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의소리, ‘연대표’에 명판 추가… “외국서 순교한 첫 중국인들”
한국순교자의소리(Voice of the Martyrs Korea, 한국VOM)는 29일 ‘기독교 순교자의 날’을 맞아 서울 정릉동에 위치한 한국VOM 사무실에 있는 ‘순교자 연대표’에 중국인 순교자 멍리시(Meng Lisi)와 리신헝(Le Xinheng)의 명판을 추가하며 그들의 순교를 기념했다.
한국VOM 공동대표인 에릭 폴릭(Eric Foley) 목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멍리시와 리신헝은 외국 땅에서 순교한 첫 중국인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두 순교자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기념하고, 말하고, 다시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다.
멍리시와 리신헝은 지난 2017년 5월 24일 오후 1시 10분, 파키스탄 퀘타시(Quetta)의 한 어학센터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후 거리에서 IS에 차량으로 납치돼 2주 뒤인 6월 8일 참수당했다. 26세의 멍리시는 후베이성, 24세의 리신헝은 후난성 출신이다.
한국VOM은 지난 2년 동안 중국과 파키스탄을 방문해 납치된 현장에 가 보고, 목격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서류를 조사하고 세부사항을 기록하는 등 이들의 이야기를 검증했다.
에릭 폴리 목사는 “사건을 조사한 우리는, 알려진 것처럼 두 사람이 세뇌를 당하거나 속거나 유인을 당해 아무것도 모르고 파키스탄에 간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 그들은 선교를 떠나기 훨씬 전부터 주님을 알고 사랑하고 섬겼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멍리시는 어머니와 함께 교회를 다니며 어린이들을 사랑했고, 파키스탄 어린이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특별한 소명을 갖게 됐다. 이후 ‘화중사범대학교’에서 온라인으로 진행 중인 네크워크 칼리지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후, 우한에서 파키스탄 공용어인 우르두어를 공부할 계획이었다.
리신헝은 ‘시안 전자과학기술대학교’를 졸업하고, 재학 중에는 학생회 활동을 했다. 졸업 후 그는 저장성 선교신학교에서 공부했고, 아랍어·아람어·영어, 그리고 우르두어로 복음을 전하는 법도 배웠다.
에릭 폴리 목사는 “멍리시와 리신헝은 부모는 모두 기독교인이었다. 이들은 기독교 가정에서 성장했고, 기도하는 어머니를 두었다. 점차적으로 기독교적인 삶을 사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소명과, 파키스탄을 사랑하는 마음도 주셨다. 멍리시와 리신헝의 선교 비전은 특정 선교단체가 아닌, 오직 하나님께 직접 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명의 순교자는 좋은 언어 교사였다. 복음을 전할 때 한두 가지의 전략을 갖고 한 것도 아니다. 두 사람의 주변인들과 인터뷰할 때, 두 사람이 정말 하나님의 사랑으로 파키스탄 사람들을 사랑했던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순교하기 몇 개월 전, 멍리시는 위챗 프로필에 “한 사람의 희생으로 한 나라가 회복될 수 있다면 그 희생은 가치가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에릭 폴리 목사는 “그녀가 어떠한 사명감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순교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리신헝이 순교하고 5개월 뒤, 그의 어머니는 한국VOM에 “아들은 어릴 때 말썽쟁이였고, 제 힘으로 훈육이 안 됐다. 제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들을 예수님께 바치는 것이었다. 아들을 죽인 자들을 용서해 달라고 기도한다. 그를 잃은 것이 엄마로서는 슬프지만, 하나님의 딸로서는 감사하다”며 “두 사람의 순교가 파키스탄에서 큰 복음의 열매로 맺히길 바란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멍리시와 리신헝의 순교 5개월 후인 2017년 12월, 파키스탄 소재 한 기독교 단체는 파키스탄 어린이들과 함께 그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열었다.
에릭 폴리 목사는 IS가 공개한 처형 영상에 대해 “두 순교자의 삶의 마지막 순간을 보여 준다. 두 사람은 애원하거나 울거나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오히려 겸손하게 자신들에게 닥친 상황을 순전히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며 “자신들의 마지막 숨결로 훈련된 하나님의 종의 위엄과 성숙함을 보여 주었다”고 했다.
순교자의소리는 폭력에 의해 희생당한 기독교인을 ‘빨간색 순교자’, 자아에 대해 죽은 기독교인을 ‘녹색 순교자’, 세상의 가치에 대해 죽은 기독교인을 ‘흰색 순교자’로 분류하고 있다.
에릭 폴리 목사는 “성경에서 언급한 순교는 어떤 상황에서도 신실하게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꼭 죽음만이 순교자임을 입증하는 것도 아니다. 증인으로서 동기에 따라 행동한 모든 기독교인들이 순교자”라고 했다.
이어 “신약성경에서 순교는 약 180번 정도 나온다. 헬라어로 증인과 순교자는 같은 이름이며, 특히 사도행전에 예수의 증인을 순교자로 명명한다. ‘또 무리에게 이르시되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눅 9:23)는 말씀처럼, 순교는 모든 기독교들이 받은 부르심”이라고 했다.
한편 교회 전통에 따르면, 매년 6월 29일은 사도 바울 순교 기념일로,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그날을 따로 구별하여 복음의 증인의 사명을 신실하게 감당하다가 순교한 성도들의 믿음의 유산을 기억하고 있다.
지금까지 순교자의소리가 기념한 순교자들 가운데는 2011년 3월 6일 ‘콜롬비아 무장 혁명군’에게 순교한 평신도 로치오 피노, 2005년과 2010년 사이에 순교한 북한 지하 기독교인 차덕순, 1921년부터 현재까지 공산 치하에서 죽은 것으로 순교자의소리와 다른 분석가들에 의해 추정되는 2,500만에서 3,000만 명의 기독교인들도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