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마동석 유니버스, <범죄도시 2> (上)
범죄 경계심 유발하고 정의 실현 기대감 유발해
성경은 인간 본성이 공의 실현되는 것 기뻐하고
범죄 발생에 괴로움 느낀다는 사실을 잘 가르쳐
인간 내재 죄성 자각·고민, 신앙 필수 예비 조건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박욱주 교수님께서 이번 편에서는 주연 마동석을 비롯해 <나의 해방일지> ‘구씨’ 손석구, 최귀화, 박지환, 허동원, 하준, 정재광, 남문철, 박지영 등의 배우가 출연한 <범죄도시 2>를 분석합니다. -편집자 주
◈범죄수사물의 특성: 현실의 상황에 바탕을 둔 정의구현의 서사
<범죄도시> 시리즈는 마동석 배우 특유의 캐릭터성을 앞세운 범죄수사물로서 단순한 서사 및 캐릭터 묘사, 그리고 호쾌한 액션 장면을 앞세워 인기를 끈 작품이다.
이 영화는 과거 유사한 방식으로 기록적인 흥행 성적을 거뒀던 <투캅스> 시리즈나 <공공의 적> 시리즈의 계보를 잇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범죄수사물은 실제 사건 혹은 실존인물이 모티브가 되는 경우가 많다. 현실에서 자행되는 범죄들이 워낙 다양하고 자극적이어서 끊임없는 서사의 원천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범죄수사물은 경찰과 범죄자의 충돌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서사 구도를 채택하면서도 그 안에 우리의 눈길을 끄는 무수한 범죄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
현대적인 범죄수사물의 원조는 경찰보다는 탐정들의 활약에 초점을 맞춘 추리소설이었다. 1841년 에드거 앨런 포가 최초의 추리소설인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을 집필한 이후, 1940년대까지 추리소설 장르는 프랑스와 영미권에서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당시 범죄수사물의 주인공이 주로 탐정이었던 이유는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들의 수사역량과 전문성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940년대를 지나면서 범죄수사물의 대세는 경찰들의 활약을 묘사하는 데로 초점이 옮겨진다. 이는 소설과 영화의 형식적 특성에 기인한 것이다.
소설이 수사 과정에서 퍼즐 맞추기와 같은 추리 및 머리싸움을 표현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면, 영화는 범죄자의 추적과 색출 과정에서 벌어지는 심문의 분위기나 몸싸움의 격렬함 등을 표현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 양식의 변화로 인해 각광받는 서사의 종류에도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에 최근의 범죄수사물 대부분은 경찰들의 심문과 조사 방식,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묘사하는 데 주력한다.
최근에는 과학적 수사기법의 급격한 발전이라는 요소까지 더해져 수사관 캐릭터에게 집중된 범죄수사물의 트렌드를 한층 더 강화하고 있다.
범죄수사물은 대중의 흥미를 자극하는 동시에 교훈적 기능도 수행한다. 모든 범죄수사물이 단순한 권선징악형 서사를 채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범죄의 참혹함과 악독함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한편 범죄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활약과 노고를 알리는 데 주안점을 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미디어 업계에서는 범죄수사물이 독보적인 위상을 지니고 있다. 경찰들이 존경받는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지역 별로 악화된 치안 상태는 범죄수사물에 대한 대중의 높은 관심을 유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범죄 피해에 대한 대중의 두려움과 경각심이 상당하고, 범죄로부터 안전과 질서를 지키는 이들에 대한 관심과 호감도 또한 높기 때문에 범죄수사물이 끊임없이 제작되고 또 인기를 얻는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국내에서 인기를 얻는 이유도 비슷하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인기는 이전에 비해 악화된 국내의 치안 상황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서울 구로구 대림동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외국인 범죄나 동남아 각국에서 벌어지는 한인 대상 범죄는 실제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들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인식이 <범죄도시> 시리즈의 인기를 떠받치는 주된 요소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범죄수사물의 기능: 정의구현의 카타르시스와 범죄의 멜랑콜리
캐릭터의 단순성 및 복잡성이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 범죄수사물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선역과 악역 캐릭터 모두 단순한 성격을 지닌 경우이다. 쉽게 말해서 선역은 단순하게 선하고 악역은 단순하게 악한 작품들을 말한다. 이런 부류의 범죄수사물은 당연하게도 선역인 경찰을 부각시키고 그 매력을 드러내는 데 주력한다. 비교적 가볍고 쾌활한 분위기의 수사물이나 경찰 버디무비가 여기에 속한다.
미국에서는 <48시간>, <비버리 힐스 캅>, <나쁜 녀석들> 시리즈가 대표적이고, 국내에서는 <투캅스>, <공공의 적>, <공조>, 그리고 이번에 개봉된 <범죄도시> 시리즈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작품들은 모두 강력반 수사관들의 매력적인 캐릭터성을 강조하며 단순명료한 권선징악형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특징을 보인다.
다음으로 선역과 악역 캐릭터가 대단히 복잡한 성격을 지닌 경우이다. 이 경우 다시 두 부류로 작품의 성격이 나뉘는데, 한쪽은 선역인 경찰의 입장을 옹호하며 그 매력과 애로사항을 보여주고, 다른 한쪽은 악역인 범죄자의 삶의 궤적을 보여주며 그 처지를 변호하고 동정심을 표현한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로는 영화 <블랙 레인>,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 시리즈를 들 수 있다. 경찰로서 겪게 되는 수많은 고충과 사생활에 드리운 암운으로 인해 심적인 고통을 감내하고 가까운 이들과의 관계도 악화되지만, 끝내 범죄자를 검거하고 추가적인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의무감에 짓눌려 살아가는 이들의 서사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와 달리, 복잡한 성격의 캐릭터를 선보이면서 악역의 입장을 조명하고 동정하는 범죄수사물 또한 존재한다. 드라마 <덱스터>, <브레이킹 배드> 같은 작품은 악랄한 범죄자들의 행적과 심리를 조명하는 데 주력한다. 이런 부류의 작품은 범죄자들이 악랄한 범죄를 일으키게 된 과정과 이유,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인간관계를 자세하게 보여줌으로써 그들 나름의 처지와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일견 범죄자를 미화하거나 영웅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작품도 결국에는 교훈적인 기능을 발휘한다. 범죄를 저지르는 데 익숙해진 악당들의 삶은 결국 자신과 주변인들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
이처럼 범죄수사물은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선의지와 양심, 그리고 사회를 지탱하는 법적 정의라는 요소들을 부각시키면서 범죄의 결과가 고통과 불행, 절망뿐임을 일깨운다.
그러므로 기독교적 관점으로 볼 때 범죄수사물은 여러 모로 유익한 기능을 발휘한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와 같은 단순하고 코믹한 작품부터 드라마 <덱스터>처럼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작품까지, 모두 범죄에 대한 경계심을 유발하고 정의 실현에 대한 기대감을 갖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죄성을 자각하고 이에 대해 고민하는 일은 신앙의 필수 예비조건이다. 성경은 인간의 본성이 공의의 실현에 기뻐하고 범죄의 발생에 괴로움을 느낀다는 사실을 가르친다.
대중문화 영역에서 범죄수사물은 성경이 가르치는 이런 인간 본성을 유비적으로 자각하게 만드는 순기능을 갖는다. <계속>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