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군형법 92조6 무력화 판결을 내 논란인 가운데,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최근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 이에 반발하는 시민들의 의견이 다수 제출되고 있다.
군형법 92조6에 따르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으로 기소된 군인은 2년 이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008년과 2012년 대법원은 군형법 92조6에 ‘강제성’ 여부나 ‘시간 장소’ 등에 관계없이 ‘군인 동성애 성행위’를 처벌하는 취지로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군형법 92조6 위반 혐의로 기소된 직업군인 A씨와 B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에 돌려보냈다.
A씨와 B씨는 2016년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부대 밖에 있는 독신자 숙소 등에서 수 차례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7년 육군본부 중앙수사단은 현역 군인이 동성 군인과 성관계하는 동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것을 인지하고 수사를 벌여 10여명의 군인을 기소했다. A씨와 B씨는 보통군사법원에서 진행된 1심에서 각각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징역 3개월의 선고 유예를 받았고, 고등군사법원에서 진행된 2심도 같은 판단이었다.
그러나 원심을 깬 대법원은 “군형법의 ‘항문성교’는 성교행위의 한 형태로 이성 간에도 가능한 행위”라며 “동성 군인 간의 성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이라는 해석이 도출될 수 없다”고 했다. 1962년 1월 군형법 제정 시부터 존속해온 군형법 92조6는 본래 남성 간의 성행위를 뜻하는 ‘계간’이라는 단어가 쓰였지만, 2013년 더불어민주당 김모 의원에 의해 ‘항문성교’로 변경됐다. 대법원은 이에 계간과 항문성교를 동일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대법원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뤄진 성행위는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 현행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대법관 8명과 달리 조재연, 이동원 대법관은 “현행 규정은 강제성이나 시간 장소에 관한 제한없이 남성 군인들 사이의 추행을 처벌하는 규정으로 봐야 한다”며 기존 대법원의 해석에 힘을 실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22일, 장혜영 의원을 포함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민정·권인숙·박주민·이상민 의원과 강은미·심상정·배진교·류호정·이은주 정의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하라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개정안에서 “제92조의6은 폭력성과 공연성이 없는 동성 간 성행위를 처벌함으로써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자유를 포함한 인권을 침해하는 조항”이라고 주장하고 “이미 제92조의6을 제외한 다른 조항을 통해 군대 내 이성·동성군인 간 성폭력 및 군인에 의한 성폭력을 처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해당 입법예고 법안은 4000여개가 넘는 많은 의견이 제출되고 있으며 입법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다. 98번째로 의견을 낸 김모 씨는 “군대 내 동성간 성행위를 합법화 한 미국에서 군대 내 동성간 성폭행이 연간 10만 건 발생한다. 군대 특성상 제대로 보고되지 않는다. 절대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고, 4374번째로 의견을 낸 김모 씨는 “기존의 있는 군형법 조항의 항문성교/추행 징역 2년 이하를 없앤다는 것은 군기강을 무너뜨리는 법이고 폐쇄적인 조직 안에서 얼마든지 피해자가 나올수 있는 엄청난 악법”이라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