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태아 생명권’과 ‘여성 선택권’의 대립 아냐”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바른인권여성연합, 낙태법 개정 입법 세미나 개최

▲낙태법 개정 입법 세미나 ‘건강한 여성의 삶을 다시 생각하다’ 기념촬영. ⓒ바른인권여성연합
▲낙태법 개정 입법 세미나 ‘건강한 여성의 삶을 다시 생각하다’ 기념촬영. ⓒ바른인권여성연합

(사)바른인권여성연합(상임대표 이봉화)은 1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국민의힘 서정숙·최재형·전주혜 의원과 함께 낙태법 개정 입법 세미나 ‘건강한 여성의 삶을 다시 생각하다’를 개최했다.

개회사를 전한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은 “헌재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입법 개선 시한을 정했으나, 국회는 입법 개선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일부 단체는 모든 낙태 합법화를 주장하는데, 모든 낙태가 합법화된 것은 아니”라며 “입법 공백 상태를 낙태 합법 허용이라 호도하는 것은 여성의 건강, 태아의 생명, 국민의 건강을 도외시한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헌재의 결정은 여성을 존중하면서 법의 테두리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여성의 삶을 지켜나갈 것을 주문한 것”이라며 “임신 10주가 되면 태아의 대부분의 장기와 뼈가 형성되고 임신 10주 이후의 낙태는 산모의 과다출혈과 자궁손상 등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 입법 시한이 지나고 1년 6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이러한 일에 너무나 무관심하고 소홀하다. 국회가 손 놓고 입법 공백이 장기간 지속돼 태아의 생명도 지키지 못하고 여성의 건강도 지키지 못해 심히 걱정된다”고 했다.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국가의 의무는 태아부터 시작”이라며 “입법 공백 사태가 계속되고 방치돼선 안 된다. 여성의 건강권과 태아의 생명권이 조화점을 찾는 것은 입법부의 당연한 의무”라고 했다.

축사를 전한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은 “국회가 태만해서 아직까지도 낙태에 관한 정확한 규정이라든가 법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태아의 생명 존중권, 여성의 자기 결정권, 여성의 사회 진출 등이 복합적으로 연계돼 있는데, 여성이 생활을 설계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이 빨리 갖춰줘야 되겠다. 국회가 빨리 정상화돼서 국민들에게 필요한 법이 신속하게 정리되게 하는 게 우리의 책무인데 그렇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환영사를 전한 이봉화 상임대표는 “세미나를 통해 여성의 건강권, 태아의 생명권, 여성 인권에 대한 상식적인 이해와 함께 공백 상태인 낙태법이 조속 개정되길 촉구한다”며 “세상에서 가장 약자인 태아의 생명은 잉태한 모성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태아를 희생시킬 것인지 태아를 살릴 것인지 그 선택을 마주한 여성들의 건강한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고 했다.

▲‘낙태가 여성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강의 자료. ⓒ바른인권여성연합
▲‘낙태가 여성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강의 자료. ⓒ바른인권여성연합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강영수 원장은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하고 샘여성병원 병원장을 거쳐 현재 나무여성의원 진료원장을 맡고 있다. 강영수 원장은 ‘낙태가 여성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낙태 문제를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선택권’의 대립으로 보는 통념에 대한 재고를 요청했다.

강 원장은 “태아와 여성의 대립 구도는 정확하지도 사실적이지도 않으며, 낙태는 여성 자신이 장기적이며 때로는 불가역적인 어떤 신체적·정신적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는 시술을 스스로 선택하는 자기 파괴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항생제와 의료기술의 발달로 그 후유증이 과소평가되고 있지만, 많은 연구들에서 여성의 장기적인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 경고하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또한 “여타 모든 의료행위를 하기 전에 의사가 환자에게 시술의 목적, 필요성, 시술과정, 다른 대안에 대한 안내, 시술에 따르는 단기적·장기적 발생가능한 모든 합병증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으로 낙태수술에 대해서는 사전에 이러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며 “낙태수술을 고려하는 어려움에 처한 여성이 자신을 위한 현명하고 안전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사실에 근거한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건강권과 생명권 그리고 태아의 생명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위해서 올바른 법률제정과 여성과 태아를 위한 공정하고 진정성 있는 상담 시스템, 이를 위한 국가, 상담가, 의료진의 역할이 매우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낙태법 개정 입법 세미나 ‘건강한 여성의 삶을 다시 생각하다’ 현장. ⓒ바른인권여성연합
▲낙태법 개정 입법 세미나 ‘건강한 여성의 삶을 다시 생각하다’ 현장. ⓒ바른인권여성연합

두 번째 발제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세무학 석사를 전공하고 숭실대 국제법 박사 과정을 거쳐 현재 삼정회계법인에 재직 중인 하선희 대표(콜슨 펠로우즈 프로그램 한국 코호트 디렉터)가 맡았다. 하 대표는 최근 낙태 가능 주수를 15주 이내로 제한한 미시시피주법을 심리하는 ‘돕스 대 잭슨(Dobbs v. Jackson)’ 사건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결문 유출 사건으로 미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낙태법 관련 상황을 중심으로, 어떻게 세계에서 태아의 생명권이 여성의 선택권에 밀려나게 되었는가를 다뤘다.

하 대표는 ‘로(Roe) 판결’에서 다수의견을 쓴 해리 블랙문 대법관의 판결을 언급함으로써 낙태를 합법화하는 결정에 “인구 증가, 환경 오염, 빈곤, 인종 차별”과 같은 요인을 고려하였던 배경을 지적했다. 증가하는 세계인구에 대한 우려에서 닉슨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972년 발표된 ‘인구와 미국의 장래에 관한 록펠러 위원회 보고서’가 그 배경인데, 이 보고서는 미국의 인구를 안정시키기 위해 특히, 임신 4~6개월 시기의 낙태 장려, 낙태와 낙태 시술 단체에 대한 공적 자금 지원, 낙태에 대한 일반 민간 보험 보장, 인구 증가를 반대하는 청소년용 선전물 배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로 록펠러 위원회 보고서가 발표되고 10개월 후에 있었던 ‘로 판결’ 이래로 반 세기 동안 미국에서만 6,350만 명의 태아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된 충격적인 통계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하 대표는 “실제로는 인구 증가와 함께 농작물의 수확량도 급증함으로써 인구 증가를 팬데믹으로 예측했던 것이 완전히 허구였음이 판명된 이후에도, 이 보고서는 현재에도 여전히 ‘인구 과잉’이라는 허구와 자유로운 낙태를 용인하는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며 “현대 교차성 비판이론의 관점에서도 가장 억압받는 힘없는 계급에 속하는 태아가, 가장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권리를 요구할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점으로 인해 여전히 생명권을 유린당하고 있다”면서 “생명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보호하는 긍정적 입법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왜곡된 인권, 재생산권 다시 생각하기’ 강의 자료. ⓒ바른인권여성연합
▲‘여성의 왜곡된 인권, 재생산권 다시 생각하기’ 강의 자료. ⓒ바른인권여성연합

세 번째 발제는 영문학자로서 페미니즘 이론을 연구한 현숙경 교수가 맡았다. 현 교수는 “오늘날 국내외적으로 정책의 용어로 사용되고 있는 여성의 ‘재생산권’이 보편적인 여성의 권리로 오인되고 있다”면서 “재생산권이 여성해방론자들의 정치적 투쟁의 산물로서 모순을 안고 있는 왜곡된 인권”이라고 역설했다.

현 교수는 “재생산 개념이 20세기 초 글로벌 인구통제 정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것이 성적 해방을 부르짖던 여성해방론자들에 이르러서 자유로운 낙태의 권리를 포함하는 생식의 자유권에 대한 요구를 담게 됐다”며 경위를 밝혔다.

특히 “1995년 북경 제4차 세계여성대회를 통해서 재생산권이 보편적 인권으로 선언되었지만, ‘츨생 이전부터 아동기를 마칠 때까지’ 적절한 법적 보호와 돌봄이 필요함을 명시하는 유엔의 여러 아동보호규약 및 규정과 논리적으로 충돌하고 있다”면서 “‘재생산권’이라는 용어는 등장부터 현재까지 여전히 비판과 저항, 논란의 중심에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재생산권은 천부적인 보편적 인권으로 정당화될 수 없으며, ‘권리’로 포장할 수 없는 왜곡된 개념으로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키는 이기적 주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3개의 주제 발제에 이어 첫 번째 토론에 나선 연취현 변호사는 “‘재생산권’이 결국 ‘낙태를 선택할 권리’의 또 다른 이름에 불과하며 2019년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이 ‘재상산권이 여성의 기본적 인권’이라는 여성주의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 준 셈”이라고 꼬집었다. 연 변호사는 “헌재의 결정은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기본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라는 기본권의 충돌을 두 기본권을 제한하는 방식의 입법으로 해결하도록 국회에 요구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본권 중의 기본권인 생명권에 대한 제한의 문제는 차치하고, 사인 대 사인의 기본권 충돌의 문제에서 국가의 중립적 입장과 공공복리를 추구하는 입장을 지켜야 한다는 차원에서 보더라도 현재 헌법재판소와 국회는 최소한의 중립적 입장도 지키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국민의 기본권 보호 의무에 대한 직무유기”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한편 (사)바른인권여성연합은 자유·진리·생명·가족을 핵심가치로 하여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의 가치와 능력을 확대하고 각계각층의 창조적 역량을 통합하여 여성과 남성이 조화를 이루는 양성평등 사회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창립된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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