적으로 너무 따뜻했다. ‘이상기후’다.

겨울에 뜬금없이 기온이 올라가자, 착각한 벌들이 밖으로 나왔다가 얼어 죽었다는 것이다. 꿀벌들도 겨울 준비를 하고, 양봉 농가들도 겨울 준비를 하는 타이밍도 놓쳤다. 꿀벌들이 겨울 준비하는 생리적 리듬이 깨진 것이다. 일련의 과정에 환경이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영향이 생태계의 생존기반을 무너지게 하였다.

그러다 보니 꿀벌들이 자연의 복합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했다. 실제로 벌꿀의 대부분은 포도당과 과당, 당분이 에너지원이 되고, 각종 미네랄과 항생 물질들도 많이 포함돼 있다.

이 꽃가루와 벌꿀이 충분히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질병 면역성과 저항성이 약해져 질병에 대한 감수성은 높아지고 전반적인 건강성은 낮아지는 현상이 생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충분한 관심과 사랑이라는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건강한 삶을 살고 건강한 사회를 이룰 수 있다.

꿀벌이 사라지면서, 직접적으로는 우리 양봉 농가들의 생산이나 양봉 농가의 소득에 피해가 생긴다. 생계에 큰 피해가 가고, 식물의 번식을 도와주는 생태계의 붕괴로 나타난다.

이런 생태계 서비스가 정상 작동되지 않았을 때, 즉각적으로 농산물의 생산량의 저하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농작물 생산이 매해 약 24조 원에서 28조 원 정도 되는데 그중 6조 원 이상이 꿀벌 등이 화분 매개에 의한 생산이다.

꿀벌이 사라지므로 이러한 사과, 배, 딸기, 복숭아 등을 포함한 이런 과실, 과채류, 과수 생산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이것이 물가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개인의 영양 관리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위기가 처음으로 이슈화된 미국에서 CCD(군집 붕괴 장애Colony Collapse Disorder, CCD)라는 이름으로 꿀벌 봉군이 붕괴된 건 2006년부터다.

‘벌들이 집을 나가서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꿀벌의 실종이 위기로 번졌다. 그때부터 이러한 현상들과 보고들은 미국에서 유럽으로 확산되었다.

하지만 초기 아시아권에서는 이러한 위기 문제에 깊게 관심을 가지거나 논의를 하지 않았다. 최근 기상이변과 기후변화를 맞으면서, 영향력 크기가 커졌다, 그렇게 꿀벌의 사라짐이 본격적으로 논의의 주제가 되고 있다.

그러면 꿀벌 멸종 위기의 대책은 있는가. 먼저 꿀벌의 건강을 증진시켜줄 수 있는 관리 문제다. 이는 대부분 양봉 농가들이 꿀벌을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대한 문제다.

꿀벌이 사라진 표면적 원인은 병충해다. 꿀벌은 해충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런 기생성 해충들의 문제는 단순히 꿀벌을 괴롭히는 것뿐 아니라, 꿀벌의 다른 질병들, 바이러스나 세균들을 매개로 다른 질병을 또 가져다 준다.

전문가들은 최근 꿀벌의 갑작스러운 전 세계적 대량 죽음이 종종 자연 파괴와 만연한 살충제 사용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1천500여 재배 작물의 30%와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세계 100대 작물 중 71%가 꿀벌을 통해 수분을 공급한다고 한다. 만약 이렇게 계속 꿀벌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벌들의 수분을 통해 생장하는 식물들은 열매를 맺을 수 없게 돼 멸종할 수 있다.

인류에게는 대재앙이 될 수 있음도 불 보듯 뻔하다. 꿀벌이 사라진다면, 100대 농산물 생산량이 현재의 29% 수준으로 줄어들어 지구상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기에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 각 수준에서 어떻게 하면 자연을 보호하고 꿀벌을 보호할 수 있는지 실천적인 과제들을 만들어내고 이를 수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꿀벌을 보호하는 대국민 운동 차원에서 벌과 나비들을 관찰하게 하면서, 이런 화분 매개의 중요성, 벌의 중요성, 이것이 만들어내는 자연계와 생태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다른 측면에서는 이 화분 매개 곤충, 꿀벌 모니터링 시스템을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하면 어떨까. 그렇게 국가 차원에서 자료들을 모으고, 시민과 학자들과 과학자들이 함께 참여한 조사 결과들을 바탕으로 우리 지역에는 이런 곤충과 꿀벌이 사라지고 어떤 새로운 곤충이 출현하는가 하는 자료 구축을 통해 생태계 복원 작업들이 일어날 수 있다. 기후 변화와 기상 환경 변화로도 연결시켜, 보호대책을 마련하는 작업도 병행할 수 있다.

꿀벌은 협동과 근면, 생명력의 상징이었고, 인간에게 원기를 북돋아줬다. 인류와 함께한 작은 거인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꿀벌이 사라진 지구는 상상하기 어렵다.

꿀벌이 지탱해 주던 생태계의 고리 하나가 붕괴되면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꿀벌은 2035년쯤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올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UN은 2017년부터 꿀벌 보호를 위해 매년 5월 20일을 ‘세계 벌의 날’로 지정해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전국적으로 올 1-2월 꿀벌 70억 마리 이상이 사라졌다고 한다. 아주 작은 곤충이지만, 우리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위대하고 소중한 자산이다. 어떻게 꿀벌을 보호할 수 있을까.

양봉 농가들이 앞장서 꿀벌들에게 적절한 영양을 제공해 주는 것이 중요한 이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꿀벌들이 밖에 나가서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는 배경을 잘 만들어 주는 것이다.

꿀벌이 복합 영양분인 벌꿀을 제대로 먹지 못해 쇠약해진 상태에서 병해충과 싸워야 한다. 즉 많은 종류의 야생 꽃과 꽃 피는 식물들에서 꿀과 꽃가루가 제공된다면, 꿀벌은 조금 더 안전하고 풍족한 환경에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이 꽃피는 식물들을 많이 심어주고 관리해 주고 보호해 주는 것이 꿀벌을 살리는 지름길이다.

집집마다 작은 꽃들을 키우는 것이 어떻게 보면 아주 작은 노력이지만, 이것들이 모이면 생태계에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 아주 자그마한 자투리 땅에 꽃을 심는데, 이 꽃들이 결국 화분 매개자들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공간을 제공하고 휴식처를 제공해 줌으로써 더 큰 생태계에서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산에도 들에도 많은 꽃 피는 식물들의 경우, 화분 매개를 통해 종자와 과실들을 만들어냈을 때 이것이 다른 생물의 먹이가 되는, 이런 먹이사슬 차원에서 생태계 순환이 매우 중요하다.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Greenpeace)에 의하면, 식량 재배에서 꿀벌의 기여 가치는 세계적으로 373조 원이나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꿀벌의 경제적 가치가 6조 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닌 꿀벌이 사라져가지만 평상시 대수롭지 않게 여기듯, 우리 인간의 단편적 어리석음은 주변의 소중한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사회를 지탱해야 할 꿀벌 같은 이웃이나 청년들이 고독사로 사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할 꿀벌이 사라지는 환경을 계속 방치한다면, 농업의 위기, 미래 생태계의 위기, 나아가 인류 자신에게 큰 위기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효상 목사.

▲이효상 목사.

이효상 원장
시인, 수필가, 다산문화예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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