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43] 바울과 안디옥 (2)
안디옥, 고대부터 지진 피해 많은 도시 중 하나
바위산 중턱 천연동굴엔 성 베드로 동굴교회가
초대교회 성도들 비밀리에 모여 예배드리던 곳
흔적만 남은 교회, 이슬람 정부 수입 창구 전락
튀르키예(터키의 새로운 이름)가 위치한 아나톨리아 고원은 여러 지각판(地殼板)으로 둘러싸여 있으므로, 이들 지각판이 충돌할 때마다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한다. 최근에도 거의 매년 지진이 일어나고 있어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므로 예수 믿는 사람이 처음으로 크리스천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안디옥도 고대부터 지진 피해를 많이 입은 도시 가운데 하나이다. 서기 108년(115년이라는 주장도 있음), 로마 제국의 트라야누스(Nerva Traianus) 황제는 지진의 원인을 기독교도들에게 돌려 그 희생양으로 안디옥의 이그나티우스(Ignatius) 주교를 붙잡아 로마로 압송하여 사자굴에 던져 넣어 순교시키기도 하였다.
그 후 458년에 일어난 지진은 도시를 감싸고 있는 성벽을 다시 무너트렸다. 526년에 발생한 지진으로 도시에서 30만 명이 사망하였다고 한다(당시 안디옥 도시의 규모가 큰 것을 알 수 있다). 그 해에는 강력한 지진이 여러 번 일어났다.
542년에는 전염병이 나돌았고 573년에는 페르시아 군대가 침공하였다. 588년에 큰 지진이 도시를 다시 강타하였다. 십자군 전쟁이 있었던 1097년에서 1169년 사이에도 잦은 대지진으로 안디옥은 피해를 입었다.
로마 제국 시대 안디옥은 제국 안에서 로마와 알렉산드리아에 이어 손꼽히는 도시로서 크게 번성하였다. 그 후에도 안디옥은 오스만 제국의 동남부에 위치한 교통의 요지로서 큰 도시였으나, 1872년에 이곳을 강타한 지진으로 도시의 1/3이 파괴되었고 오늘날은 인구 25만 명의 크지 않은 도시이다.
오늘날 시내 가운데에는 튀르키예 건국의 아버지인 케말(아타튀르크)의 이름이 붙은 공원이 있고, 이 넓은 공원 안에는 현대 튀르키예를 만드는데 기여한 애국자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도시를 내려 보는 시피우스(Sifpius) 산맥의 동쪽 끝부분에 있는 스타우린(Staurin) 바위산 중턱에는 천연 동굴들이 많다.
이 가운데 동굴 하나는 ‘성(聖) 베드로(St. Peters) 동굴교회’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이 동굴은 초대교회 기독교인들이 비밀히 모여서 예배를 드린 곳이다.
바울은 베드로(게바)를 안디옥에서 만나 책망한 적이 있다(게바가 안디옥에 이르렀을 때에 책망할 일이 있기로 내가 저를 면책하였노라, 갈라디아서 2장 11절).
그 후 베드로는 안디옥 교회에서 주교(主敎) 직책을 오랫동안 맡았다고 한다. 그런 이유에서 이 동굴에 베드로의 이름이 붙은 것이다.
안디옥은 기원전 240년부터 기원전 63년까지 셀레우코스 제국의 수도였으며, 제1차 십자군 원정 당시 이 지역은 1097년부터 1098년까지 벌어진 안디옥 전투에서 십자군에 점령된 적도 있다.
참고로 ‘안디옥’이라는 지명은 튀르키예 남부의 다른 지역에도 있다. 신약성경에는 이를 구별하기 위해 다른 안디옥은 ‘비시디아 안디옥’(사도행전 13장 14절)이라고 표시하였다.
필자는 베드로 동굴교회를 찾아가려고 안디옥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갔다. 이 교회는 버스에서 내려 산기슭에 만들어진 도로를 따라서 10분 정도 걸어서 올라가면 나온다.
도로를 따라서 걸어가면 멀리 도로의 끝을 막고 있는 거대한 흰색 벽이 보이는데, 이것은 동굴교회의 외부 돌담이다. 이 벽은 바위 절벽에 파놓은 동굴 교회를 중심으로 양쪽에 세워져 있으므로 동굴교회에는 앞마당조차 입장료를 내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게 되어있다.
사도 바울 시대에 왕성하게 기독교를 퍼트리던 초대교회가 당시 신앙 선조들의 강건한 신앙은 후세에 전해지지 않고, 오늘날은 교회의 흔적만 남아서 이슬람 튀르키예 정부가 외국인 관광수입을 창출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사용되고 있는 모습에 필자는 마음 속에서 올라오는 답답함을 누르기 어려웠다.
권주혁 박사
세계 136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천사같이 말 못하고 바울같지 못하나>,
<메마른 땅을 종일 걸어가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