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칼럼] 왜 예정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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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목사. ⓒ크투 DB

▲이경섭 목사. ⓒ크투 DB

◈하나님의 사랑 때문

알미니안(arminian)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모든 인류를 위해 구속을 이뤄놓고 그것을 취할지 말지는 그들 스스로 결정하게 했으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 역시 그들이 지도록 했다’고 한다. 이렇게 하여 ‘인류에 대한 하나님 사랑’도 구현되고 ‘인간의 자유의지’도 살게 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하나님이 인류 중 일부만 ‘구원(salvation)’하고 나머지는 ‘유기(abandonment, 遺棄)’한다는 ‘예정론(predestination)’은 구원에 있어 인간은 자유의지가 배제된 로봇(robot)처럼 되고, 택자 외에는 구원이 원천 봉쇄당하는(불택자는 구원을 원해도 그것을 받지 못한다고 억측한다) 잔인하기 그지없는 교리라고 비난한다.

그럼 과연 그들의 주장대로 ‘예정론’이 ‘사랑의 하나님’과 조화되지 않(으며, ‘인간의 자유의지’를 잠식하)는가? 그렇지 않다. 그들의 비판과는 달리, 오히려 예정론은 하나님의 사랑에 기반한 ‘사랑의 교리’이다.

“곧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엡 1:4-5).”

죄로 타락한 인류 중 얼마를 ‘사랑 안에서’ 구원 택정했다는 ‘예정론’은 인간 자력으로 이룰 수 없는 구원을 하나님이 책임지신다는 것이 그 핵심 골자이다.

이런 답변에 대해 공격자들은 ‘하나님이 인류를 사랑하면 왜 일부만을 구원 택정했느냐’며, 그것은 ‘차별적이며 온전한 사랑이 아니다’라고 비판한다. 그럼 과연 ‘유기자(遺棄者)’없이 ‘모든 사람을 구원’하는 것이 사랑이고, ‘유기자’가 있다면 사랑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 ‘구원(salvation)’이라는 말 자체에 이미 ‘유기(abandonment)’가 전제돼 있다. 유기자들 가운데 건짐을 받는 것이 ‘구원’이고, 구원받지 못하고 버려지는 것이 ‘유기’이다. 따라서 구원할 자가 있으면 당연히 유기자도 있다.

사랑은 차별화될 때 사랑이고, 모든 사람을 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하나님은 에서를 미워하는 것을 통해 야곱에 대한 사랑을 도드라지게 하셨다(롬 9:13).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사랑하는 것이 찐(眞)사랑’이라는 ‘국적 불명의 사랑론’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은 유기된 인류 중 얼마를 구원해 내심으로 택자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나타내셨다. ‘유기자’없이 모두를 다 구원해야 사랑이라면, ‘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과 구원’도 없게 되며, 나아가 그것은 하나님으로 하나님 되게 하지 못한다.

그리고 ‘예정론’에 대해 ‘잔인함’ 운운하는데, 이는 오히려 알미니안 쪽에 해당된다. 불특정 다수에게 ‘구원의 기회(the chance of salvation)’만을 제공하고, 서바이벌(survival) 게임을 하듯 구원을 자력으로 쟁취토록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거기엔 필시 탈락자가 생기기 마련이며 그럴 때 사랑은 성공하지 못한다).

특히 앞뒤 분간을 못하는 전적무능자들(total inabilitier)에게 스스로 구원을 선택하고 관리하도록 한 것은 사랑도, 인격적인 대우도 아닌 무책임하고 잔인한 일이기까지 하다. 성경 어디에도, ‘구원’을 ‘하나님의 사랑 혹은 은혜(요 3:16, 행 15:11)’라고 했지, 서바이블의 전리품(the spoils of war)이라고 한 곳은 없다.

◈희망고문인가 구원인가?

‘알미니안주의(arminianism)’는 천사가 물을 동(動)하러 내려올 때 남보다 먼저 그곳에 들어가면 무슨 병이든 다 나을 수 있다는 베데스다(Bethesda) 연못과 그 연못 곁에서 38년 동안 그 때를 기다리던 중풍병자의 운명과 같다(요 5:2-8).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지척의 연못은 그 오랜 세월 동안 그에게 ‘그림의 떡’이었고(천사가 물을 동할 때 마다 언제나 다른 사람이 먼저 들어갔기에), 38년이라는 긴 세월은 그에게 소위 ‘희망고문(vain hope)’을 가하는 시간들이었다.

끝내 베데스다 연못에서의 치유는 그에게 일어나지 않았다. 그를 치유해 준 것은 그곳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였다. 38년간 자신의 모든 노력을 무위(無爲)로 돌렸던 그에게(요 5:4-7), 예수 그리스도가 찾아와 치유해 주셨다.

‘구원의 기회(the chance of salvation)’는 제공했지만 그것을 획득할 보장은 해주지 않는 베데스다가 ‘알미니즘(arminianism)’에, 그에게 직접 찾아오셔서 그를 치료해 주신 예수 그리스도는 ‘예정론(predestination)’에 빗댈 수 있다. 곧 그의 의지와 노력과 ‘전혀 무관하게 혹은 예기치 않게’ 예수 그리스도의 일방적인 역사로 되게 함으로서이다.

또한 ‘예정론’에 있어 ‘구원 택정’과 ‘인간의 자유의지’는 서로 상충되지 않는다는 점도 말하고자 한다. ‘후자(인간의 자유의지)에 의해 전자(구원 택정)이 구현되고’, ‘전자에 의해 후자가 구현되기 때문’이다.

구원 택정을 받지 못한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으며, 구원 택정을 받은 사람은 반드시 그를 믿게 된다.

“너희가 내 양이 아니므로 믿지 아니하는도다 내 양은 내 음성을 들으며 나는 저희를 알며 저희는 나를 따르느니라 내가 저희에게 영생을 주노니 영원히 멸망치 아니할 터이요 또 저희를 내 손에서 빼앗을 자가 없느니라(요 10:26-28).”

“이방인들이 듣고 기뻐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찬송하며 영생을 주시기로 작정된 자는 다 믿더라(행 13:48).”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을 원하는 사람에겐 결코 구원의 문이 닫히지 않는다. 구원을 받고 싶어도 구원예정에 들지 않으면 구원을 못 받는다고 말하는 예정론 비판자들의 공격은 허구이다.

“아버지께서 내게 주시는 자는 다 내게로 올 것이요 내게 오는 자는 내가 결코 내어 쫓지 아니하리라(요 6:37).”

또한 구원을 원하지 않는 사람을 하나님은 구원하시지 않는다. 여기서도 ‘예정론’은 인간의 의지에 반하여 경륜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대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거부하니 사도 바울은 주저 없이 전도의 물꼬를 이방인에게로 텄다.

“바울과 바나바가 담대히 말하여 가로되 하나님의 말씀을 마땅히 먼저 너희에게 전할 것이로되 너희가 버리고 영생 얻음에 합당치 않은 자로 자처하기로 우리가 이방인에게로 향하노라(행 13:46).”

그러나 하나님은 그런 유대인들에게 21세기인 오늘까지 여전히 손을 내밀어 구원에의 요청을 하고 계신다. 그들을 사랑 안에서 ‘구원 택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사야가 매우 담대하여 이르되 내가 구하지 아니하는 자들에게 찾은바 되고 내게 문의하지 아니하는 자들에게 나타났노라 하였고 이스라엘을 대하여 가라사대 순종치 아니하고 거스려 말하는 백성에게 내가 종일 내 손을 벌렸노라 하셨느니라(롬 10:21-22).”

그렇다. ‘예정론’은 근시안적인 안목으로 ‘당장 결론을 맺는 성급한 논거’위에가 아닌 ‘그리스도 안에서의 불변의 약속’과 ‘오래 참음의 사랑’위에 건설됐다.

이런 하나님의 오래 참으심의 결과 종말 직전에 이스라엘의 민족적 회심이 있을 것이다. 그들뿐이겠는가? 오늘 우리에 대한 ‘구원 택정’ 역시 그의 약속과 오래 참으심으로 성취된다.

“우리 주의 오래 참으심이 구원이 될 줄로 여기라(벧후 3:15).”

“내가 긍휼을 입은 까닭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게 먼저 일절 오래 참으심을 보이사 후에 주를 믿어 영생 얻는 자들에게 본이 되게 하려 하심이니라(딤전 1:16).” 할렐루야!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개혁신학포럼 대표,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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