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도 하셨던’ 치유사역, 교회 위한 4가지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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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욱 교수의 Engagement] 한국교회, 치유사역을 업그레이드하라!

1. 예수님의 대표적 사역이었음을 기억하라
2. 육체적·정신적·관계적·영적, 전인적 사역
3. 축사·축귀보다 상한 감정·관계 치유 권장
4. 개교회 치유목사직 또는 상담목사직 신설

▲치유 효과가 있는 메타세퀘이아 길 모습. ⓒ픽사베이

▲치유 효과가 있는 메타세퀘이아 길 모습. ⓒ픽사베이

지난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한 달간 한국을 방문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거의 3년 만의 방문이었다. 코로나 이전 매년 두 번 정도 정기적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것을 고려하면, 정말 오랜만의 방문이었다.

여러 교회에서 설교자로 섬기고, 다양한 컨퍼런스들의 강사로 섬겼다. 덴버신학교 한국어부 재학생들도 만나면서 너무나 복된 시간을 보냈다. 동시에 여러 지인들과 동역자들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그 중에서도 이번 기간 가장 인상적인 만남은 모 종합병원 원장으로 섬기고 계시는 집사님과의 만남이었다. 집사님은 지난 1999년 옥스퍼드대학에서 만나 지금까지 23년간 주 안에서 귀한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주 안에서 이미 지체가 되었지만, 인간적으로도 거의 가족같은 느낌으로 교제를 이어왔다.

이번에 함께 만났을 때, 집사님은 자신의 영적 여정에 대해 털어놓았다. 자신의 영적 여정 가운데 치유사역의 필요성을 느끼고, 또 치유사역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사실들을 진솔하게 나눠주었다.

집사님이 경험했던 치유사역은 ‘가계저주론’이나 주술적 행태 등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하지만 집사님과의 대화를 통해 필자가 다시 확인하고, 도전을 받은 것은 한국교회 치유사역이 너무나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뼈아픈 사실 인식이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의 치유사역을 어떻게 업그레이드할 것인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아래에서 나름대로 내린 결론적인 생각을 나눠보고자 한다.

첫째, 한국교회는 치유사역이 예수님께서 마음 다해 감당하셨던 대표적인 사역들 중 하나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마태복음 9장 35-36절은 “예수께서 모든 성과 촌에 두루 다니사 저희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며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시니라. 무리를 보시고 민망히 여기시니 이는 저희가 목자 없는 양과 같이 고생하며 유리함이라”고 말씀한다. 예수님의 4대 사역을 요약해주는 말씀이다. 예수님의 4대 사역은 말씀을 가르치심(teaching), 천국복음을 전파하심(preaching),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심 (healing), 그리고 긍휼사역(mercy)이었다.

교회의 존재 목적이 교회의 머리 되신 주님이 하신 사역을 그대로 이어받는 것이라면, 치유사역은 교육사역이나 선교사역만큼 본질적인 사역이며, 선택이 아니라 필수 사안임을 우리 모두는 기억해야 한다.

둘째, 예수님의 치유사역은 단순히 육체적 질병만을 치유한 데 집중된 것이 아니라, 정신적 질환 치유, 어그러진 정서와 감정의 치유, 깨진 관계의 치유, 그리고 영적 상처의 치유를 포함한 전인적인 치유사역이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삭개오를 구원하셔서 그가 다른 유대인들이 화해할 수 있도록 하신 것은 진정한 의미의 관계 치유사역이었다. 수가성 우물가에서 만난 여인과의 대화를 통해, 주님은 여인의 내면적 상처와 깨진 관계를 치유해 주셨다.

그렇다면 주님의 사역을 그대로 이어받아야 할 책임이 있는 한국교회 역시, 성도들의 전인적 치유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가톨릭의 축귀 또는 구마 의식을 다룬 영화 <검은 사제들>. 축귀 사역을 모티프로 삼는 대중문화 콘텐츠에는 목회자가 아닌 신부가 등장하고 있다.

▲가톨릭의 축귀 또는 구마 의식을 다룬 영화 <검은 사제들>. 축귀 사역을 모티프로 삼는 대중문화 콘텐츠에는 목회자가 아닌 신부가 등장하고 있다.

셋째, 지금까지 한국교회 치유사역은 대체로 육신적인 질병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사역에 집중돼 있었다. 비록 일부 교회에서 영적으로 귀신의 공격을 받는 사람들을 위한 축사 또는 축귀사역을 진행해 왔지만, 전통적 교회에서 축사/축귀 사역은 권장되기보다는 비밀리에 진행된 면이 많았다.

더 나아가 한국교회는 어그러진 정서와 상한 감정의 치유, 그리고 부서진 관계의 치유를 교회가 감당해야 할 필수적 사역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최근 기독교 상담학 등을 전공한 사람들이 패러처치 즉 선교단체 차원에서 상담사역을 진행해 오고 있긴 하다. 그렇지만 여전히 교회 내에서 상담목사나 치유목사를 특화시키거나, 교회의 치유사역을 사역의 본연으로 복권시키는 교회들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넷째, 한국교회의 치유사역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개교회들이 치유목사직 또는 상담목사직을 신설해 풀타임 사역자를 청빙할 것을 제안한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교회들 중에는 상담목사나 치유목사를 전임으로 청빙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오늘날 일반 중고등학교에는 상담학을 전공한 풀타임 상담교사들이 상근하면서 학생들의 정신적, 정서적, 관계적 건강 유지와 치유를 위해 힘쓰고 있다.

사실 이런 치유와 관련해서 교회가 세상을 리드하고 선도했어야 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개교회는 치유목사와 상담목사를 세워야 한다.

그리고 치유목사와 상담목사를 중심으로, 치유사역 팀을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이 치유사역 팀은 치유목사 또는 상담목사가 리더를 맡고, 평신도들 중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상담전문가, 멘토링과 코칭 전문가. 물리치료사, 퍼스널 트레이너 등을 포함하면 좋을 것이다.

이렇게 치유사역팀을 꾸린 뒤, 교인들 중에서 치유가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전인적인 치유와 회복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규모를 가진 치유사역팀을 갖출 수 있는 교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러 중소형 교회들이 연합하여 치유사역 팀을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5개 교회 연합 치유사역 팀 또는 노회와 연회가 중심이 된 치유사역 팀이 구성된다면, 아름다운 열매를 많이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거의 3년간 지속되면서 우울증, 신경쇠약, 불면증, 다양한 중독, 관계적 파산, 치유되지 않은 내면적 상처 등으로 고통당하는 교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교회는 이런 교인들을 일반 병원에 맡기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 치유의 길과 방법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물론 교회 치유사역 팀의 힘만으로 치유할 수 없는 매우 심각한 케이스가 나올 경우, 일반 병원 전문 의료진들과 함께 협력치료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치유사역이 교회가 감당해야 할 본질적이고, 필수적인 사역이라는 인식 전환이다. 부디 한국교회가 이런 인식의 전환으로부터 시작해서, 수준 높은 치유사역을 제공하는 성숙한 교회로 자라가길 간절히 기도한다.

▲정성욱 교수.

▲정성욱 교수.

정성욱 박사
美 덴버신학대학원 조직신학 교수
저서 <티타임에 나누는 기독교 변증>, <10시간 만에 끝내는 스피드 조직신학>, <삶 속에 적용하는 LIFE 삼위일체 신학(이상 홍성사)>, <한눈에 보는 종교개혁 키워드>, <한눈에 보는 종교개혁 키워드>, <한눈에 보는 십자가 신학과 영성>, <정성욱 교수와 존 칼빈의 대화(이상 부흥과개혁사)>, <한국교회 이렇게 변해야 산다(큐리오스북스)>, <밝고 행복한 종말론(눈출판그룹)>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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