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칼럼] ‘죽음’은 비참하기만 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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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목사. ⓒ크투 DB

▲이경섭 목사. ⓒ크투 DB

‘인간의 죽음’은 그 자체로 숭고한 의미가 없진 않지만, 현실적으로 언제나 비참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특히 악성 질병이나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는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이런 죽음의 비참함을 볼 때, 과연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만물의 영장(the lord of creation)’일까 하는 의구심까지 든다.

만일 그의 죽음이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만이 전부라면, 인생은 비참 그 자체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여기선 ‘그리스도인의 죽음’에 한하여 말하고자 한다), 죽음은 다중적 의미를 갖는다.

그에겐 사람들의 눈에 감춰진 ‘하늘의 광경(a view of heaven)’이 있다. 운명하는 순간 ‘그의 영혼의 하늘(the heaven of his soul)’에선 그를 위한 ‘찬란한 낙원 입성식(入城式)’이 펼쳐진다. 땅에선 ‘이별과 종식(終熄)’이지만 하늘에선 ‘환영과 새로운 출발의 시작’이다.

“자금 이후로 주 안에서 죽는 자들은 복이 있도다 하시매 성령이 가라사대 그러하다 저희 수고를 그치고 쉬리니(계 14:13)”,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씻기시매 다시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계 21:4)”.

이런 반전(反轉)의 극치를 보여 준 이가 ‘십자가의 강도’ 아닌가 싶다. 그는 평생 흉악한 죄만 짓다 마지막엔 극렬한 고통 속에 죽어갔지만, 운명 직전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해 낙원 입성(눅 24:43)을 함으로 대 반전을 일궈냈다.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해 목숨을 잃은 순교자 역시 반전의 주인공들이다. 그들의 현실은 목 베임을 당하거나(계 20:4) 돌에 맞고 톱으로 켜임을 당하는(히 11:37) 저주스러운 모습이나, 동시에 그것은 영광의 영 곧 ‘하나님의 영’이 그들 위에 머무는 순간이기도 하다(벧전 4:14).

스데반(Stephen) 집사가 돌에 맞아 죽기 직전 성령 충만하여 그의 얼굴이 천사의 얼굴 같아지고(행 6:15), 하나님 우편에 서신 예수를 목도하며(행 7:56), “주 예수여 내 영혼을 받으시옵소서… 주여 이 죄를 저들에게 돌리지 마옵소서(행 7:59-60)” 라며 잠드는 그의 모습에서, 누가 그의 죽음을 비참하고 불행한 것이라고만 하겠는가?

◈땅에선 고독사 하늘에선 환대

평생 가난과 질병 속에서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로 연명하던 나사로는 그가 평소 엎드려 있던 부잣집 대문 앞에서 쓸쓸히 죽어갔다. 오늘로 말하면 일종의 객사(客死)요 고독사(孤獨死)이다.

그러나 구원받은 그의 영혼은 죽는 순간 천사의 손에 받들려 낙원의 아브라함의 품에 안겼다(눅 16:22). 누구도 예상 못할 극적인 반전이다. 그가 세상에서 아무의 시선도 받지 못한 채 쓸쓸히 죽어갈 때, 하늘의 천부께서 그의 주검을 마중 나와 감싸 안으셨다.

그리스도인에겐 결코 고독사란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가 땅에서 어떤 모습으로 생을 마감하든, 죽는 순간 하늘에선 예수 그리스도와 먼저 간 성도들의 영접을 받는 환영 리셉션(a welcome reception)이 떠들썩하게 펼쳐진다.

“이 세상을 일찍 떠난 사랑하는 성도들 내가 올 줄 고대하고 있겠네 저희들과 한소리로 찬송 부르기 전에 먼저 사랑하는 주를 뵈오리(찬 231)”라는 찬송가사 그대로이다.

그 외에도 억울하고 존중받지 못한 채 땅과 바다에서 죽어간 모든 주검들 역시 그리스도 재림 때 일으킴을 받아 오른편 의인(義人)의 반열에 귀속되고(마 25:32), 각자의 행한 대로 논공행상(論功行賞)되며, 어떤 주검도 소외된 채로 방치되지 않는다.

“바다가 그 가운데서 죽은 자들을 내어주고 또 사망과 음부도 그 가운데서 죽은 자들을 내어주고 또 사망과 음부도 그 가운데서 죽은 자들을 내어주매 각 사람이 자기의 행위대로 심판을 받고(계 20:13).”

◈육체의 죽음은 실상이 아닌 허상

그리스도의 구속으로 ‘죄삯 사망’이 지불된 성도에게, 육체의 죽음은 껍데기의 허상(illusion, 虛像)에 불과하다. 죽음의 실상(real image, 實像) 곧, ‘둘째 사망’이 그들에게서 폐해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 구주 그리스도 예수의 나타나심으로 말미암아 나타났으니 저는 사망을 폐하시고 복음으로써 생명과 썩지 아니할 것을 드러내신지라(딤후 1:10)”.

예수님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요 11:25-26)”는 말씀을 통해 ‘두 종류의 죽음’을 의미 규정해 주셨다.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라”는 “그리스도를 믿는 자에겐 ‘죽음의 실상(하나님과 영원한 분리)’이 영원히 폐해졌다”는 뜻이다.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는 “‘죽음의 허상(육체적인 죽음)’이 믿는 자에게 한시적인 세력을 발휘하다가 장차 부활로 폐지된다”는 뜻이다.

그리스도인들 중에 허상인 ‘육체의 죽음’에 대한 공포심에 과도히 매몰된 이들이 있다. 이는 마치 종이호랑이(an empty threat)를 보고 겁을 먹는 것과 같다. 성경은 그들에게 과대포장된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한다.

“그도 또한 한 모양으로 혈육에 함께 속하심은 사망으로 말미암아 사망의 세력을 잡은 자 곧 마귀를 없이 하시며 일생 동안 죽음의 공포에서 종살이하는 모든 사람들을 해방시키기 위한 것입니다(히 2:14-15, 현대인의 번역).”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成肉身)과 죽음은 ‘사망’을 폐했을 뿐더러, ‘그것의 공포’에서도 우리를 해방시켰으니, 죽음의 공포심에 매몰되지 말라는 뜻이다.

허상(虛像)인 ‘육체의 죽음’을 과도히 두려워할 때, 사망을 폐하신 ‘그리스도의 구속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나아가 ‘천국에의 소망’을 약화시키고, 참으로 두려워해야 할 ‘둘째 사망’을 간과하게 만든다.

비록 ‘죄의 결과(a result of sin)’로서 ‘육체의 죽음’이 여전히 그리스도인을 포함해 모든 인류를 지배하고 또 그것의 비참이 현실이지만, 그리스도의 구속으로 말미암아 그것의 ‘치명적인 독성(a fatal toxicity)’은 제거됐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죽음’은 오히려 ‘영생’에로 넘어가는 문턱이다. 아니, 영생에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라고 함이 더 정확하다. ‘죽음’ 없인 ‘영생’도 없다. 성경이 그리스도인의 죽음을 복으로 칭송하는(계 14:13)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할렐루야!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개혁신학포럼 대표,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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