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프러스(구브로) 한 수도원에는 바나바 사도의 유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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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51] 제1차 전도여행(5) 구브로

북사이프러스, 튀르키예계 공화국에 속해
5세기 수도원 재건, 예배드리는 사람 없어
결국 박물관으로 사용, 종탑 64년 전 건축
이스라엘 건국, 3,500년 전 출애굽과 비슷

▲사도 바나바 기념수도원.

▲사도 바나바 기념수도원.

구브로(사이프러스) 섬의 동해안에 있는 파마구스타(Famagusta) 항구에서 북쪽 도로를 달려서 살라미 유적지를 향해 가다 보면, 유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왼편에 도로가 나타난다.

이 도로를 따라서 잠시 달리면 사도 바울과 함께 튀르키예(터키)의 실루기아를 떠나 이 섬에 와서 전도를 하다가 순교하였다고 전해지는 사도 바나바를 기념하여 세운 수도원과 교회(그리스 정교회)가 오른편에 나타난다.

이곳은 날씨가 건조하고 더우므로 나무들이 많이 보이지 않으나, 바나바 기념교회가 있는 곳에는 나무가 제법 있고 나무들 사이로 기념교회의 종탑과 건물이 약간 보인다.

필자는 파마구스타 시내에서 택시 운전기사와 흥정한 뒤(이곳에서는 택시에 미터기가 없다) 바나바 기념교회를 방문하였다.

▲사도 바나바 기념교회.

▲사도 바나바 기념교회.

5세기에 세워졌다는 교회와 수도원은 한동안 무너져 있었으나 1750년대에 다시 재건되었고, 1992년부터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박물관이 된 수도원 안에는 많은 성화(聖畵)와 그리스 정교회의 아이콘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이 지역은 이슬람 국가인 ‘북(北)사이프러스 튀르키예계 공화국’에 속해 있으므로, 기독교 주민이 (거의) 없다. 그러므로 수도원 내부에 있는 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리는 사람이 없어, 더 이상 교회로 사용되지 않고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필자로서는 가슴이 아팠다.

수도원 앞에 있는 종탑은 고색창연해 보이나, 사실은 1958년에 세워진 것이다. 당시는 사이프러스 섬 전체가 기독교 국가인 영국의 통치를 받고 있어 남북으로 분단되지 않았을 때이므로, 종탑을 쉽게 세울 수 있었다.

수도원에서 약 100m 떨어져 있는 곳에는 바나바의 유해가 발견되었다고 알려진 장소가 있다. 이곳에는 19세기에 세운 조그만 예배당이 있는데, 14개의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바나바의 유해가 있다.

▲사도 바나바 기념교회 내부. 왼쪽은 바나바의 상상화.

▲사도 바나바 기념교회 내부. 왼쪽은 바나바의 상상화.

수도원 건물과 이 조그만 예배당 사이에는 오늘날도 계속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오늘날 구브로 섬주민은 바나바를 섬의 수호성인(守護聖人)으로 삼고 있으며 그의 축일은 6월 11일이다.

파마구스타에서 살라미 유적지를 향해 가다 바나바 기념교회로 가는 갈래길을 만나기 전에, 오른쪽 해안 방향으로 많은 리조트 호텔과 숙박업소가 보인다. 이곳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유대인의 나라인 이스라엘을 건국하려고 유럽에서 팔레스타인으로 배를 타고 가다 영국 해군에 붙잡힌 수만 명의 유대인들이 강제 수용되었던 대규모 수용소가 있었던 곳이다.

무더운 날씨에 천막 속에서 열악한 생활을 하다가 사망한 사람들도 있지만, 이곳에 수용되었던 유대인들은 결국 팔레스타인으로 가서 1948년에 이스라엘을 건국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1960년대 초 할리우드에서 만든 영화 엑소더스(Exodus)는 우리나라에서는 ‘영광의 탈출’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다. 이 영화는 미국인 작가 우리스(Leon Uris)가 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감동적인 영화로서, 세계적으로 큰 흥행을 한 작품이다.

▲멀리 보이는 수도원과 기념교회 사이 발굴 작업 현장.

▲멀리 보이는 수도원과 기념교회 사이 발굴 작업 현장.

구약성경의 출애굽기를 영어로 ‘Exodus’라고 하듯, 서기 70년 로마군에 의해 예루살렘이 파괴된 이후 유대인은 세계 곳곳에 흩어져 각종 박해를 받으며 살다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 조상의 땅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마치 기원전 1500년경에 일어난 출애굽 과정과 흡사하다고 생각한 우리스는 책 제목을 ‘엑소더스’라고 지었다.

엑소더스 책과 영화의 앞부분 배경이 구브로 섬이다. 책과 영화 속에서 많은 유대인을 태우고 사이프러스 섬을 떠나 팔레스타인으로 향하던 선박의 이름이 엑소더스이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프랑스에서 유대인 5,200명을 태우고 팔레스타인으로 향해 출발한 선박 이름이 ‘Exodus 1947’이었다. 하여간 구브로(사이프러스) 섬에는 유대인으로서 기독교인이 되어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한 사도 바울의 흔적과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을 건국하기 위해 분투한 흔적이 여러 곳에 남아있다.

엑소더스의 통쾌함과 무한한 감동으로 가득한 이스라엘의 자세한 건국 과정에 대해 관심 있는 분은 필자의 졸저 <여기가 이스라엘이다(부제 이스라엘의 어제, 오늘과 내일)>를 참고하기 바란다.

권주혁 박사
세계 136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천사같이 말 못하고 바울같지 못하나>,
<메마른 땅을 종일 걸어가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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