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욱 교수의 Engagement] 복음에 강한 성숙한 교회로
1. 유기적 교회론 강화
2. 선교적 교회론 무장
3. 종말론 교회론 지향
2019년 말부터 거의 2년 반 동안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이 잦아들고 있다. 물론 아직도 코로나 확진자들이 나오고 있긴 하다. 하지만 크게 보아서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래와 함께 새로운 정치적 실험을 시작하고 있다. 지난 5년 간의 친사회주의적·전체주의적 방향을 바로잡아 가고 있다. 그리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 공고히 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한국교회, 더 나아가 이민교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성찰해야 한다. 필자는 앞으로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세 가지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한국교회는 유기적 교회론(organic ecclesiology)을 강화해야 한다.
조직신학 교회론의 두 기둥은 조직적/제도적 교회론과 유기적 교회론이다. 조직적/제도적 교회론이란 교회의 건물, 직분, 회의, 부서 등 조직적이고 제도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교회론이다.
반면 유기적 교회론이란 교회의 공동체성, 생명의 흐름, 끈끈한 연합과 막힘이 없는 열린 소통, 서로에 대한 의존과 나눔과 참여를 강조하는 교회론이다. 안타깝게도 지난 140여 년 간 한국교회 역사는 조직적/제도적 측면이 유기적 측면을 억압하는 방향으로 전개돼 왔다.
코로나 팬데믹의 창궐은 조직적/제도적 교회론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특별히 조직적/제도적 교회론은 대면 예배와 대면 사역이 이뤄질 수 없는 위기 상황을 효과적으로 타개할 방법을 제시해 주지 못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온라인 예배와 비대면 사역이 주류를 이루면서 우리는 유기적 교회론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 새롭게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회의 유기적 성격이 상대적으로 강했던 교회들이 팬데믹 시대 동안 생존과 성장을 구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회론은 단순히 조직적/제도적 교회론으로의 회귀가 되어서는 안된다. 교회의 유기적 성격이 몇 배로 강화된 상태를 유지하면서, 조직적/제도적 교회론을 접붙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시 말하면 유기적 교회론이 교회의 본질적인 정체성을 규정해야 한다.
그리고 교회의 유기적 성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회의 조직적/제도적 성격이 봉사해야 한다. 교회의 본질은 건물이나, 직분이나, 부서나 회의가 아니다. 교회의 본질은 믿는이들의 공동체성, 그리스도 안에 있는 생명의 흐름, 성도간의 끈끈한 연합과 막힘이 없는 열린 소통, 서로에 대한 의존과 나눔과 참여이다.
컴퓨터에 비유한다면 교회의 유기적 성격은 소프트웨어이고, 교회의 조직적/제도적 성격은 하드웨어이다. 아무리 하드웨어가 잘 갖춰졌다 하더라도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컴퓨터는 작동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다. 교회가 아무리 좋은 건물, 잘 정비된 직분, 탁월한 회의 준비와 분위기, 체계적인 부서들을 가졌다 해도, 교회의 유기적 성격이 약해지면 교회의 목적은 실현될 수 없다.
교회의 본질과 목적이 교회의 유기적 성격과 절대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모든 교회들은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인식에 기초해서 건강하고 성숙한 교회를 이뤄가야 한다.
둘째, 한국교회는 선교적 교회론(missional ecclesiology)으로 무장해야 한다.
선교적 교회론은 교회의 존재론이 선교지향적이란 확신에 기초해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선교는 교회가 실천하는 여러 기능들 중 하나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 한 세대 동안의 깊은 연구를 통해 선교는 교회의 여러 사역들 중 하나이기 전에,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역임이 드러났다.
그리고 삼위일체 하나님은 당신의 선교 사역을 위해 교회를 세우고, 교회를 세상으로 보내신다는 진리가 회복됐다. 다시 말하면 선교는 교회의 정체성과 존재 목적 자체라는 것이다.
물론 선교적 교회론에 대한 여러가지 비판들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교회가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를 위해 이 세상에 보내어진 공동체(the sent community)라는 의식이 강한 교회일수록 건강하고 성숙한 교회로 자라난다는 사실이다.
선교적 교회로서의 의식이 약한 교회는 내부지향적인 근시안적 교회라는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 교회에 속한 성도들을 만족시키는 일에 집중하는 유람선적인 교회라는 틀을 벗어날 수 없다.
선교적 교회로서의 의식이 강한 교회만이 외부지향적인 영성을 가지고, 죽은 영혼을 살려내는 구원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감당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기 위해 거룩한 영적 싸움에 임하는 전투공동체로서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다.
오늘날 선교적 교회라는 의식이 약한 교회는 “나를 만족시키라”는 소비자 중심주의(consumerism)의 공격에 마구 흔들리는 연약한 교회로 남을 수밖에 없다.
주님께서 우리 각자를 당신의 몸된 교회의 지체가 되도록 부르실 때 주님은 “자기를 부인하고 희생하라”고 명령하신다. “나를 만족시켜라”는 이기적인 생각과 욕망을 버리지 못한 채 교회의 일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교회는 그 존재 목적과 사명을 성취할 수 없는 역기능적 교회로 타락할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는 종말론적 교회(eschatological church)를 지향해야 한다.
종말론적인 교회란 조만간 다시 오실 신랑을 맞을 준비를 신실하게 감당하는 교회를 말한다. 다시 오시겠다고 약속하신 신랑을 간절히 기다리고 사모하는 교회를 말한다. 다시 오시는 신랑을 만날 날을 고대하면서 정절과 순결로 자신을 단장하는 교회를 말한다. 어둡고 두려운 종말론이 아니라 밝고 행복한 종말론으로 무장한 교회를 말한다.
코로나 팬데믹은 예수님 재림이 가까왔다는 분명한 징조였다. 코로나가 잦아들면서 최근 원숭이두창이라는 전염병이 창궐하기 시작했다. 주님은 당신의 재림 직전 “곳곳에 큰 지진과 기근과 전염병이 있겠고 또 무서운 일과 하늘로부터 큰 징조들이 있으리라(눅 21:11)”고 말씀하셨다.
여러 가지 징조들과 세계 선교의 현상황을 고려할 때 주님의 재림은 매우 가까이 왔다. 필자는 현재 우리가 “배교”의 시대(살후 2:3)를 살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조만간 적그리스도가 등장하고 요한계시록이 말하는 대환난의 시대가 시작될 것이다. 교회는 대환난의 시대를 믿음으로 통과해야 할 준비를 해야한다.
종말론적 의식이 강한 교회만이 이 시대를 이길 수 있다. 종말론적 의식이 강한 교회만이 신랑되신 주님의 거룩한 신부로 자신을 단장할 수 있다. 앞으로 한국교회는 종말론적 의식으로 무장된 주님의 참된 신부로 성숙해 가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그것은 유기적 교회, 선교적 교회, 종말론적 교회라는 방향이다. 부디 성령께서 우리 조국교회와 이민교회들을 이 방향으로 이끌어 주시길 기도한다. 그리고 이 방향을 선택하는 교회들이 복음에 강한 성숙한 교회로 드러나게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정성욱 박사
美 덴버신학대학원 조직신학 교수
저서 <티타임에 나누는 기독교 변증>, <10시간 만에 끝내는 스피드 조직신학>, <삶 속에 적용하는 LIFE 삼위일체 신학(이상 홍성사)>, <한눈에 보는 종교개혁 키워드>, <한눈에 보는 종교개혁 키워드>, <한눈에 보는 십자가 신학과 영성>, <정성욱 교수와 존 칼빈의 대화(이상 부흥과개혁사)>, <한국교회 이렇게 변해야 산다(큐리오스북스)>, <밝고 행복한 종말론(눈출판그룹)>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