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 대회장 유만석 목사 上
16일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건강한 사회 문화 지킴이를 자처한 10만여 시민들(주최측 추산)은 세종로 일대를 가득 메웠고, 폭염과 갑작스러운 폭우 속에서도 끝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그 면면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했고, 어린아이들과 함께한 가족단위도 상당수였다.
이번 대회는 초대형교회들이 아닌 시민단체들이 앞장서서 준비한 만큼 얼마나 많은 이들을 현장으로 동원할 수 있을지 우려됐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이처럼 성황리에 대회가 개최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회장 유만석 목사(수원명성교회 담임)를 비롯한 준비위 관계자들의 노력이 적지 않았다.
유 목사는 국민대회 이후인 1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적지 않은 부담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은 어느 쪽이 더 많이 모였는지에 관심을 갖는다”며 “시민단체가 주도해 이렇게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것을 통해 한국사회의 희망을 봤다”고 했다.
유만석 목사와 수원명성교회는 성경적 가치관으로 사회참여에 앞장서 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창조질서를 무너뜨리고 사회의 건강을 해치는 일을 막기 위해 목회자뿐만 아니라 의식 있는 국민들이 함께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6시간이 넘는 어려운 집회였지만, ‘하나님의 거룩이 상실된다면 교회의 존재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성도들에게 호소했고, 그들도 기꺼이 동참해 줬다”고 했다.
퀴어축제를 허락한 서울시의 책임자인 오세훈 시장에 대한 실망감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면서도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고 했다. 특히 서울시가 ‘대면예배 금지 취소’ 판결에 항소한 것을 두고 “전임자의 임기 때 일이었기에 사법 판결을 그냥 수용해도 될 텐데, 굳이 그래야 할 이유가 있었느냐”고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기독 정치인들 중 동성애와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소극적이거나 오히려 옹호하는 이들에 대해선 “올바로 선도하지 못한 목회자들의 책임이 크다”고 했다. 그는 “대화해 보면 법안에 ‘음모’와 ‘함정’이 있는 줄 모르는 이들이 많더라”며 “자기 교회에 국회의원 몇 명 있는지 자랑하지 말고, 그들을 설득하고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언론의 편향성에도 불편함을 내비쳤다. 그는 “이번 집회 참석자 수를 발표한 것만 봐도, 더 이상 공정한 언론은 없다. 차라리 유튜브가 훨씩 정직하다”며 “언론이 좌편향된 지 오래고, 오히려 이 사회를 병들게 한다. 그럼에도 목회자가 입을 닫고 있으니 성도들도 입을 닫는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유 목사와의 일문일답.
적잖은 부담 있었지만… 누군가 책임져야 할 일
대형교회 아닌 시민단체 주도로 희망의 빛 발견
-어떤 각오와 마음가짐으로 국민대회 대회장직을 맡게 되셨는가.
“부족한 사람인데 국민들의 대장이라는 직함을 맡겨 주신 것에, 더군다나 아스팔트 뙤약볕과 삼복 더위에 굉장한 부담감을 가졌다. 아시겠지만 요즘 사람을 모으는 게 쉽지 않다. 명예직도 아니기에 고사했지만, 별 볼 일 없는 사람 이름 석 자라도 걸면 도움이 된다고 하는 간곡한 요청에 이를 수락했다. 사실 코로나19 이전부터 우리 성도들과 (동성애 문제에) 함께 관심 갖고 참여해 왔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고, 인권을 넘어 창조질서를 무너뜨리고 사회의 건강을 해치는 악한 문화이기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목회자뿐만 아니라 의식 있는 국민들이 함께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 국민대회를 어떻게 평가하시는가.
“긴장을 많이 한 것도 사실이다. 정치인들은 ‘어느 쪽이 더 모였는가’에 관심을 갖고, 여론의 향배도 그것으로 결정되기에 더욱 그랬다. 더군다나 이번 대회는 서울시내 대형교회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은 것도 아니고, 공식 연합기관이 아닌 시민단체들이 앞장섰기에, 얼마나 모일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저는 한국교회의 희망을 보았다. 첫째, 대형교회의 후광을 입지 않고도 시민단체가 주도해 이렇게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는 것이 하나님의 역사였다. 둘째, 의식 있는 성도가 많고 일반 국민들도 많이 참여한 것을 보고 한국사회의 자그마한 희망의 빛을 발견했다. 경찰과 약속한 바리케이드를 채우고도 넘쳐 수많은 사람들이 양쪽 건너편에 멀리서 참여해야만 할 정도로 대성황을 이뤘다.”
-수원명성교회 교인들은 대회장직 수행을 잘 지지해 줬는가.
“우리 교회는 전통적으로 행동하는 교회다. 저는 진리를 위해서는 나가서 싸워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고, 성도들도 거기에 따른다. 지금 목회자들은 보신주의에 빠지기 쉽다. 내 교회만 추스르고, 울타리 속에서 내실만 기하겠다는 사고방식을 탈피해야 한다고 본다. 내 교회만 살아서는 한국교회를 살릴 수 없다. 저는 옛날부터 교회가 지역에서 진리를 사수하고 정의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거 어떤 교단은 크기가 아주 작음에도 민주화운동을 위해 거리로 뛰어나갔고, 정권은 이를 무서워했다. 한 마디만 해도 정치인들, 정권이 쉽게 대하지 못했다. 거리로 뛰어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수 개혁주의를 표방하는 교회는 (정권이) 우습게 본다. 우물 안 개구리이고, 이불 속에서 활개춤을 춘다고 해야 할까. 정교분리를 잘못 해석해, 나가지 않고 움츠리기만 한다. 옳지 못한 일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행동을 해야 한다. ‘짓지 못하는 개가 무슨 개인가’라는 사고방식이 있어야 한다. 저는 나라가 잘못 가면 강단에서 단호히 책망하고, 나가서도 마찬가지다.
성도들도 담임목사의 철학 노선을 적극적으로 따라 준다. 참 고맙게 생각한다. 수원에서 서울까지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고, 한두 시간이 아닌 6시간 넘게 아스팔트 뙤약볕에서 버텨야 했기에 어려웠다. 하지만 우리가 진리를 사수하지 않아 하나님의 거룩이 상실된다면 교회의 존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성도들에게 호소했고, 그들도 기꺼이 동참해 주었다. 하나님의 영광과 거룩을 지키는 즐거운 축제에 간다는 다짐으로 함께했다. 성도들이 행동으로 따라줄 때 목사들은 담대해 외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고맙고 행복하다.”
오세훈 시장의 고민 이해… 적극 나서지 않은 건 아쉬워
예배금지 조치 패소에 항소한 서울시, 이해 안 되고 불쾌
-이번에 서울시가 퀴어축제 서울광장 개최를 허용하고, 법원의 대면예배 금지 취소 판결에 항소했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큰 기대를 했던 기독교계는 실망감을 피력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도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故 박원순 전 시장 때 이미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를 만들어 놓고 위임을 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했다. 전임 시장 때 갖췄던 조직 속에서 굉장한 부담감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점은 일부 이해하지만, 그래도 시장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특히 서울시가 대면예배 금지 패소에 항소한 것은, 자신의 임기 때 일이 아닌데 굳이 그럴 이유가 있는가 싶다. 전임 시장 때의 일이었고, 홀가분히 그냥 사법 판결을 수용하면 될 것을 굳이 항소한 것은 상당히 불쾌하다.
기독교는 일반적으로 보수 우파로 분류되고, 오 시장 당선과 현 정권 창출에 기독교계의 영향이 굉장히 컸다. 기독교계의 지지 없이 좌파를 이긴다는 것은 쉽지 않다. 오 시장과 현 정부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미국 대사(필립 골드버그)로 동성애자가 와서 정치적·외교적으로 압박할 텐데 이를 거부해야 한다. 거기에 순응한다면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보수 우파의 지지가 없다면, 그들을 안고 가는 정책과 제스처가 없다면, ‘다음’은 없다고 단호히 말할 수 있다.”
국회의원들, 법안 내용 잘 몰라… 담임목사가 선도해야
편향된 언론들, 사회 병들게 해… 차라리 유튜브가 정직
-보수 정치인이나 심지어 기독교인 정치인들조차 퀴어축제나 포괄적 차별금지법 문제에 소극적이거나 심지어 일부 옹호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온전한 신앙을 가진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반대할 것이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표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표만 되면 지옥도 간다. 색깔이 불분명하다. 교회도 가고 절도 가고 성당에도 가고, 양다리 삼다리를 걸친다. 그렇다 하더라도 ‘종교’란에 기독교라고 썼으면 동성애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면 안 된다.
대부분 이해 부족으로 인한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입법을 할 때는 보좌관들이 도움을 준다. 정작 의원들은 깊이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화해 보면 ‘내용 안에 그런 음모, 함정이 있었는지 몰랐다’는 분들을 자주 만난다. 그래서 담임목사들이 소상하게 설명해 줘야 한다. 자신의 교회에 국회의원 몇 명 있다는 게 자랑거리가 아니다. 진리를 가르치고,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행해야 하는지 바로 가르쳐야 한다. 우리 교회에도 국회의원과 시·도의원이 있지만 이들에게 분명하게 말한다. 그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은 자랑이 아니라 수치다. 이 정치인들을 바로 교육하라고 맡겼더니 무엇을 했느냐고 하나님께서 책망하지 않으시겠는가. 정치인들의 이해 부족으로 인한 것이니, 이를 이해하고 설득하고 설명하고 선도해야 한다. 지역구에 속한 목사들이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또 국회도 민주적이지 않다. 무기명투표를 하지 않으니 당론이라면 꼼짝 못한다. (당론에 따르지 않으면) 다음에 공천을 못 받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간다. 소신 있는 국회의원들도 이를 표출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신앙보다 정치가 우선이 된다. 국회에 기독 정치인이 120명이 넘는다고 하던데, 1/3이 넘는 기독교인이라면 나라를 바꿀 수 있는데 영향력이 없다.”
-매번 규모 면에서 국민대회가 퀴어축제를 압도할 만큼 동성애 반대 여론이 지배적인데, 대다수 일반 언론들의 보도는 퀴어축제에 초점을 맞춘다. 그 이유가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세월이 지나며 좌파가 언론을 다 장악했다. 더 이상 공정한 언론이 없다. 공영방송도 마찬가지고, 차라리 유튜브가 훨씬 정직하다. 이번 현장을 직접 목도한 사람은 판단이 서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굉장히 혼선이 올 것이다. 언론의 보도를 보고 믿고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은) 퀴어축제는 13만 5천 명, 국민대회는 1만 5천 명 모였다’고 한다. 현장에서 봤지만 (퀴어축제는) 서울광장에 듬성듬성하게 앉았는데 과연 몇 명이나 됐겠는가. 국민대회는 모두가 봤듯이 도로 끝이 안보일 정도로 엄청났는데, 언론이 이렇게 기울어져 있고 좌편향돼 있다. 이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게 언론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다. 언론사 앞에서 항의하자는 의견에 적극 동의한다. 두 집회의 사진을 걸고 똑바로 숫자를 세 보라고 하고 싶다. ‘가짜 언론, 가짜 기자 퇴출시키라’는 집회를 해야 하는데, 목사들이 입을 닫고 있는 게 가슴 아프다. 목사가 입을 닫으니 성도도 입을 닫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