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데이터연구소, 예장 통합 자료 등 분석해 심각성 지적
농어촌교회가 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는 최근 예장 통합이 교단의 상황을 조사한 자료와 기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농어촌교회의 고령화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밝혔다.
통합은 지난달 교단 내 영남지역 15개 노회에 대한 ‘농어촌 목회자 및 교회 실태조사’ 자료를 발표했는데, 농어촌 교인 중 ‘60대 이상’ 고령층이 89%에 달했다. 한 교단의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한 조사지만 현 농어촌교회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일예배 참석 학생(유치부~고등부)이 한 명도 없는 경우가 절반에 가까운 42%나 됐다. 연구소는 “얼마 안 되는 학생들도 성장하면 도시로 빠져 나갈 텐데, 그럴 경우 교회의 미래는 암담하기만 하다”고 했다.
2020년 우리나라 60세 국민의 기대 여명(특정 연령의 사람이 앞으로 살 것으로 기대되는 연수)은 25.9년이므로 현재 60세가 86세가 되는 26년 후에는 교인이 한 명도 없어서 문을 닫는 교회가 속출할 것으로 봤다.
농어촌교회의 위기는 교회 재정 위기와 직결된다. 농어촌교회 목회자들 가운데 46%가 교회 재정에 ‘불만족한다’고 응답해서 교회 재정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자 사례비도 매우 낮아서 월 150만원 이하 사례비를 받는 경우가 54%나 된다. 우리나라 2022년 최저임금을 월 임금으로 환산하면 1,914,440원(주 소정근로 40시간 기준)이므로, 농어촌교회 목회자는 최저임금에도 한참 못 미치는 사례비로 생활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례비가 아예 없거나 99만원 이하인 경우가 전체 농어촌 목회자의 39%나 됐다.
농어촌 목회가 힘든 이유에 대해서는 ‘경제적 이유’가 45%로 가장 컸고, ‘희망이 없어서’가 28%로 그 뒤를 이었다. 10명 중 3명 정도의 농어촌교회 목회자가 목회에 대한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었다.
그러면 왜 이들은 험한 농어촌교회 목회를 버리지 못하고 있을까? 연구소는 ‘소명’ 때문이라고 했다.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어촌 목회를 소명으로 여기고(75%) 농어촌 목회를 계속하겠다(72%)는 의향을 보이고 있다.
연구소는 “농어촌 목회를 단순한 직업, 혹은 생활의 터전으로 생각하지 않고 하나님의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태산을 넘어 험곡’에 가는 심정으로 농어촌 목회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어촌 목회자들은 부족한 사례비, 교회 운영비를 메우기 위해 도시 교회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런 교회가 절반이 조금 넘는 56%나 되었다. 지원 금액을 보면 30~59만원이 36%, 60~69만원이 30%로 30~69만원 수준의 지원을 받는 교회가 3교회 가운데 2교회나 되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후원은 목회자의 개인 능력에 의존해, 인맥이 넓은 목회자와 그렇지 못한 목회자 사이에 후원금의 불균형이 초래되고 있다고 봤다.
농어촌교회의 절반(52%)은 설립된 지 50년 이상 되었으며, ‘10년 이내’라는 응답은 5%에 그쳤다. 농어촌교회 목회자 연령은 절반 가까이(46%)가 60대 이상이었으며, 40대 연령층은 11%에 지나지 않았다. 전국평균은 60대 이상 37%이었다.
농어촌 지역 개신교인 학부모들에게 ‘자녀의 교회 출석 여부’를 묻는 질문에 ‘출석교회가 있다’라고 응답한 경우는 38%로 전국 평균(63%)을 훨씬 밑돌았다. 또, ‘기독교 신앙은 있으나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에 대한 응답률은 47%로 전국 평균(24%)보다 두 배나 높았다.
연구소는 “농어촌 교회의 문제가 농어촌 지역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교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며 “농어촌교회 지원을 개교회에 맡겨놓지 말고, 지방회, 노회, 총회가 나서서 지원받을 교회와 지원할 교회를 교회 규모와 형편에 따라 서로 매칭해 주는 역할이 요구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