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칼럼] 하나님 자녀에게 내리는 것은 ‘심판’인가 ‘징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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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목사. ⓒ크투 DB

▲이경섭 목사. ⓒ크투 DB

하나님의 자녀가 잘못 해서 받는 여러 시련들이(‘연단을 위한 시련’은 여기선 논외로 친다) ‘심판’인가, 혹은 ‘징계’인가? 필자가 생각하는 답은 ‘하나님의 자녀에겐 심판(condemnation)은 없고 징계(discipline)만 있다’이다.

만일 누가 어떤 이유로 ‘하나님의 심판’을 받는다면 그는 하나님의 자녀가 아니다. 심판은 오직 믿지 않는 불신자에게만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말씀이다

“저를 믿는 자는 심판을 받지 아니하는 것이요 믿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의 독생자의 이름을 믿지 아니하므로 벌써 심판을 받은 것이니라(요 3:18).”

히브리서 기자도 ‘하나님의 아들’이 받는 시련을 ‘징계’라고 못 박았다. “주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를 징계하시고 그의 받으시는 아들마다 채찍질하심이니라 하였으니… 하나님이 아들과 같이 너희를 대우하시나니 어찌 아비가 징계하지 않는 아들이 있으리요 징계는 다 받는 것이거늘 너희에게 없으면 사생자요 참 아들이 아니니라(히 12:6-8).”

따라서 누가 예수 믿는 그리스도인에게 ‘너 신앙생활 잘 못하면 지옥 간다’고 한다면, 그것은 어법상 맞지 않다(율법주의자나 칭의유보자들은 이 말을 즐겨쓴다). 이는 마치 부모가 그의 자식이 말을 안 듣는다고 ‘너 호적(戶籍)에서 파버린다’고 하는 것과 같다.

피로 맺어진 ‘부자의 연(緣)’은 결코 끊어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의 피와 성령으로 맺어진 ‘거룩한 부자의 연(요 1:12)’도 끊어지지 않는다.

설사 그가 잘못해 초죽음이 될 정도로 매를 맞는 경우도 그는 하나님의 아들로서 맞는 것이며, 그것이 ‘창세전에 맺어진 부자관계(엡 1:4-5)’를 파기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그를 징계하는 중에도 여전히 그를 향해 ‘너는 내 아들이다’고 일컬으신다.

“슬프다 범죄한 나라요 허물 진 백성이요 행악의 종자요 행위가 ‘부패한 자식’이로다 그들이 여호와를 버리며 이스라엘의 거룩한 자를 만홀히 여겨 멀리하고 물러갔도다 너희가 어찌하여 매를 더 맞으려고 더욱 더욱 패역하느냐(사 1:4-5)”.

너무 많이 맞아 “온 머리는 병들었고 온 마음은 피곤하였으며 발바닥에서 머리까지 성한 곳이 없이 상한 것과 터진 것과 새로 맞은 흔적 뿐(사 1:5-6)”인데도 그들이 하나님의 버림을 받았다는 말은 없다.

하나님은 진노 중에도 긍휼을 잃지 않고(합 3:2), 그들을 당신께로 돌이키도록 초청하며, 그들의 회복을 약속하신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오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 너희 죄가 주홍 같을찌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 진홍 같이 붉을찌라도 양털 같이 되리라… 내가 또 나의 손을 네게 돌려 너의 찌끼를 온전히 청결하여 버리며 너의 혼잡물을 다 제하여 버리고 내가 너의 사사들을 처음과 같이, 너의 모사들을 본래와 같이 회복할 것이라 그리한 후에야 네가 의의 성읍이라, 신실한 고을이라 칭함이 되리라 하셨나니(사 1:18-19, 25-27)”.

◈구속에 기반한 용서

성도가 잘못하면 하나님으로부터 징계를 받고, 그가 그 죄에서 돌이키면 하나님이 그에 대한 징계(discipline)를 멈추고 그를 용서하신다. 그러나 그것은 그가 맞은 ‘매 값’ 때문이 아니라 그가 하나님의 긍휼을 입어 죄에서 돌이킨 때문이다.

그가 잘못하여 아무리 많은 매를 맞아도 그것이 자신의 ‘죄값(the wages of sin)’이 못되며, 그것으로 하나님의 용서를 얻어낼 수도 없다. 이는 죄값은 하나님 자신만이 지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경이 하나님을 ‘구속자(Redeemer)’라 하심은 ‘죄값을 지불하는 자’라는 뜻이다.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구속자이신 여호와여 내 입의 말과 마음의 묵상이 주의 앞에 열납되기를 원하나이다(시 19:14)”,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은혜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피로 말미암아 구속 곧 죄 사함을 받았으니(엡 1:7)”.

그가 첫 회심 때에 하나님께로 돌이켰든, 그리스도인으로서 범죄 후 하나님께로 돌이켰던 그가 하나님으로부터 받는 ‘용서’는 ‘그의 긍휼하심’과 ‘그의 구속(redemption, 救贖)’에 기반 한다. 이 ‘두 경륜’ 없인 하나님께 돌이키는 길이 없다.

성경은 ‘용서’를 언제나 이 경륜들과 연관 짓는다. “내가 저희 불의를 긍휼히 여기고 저희 죄를 다시 기억하지 아니하리라 하셨느니라(히 8:12)”, “여호와께서 그 종들의 영혼을 구속하시나니 저에게 피하는 자는 다 죄를 받지 아니하리로다(사 34:22)”.

마지막으로 ‘용서’와 ‘회개에의 요청’의 상관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둘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대표적 구절이 이사야 44장 22절이다. “내가 네 허물을 빽빽한 구름의 사라짐 같이, 네 죄를 안개의 사라짐 같이 도말하였으니 너는 내게로 돌아오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음이니라(사 44:22)”.

하나님은 ‘이미 이뤄진 용서’를 전제로 그의 백성들에게 ‘회개(돌이킴)’을 요청한다. ‘내게로 돌아오면 용서해 주겠다’는 ‘미래형’ 어법이 아닌, ‘이미 죄를 다 용서(도말)했으니 내게로 돌아오라’는 ‘현재완료형’ 어법을 썼다. ‘구속’에 근거한 복음적인 ‘용서’ 개념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현재완료형 용서’ 개념보다는 ‘미래형 용서’ 개념에 더 경도된 것 같다. 누가복음 15장의 ‘탕자’가 가진 ‘용서’ 개념도 이와 유사해 보인다.

그가 아버지의 재산을 탕진한 후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가 자신을 용서해 주셨다는 확신이 없어 귀향을 주저하며 밍기적거렸다(눅 15:11-19). 그에게 ‘용서’는 아직 그의 것이 못 된 ‘미래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의 생각과는 달리 이미 그를 다 용서했을 뿐더러, 그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새 옷, 금가락지, 새 신발로 그를 치장해주고 살진 송아지로 거나하게 잔치를 배설해 주기까지 했다(눅 15:20-24). 이는 죄인이 하나님께로 돌아오면 누구나 그렇게 해 주신다는 말이다.

만일 ‘하나님의 용서’가 ‘탕자’의 생각처럼 ‘현재적 보장이 없는 미래의 불확실한 것’이라면, 아무도 그에게로 돌아갈 담력을 갖지 못할 것이다.

감사하게도 하나님은 그리스도의 피로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의 죄를 다 용서(구속)해 놓아, 우리로 하여금 담대히 그에게로 돌이킬 수 있게 했다.

누가 자신의 ‘구속’을 2천 년 전 갈보리 십자가상에서 이뤄진 ‘현재완료형’사건으로 믿는다면, 그의 ‘용서’도 그때 함께 이뤄진 ‘현재완료형’으로 믿어야 한다. 사실 ‘구속’과 ‘용서(엡 1:7)’는 같은 말이다.

‘그리스도의 구속’을 입었다면서 ‘하나님의 용서’가 이미 그의 것임을 믿지 못한다면 그것은 모순이다. “그 아들 안에서 우리가 ‘구속’ 곧 ‘죄 사함’을 얻었도다(골 1:14).” 할렐루야!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 개혁신학포럼 대표,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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