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새로 장악한 지역서 탄압받는 4개 교회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예배 중 무장 군인들이 등록 서류 요구하기도

▲러시아 군인들에게 구금됐다가 풀려난 것으로 알려진, 멜리토폴 생명의근원교회 발렌틴 주라블레프 목사.

▲러시아 군인들에게 구금됐다가 풀려난 것으로 알려진, 멜리토폴 생명의근원교회 발렌틴 주라블레프 목사.

한국순교자의소리(Voice of the Martyrs Korea, 한국VOM)는 5일 “러시아의 통제 아래 놓이게 된 지역에 있는 4개의 개신교회가 현재 탄압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 해당 지역의 목회자 두 명이 최근 구금됐다가 석방되었다는 소식도 알렸다.

한국VOM 현숙 폴리(Hyun Sook Foley) 대표는 “러시아 당국자들과 군인들이 자포리자 지역의 바잘리예프카(Vasilyevka)교회를 비롯한 도네츠크 지역의 3개 교회, 즉 마리우폴시에 있는 중앙침례교회(Central Baptist Church)와 구세주그리스도교회Church of Christ the Saviour), 그리고 만후쉬에 있는 한 교회에 들이닥쳐 수색하고 장비를 압수하고 문서를 요구하는가 하면 교인들을 건물에서 강제로 내쫓았다”고 말했다.

한국VOM 은 ‘골로스 무치니카프 꼬레야’(Голос Мучеников – Корея, 한국 순교자의 소리)라는 제목으로 핍박받는 기독교인에 관한 러시아어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현숙 폴리 대표는 “순교자의소리가 도네츠크와 자포리자 지역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전역의 분쟁 지역에 있는 기독교인 및 교회들과의 개별 소통 채널도 유지하고 있다”며 “그 지역 교회 지도자들이 기도를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에 따르면, 지난 3월 마리우폴의 중앙침례교회는 순교한 성도 2명의 장례식을 거행했다. 이 2명은 다른 성도 3명과 함께, 마리우폴이 공격당했을 당시 교회 지하실에 피신했던 시민 200명을 보살피고 필요한 물품을 배급하며 사역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탄 승합차가 러시아군의 수류탄에 맞는 바람에 5명 모두 사망했다.

그녀는 “현재 마리우폴은 러시아의 통제를 받고 있다. 교회 건물은 파괴되고 지하실만 남았다. 지난 6월 12일 주일에는 100명 남짓 남은 교인들이 모여 예배드렸는데, 갑자기 무장한 사람들이 들이닥쳐 협박하며 교회의 등록 서류를 요구했다. 정말 안타깝게도, 그들은 원본 서류를 가져갔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지난 6월 15일이나 16일, 당국자들이 마리우폴에 있는 구세주그리스도교회의 한 사역자를 찾아가 교회의 등록증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는 보고도 받았다고 한다.

그녀는 “그 사역자는 교회 지도자가 등록증을 갖고 있는데 현재 그 지도자가 도시에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당국자들은 교회 등록증 문제와 관련하여 자신들의 사무실을 방문하라고 그 사역자에게 지시했다. 사역자는 당국자들의 사무실을 방문했고, 다행히 당국자들은 더 이상 질문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마리우폴에서 30km 떨어진 만후쉬 마을의 상황이 더 심각한 상태다. 현숙 폴리 대표는 “순교자의 소리는 지난 6월 15일이나 16일, 러시아 군대가 성도들을 기도원과 재활 센터에서 강제로 몰아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현지 상황을 전했다.

바잘리예프카에 있는 교회의 사역자도 6월 15일부터 16일까지 러시아 당국자들의 방문을 받았다고 순교자의소리에 보고했다. 그에 따르면, 러시아 정보부 요원 몇 명이 기도의 집에 들어와 그곳에 있던 이들 명단을 다 기록했고, “이제 교회도 폐쇄할 것이며 집회도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런 다음 그들은 지도자들의 사택을 수색한 뒤에, 조사 명목으로 노트북과 핸드폰을 가져갔다. 정보부 요원은 “이렇게 하는 것으로 조사가 끝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에 한국VOM은 “하나님께서 그들의 교회와 남은 가족들을 돌보시고 보호해 주시도록 기도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번에 러시아의 통제 하에 놓이게 된 마리우폴의 네 교회 가운데 하나인 구세주그리스도 교회.

▲이번에 러시아의 통제 하에 놓이게 된 마리우폴의 네 교회 가운데 하나인 구세주그리스도 교회.

또한 순교자의소리는 그 지역의 교회 지도자 두 명이 구금됐다가 풀려났다는 보고도 받았다.

현숙 폴리 대표는 “자포리지야 지역 방위본부는 ‘바잘리예프카에 있는 한 침례교회의 니콜라이 졸로반(Nikolai Zholovan) 목사가 지난 6월 18일 당국에 구금됐다가 풀려났다’고 발표했으며, 또한 그 지역 수의사이기도 한 멜리토폴 생명의근원교회(Melitopol Source of Life Church) 발렌틴 주라블레프(Valentin Zhuravlev) 목사도 지난 6월 18일 도시 광장에서 열린 비정치적 초교파 공개 기도회에 참가했다가 무장한 러시아 군인들에게 구금되었다가 풀려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현지 성도들은 교회 건물을 사용 가능한 상태로 재건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건축 자재와 전기도 부족하고 외부와 소통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렵다고 말한다. 마리우폴 지역의 한 교회 지도자는 그 지역을 점령한 러시아 당국이 미국이나 유럽, 우크라이나를 통해 들어오는 인도적인 지원을 허용하고 있지 않지만, 러시아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현재 마리우폴의 성도들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마리우폴 지역의 모든 교회가 탄압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 교회의 지도자는 자신들은 당국으로부터 어떠한 괴롭힘도 당하지 않았다고 우리에게 전했다. 이들은 자유롭게 예배드릴 수 있고, 훼손된 건물을 복구하는 다른 교회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떤 교회의 지도자는 그 지역을 점령한 러시아 당국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등록된 교회들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점령 당국은 비등록 침례교회처럼, 일반적으로 우크라이나 정부에 등록되어 있지 않는 교회들에는 간섭하지 않는 것 같다. 마리우폴 지역 교회 지도자들은 점령 당국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등록된 교회들을 불법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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