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교, 통합 시도 거듭 실패… 절박한 이유 없어서”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한국장로교회 총회 설립 110주년 기념 심포지엄 개최

▲한국장로교회 총회 설립 11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송경호 기자

▲한국장로교회 총회 설립 11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송경호 기자

▲한국장로교회 총회 설립 110주년 기념 심포지엄 책자. ⓒ송경호 기자 

▲한국장로교회 총회 설립 110주년 기념 심포지엄 책자. ⓒ송경호 기자 

▲이희성 교수(총신대 신학대학원)가 ‘장로교의 성경적 기원에 관한 고찰’을 발제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이희성 교수(총신대 신학대학원)가 ‘장로교의 성경적 기원에 관한 고찰’을 발제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심포지엄에 참석한 신학자들은  장로교회의 분열상에 대한 고찰과, 일치를 위한 실천 방안을 함께 고민했다. ⓒ송경호 기자

▲심포지엄에 참석한 신학자들은 장로교회의 분열상에 대한 고찰과, 일치를 위한 실천 방안을 함께 고민했다. ⓒ송경호 기자

한국장로교회 총회 설립 110주년을 맞아, 8월 26일 충현교회에서 기념예배에 이어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심포지엄에서 신학자들은 장로교회의 분열상에 대한 고찰과, 일치를 위한 실천 방안을 논의했다.

장로교 중심원리는 ‘대의정치’, 목사와 장로는 협력관계

첫 발제자로 나선 이희성 교수(총신대 신학대학원)은 ‘장로교의 성경적 기원에 관한 고찰’에서 “장로교는 한국기독교 주류 교단이며 세계적으로도 위상이 상당하다”며 “그러나 한 세기가 지나며 극심한 교회 분열이 온상지가 되었고, 성장은 정체된 지 오래다. 다시 성경 안에서 정체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교회사 속에 나타난 교황정치, 감독정치, 회중정치, 장로정치 등을 소개한 이 교수는 “장로정치는 교회의 다스림을 목사와 장로로 구성된 장로회에 운영하는 정치체제”라며 “교회의 권세가 전체교회에 있음을 믿고 직분자들의 평등성을 바탕으로 대의정치를 골격으로 한다”고 했다.

그는 “회중정치와 달리 당회, 노회, 총회와 같은 교회회의의 위계성을 인정한다.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믿고 예배하며, 교회를 다스려야 한다는 신학적 전제에 기초해 생겨난 제도”라며 “가장 성경적인 교회 정치 특징을 갖고 있다. 이 제도의 원형을 기초로 장로교의 본질과 정체성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경적 장로교회의 중심 원리는 ‘대의정치’라고 했다. 그는 “교회의 대표인 목사와 교인들의 대표인 장로들이 회인 당회를 통해 교회정치가 실현되는 것”이라며 “구약에서 장로들은 백성의 대표자였고 신약에서도 장로들은 교인 선출을 통해 교인의 대표로 임명됐다. 그렇다고 목사와 장로의 전제정치가 되어선 안 되고 평신도들의 의견을 청취해 교회를 다스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당회의 목사와 장로가 높고 낮음의 계급 관계가 아닌 협력관계임을 강조했다. 그는 “구약과 신약의 대부분 영적 지도자들은 독단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서로 짐을 나누어지며 협력 사역을 통해 하나님의 일들을 해나갔다”고 했다.

아울러 장로들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의 과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성경의 장로들은 존경받는 명예로운 자들이었다. 인격과 삶의 수준은 높고 존귀했다. 그렇기에 바울은 이들의 자질에 대해 반복적으로 언급했다”며 “장로들의 교육과 훈련은 교회 발전과 보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울은 개교회주의를 추구하지 않고, 공교회의 절서에 따라 사역했다”며 “각 지역에 흩어진 모든 교회를 돌보며 서로 협력하고 상위기관의 결정에 따르는 본을 보였다. 한국장로교회는 교회 연합과 일치 사역에 본을 보이고 공교회성 회복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로교 분열, 신학 갈등 외 지연·인맥 등 교권 대립도 영향

▲‘한국장로교 총회 조직 110주년 역사적 고찰’을 발제한 이상규 교수(백석대 역사신학). ⓒ송경호 기자

▲‘한국장로교 총회 조직 110주년 역사적 고찰’을 발제한 이상규 교수(백석대 역사신학). ⓒ송경호 기자

▲심포지엄에 참석한 신학자들은  장로교회의 분열상에 대한 고찰과 일치를 위한 실천 방안을 함께 고민했다. ⓒ송경호 기자

▲심포지엄에 참석한 신학자들은 장로교회의 분열상에 대한 고찰과 일치를 위한 실천 방안을 함께 고민했다. ⓒ송경호 기자

‘한국장로교 총회 조직 110주년 역사적 고찰’을 발제한 이상규 교수(백석대 역사신학)는 장로교회의 감독교회화 현상과 교회 분열의 문제를 논평하고, 갱신과 쇄신의 길을 모색했다.

그는 “장로교회는 장로와 장로, 교회와 교회 간의 평등을 강조하며 감독정치의 계급적 구조를 반대하면서도, 모든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점에서 연합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감독제도를 반대하는 점에서 회중교회와 동일하지만, 연합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회중교회와 다르다. 모든 지체의 평등성, 직분자들을 통한 자율성, 교회 대표를 통한 연합성을 기본 정신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장로교회가 수직 성장하게 되자 점차 교권화되고, 평등의식이 희박해지고 계층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1940년대까지 서북과 비서북, 이북과 이남 사이 긴장과 대립이 형성됐으며, 1950년대 장로교 분열은 신앙고백적 동기보다 정치적인 성격이 깊다고 했다.

특히 1959년 합동과 통합의 분열에 대해 “승동과 연동 측으로의 분열이 박형룡의 3천만 환 사건, WCC 가입 문제, 경기노회 총대 건 문제로 논의되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박형룡과 한경직을 둘러싼 두 인맥 구성에서 야기된 대립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음을 부인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 이후의 빈번한 분열에서도 신학적·윤리적 명분 이면에는 지연·인맥·노회를 배경으로 한 교권 대립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그는 분열된 가운데서도 연합을 시도한 사례도 언급했다. 1960년 고신과 승동이 연합했으나 3년이 못 돼 재분리됐고, 1962년과 1968년에는 합동과 통합 간 연합 시도가 있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고 했다.

진지한 반성을 토대로 1997년에는 범합동교단에 속하는 9개 보수교단이 ‘선 합동 후 협상’을 기치로 통합을 논의했지만 성사되지 못했고, 2005년 합동과 개혁은 분열된 지 26년만에 재합동했지만 완전한 합동은 되지 못했다고 했다. 고신과 합신도 2013년부터 합동을 시도했지만 요원했다. 이들 간의 공통적 이유는 “합동하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는 절박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외국의 반대 사례도 언급했다. 1925년 캐나다 장로교회·감리교회·회중교회의 연합은 신앙고백을 달리하기에 사실상 불가능했으나, 존립의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세 교파는 고유한 전통을 버리고 ‘The United Church of Canada’(UCC)를 형성했다. 호주 역시 1977년 장로교·감리교·회중교회가 고유한 신학전통과 신앙고백을 포기하고 하나의 교회인 ‘The Uniting Church of Australia’(UCA)를 형성했다.

그러면서 이종윤 박사의 ‘일교단다체제’ 방식을 소개했다. 교단을 일원화하되, 각 교단의 특성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며, 대국가 사회 문제, 통일, 선교사 교육 파송, 신학 교육 문제는 한 교단 체제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호주 장로교회의 경우 매 3년마다 총회를 개최하며 범교회적 의안을 처리하지만, 실제적 사안은 각주별로 조직된 주총회가 독자적으로 치리한다. 하나의 장로교 우산 아래 있으나, 각 주별로 교회 행정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 박사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 연합하기를 힘쓰는 것이 심각하게 분열된 우리 시대 교회에 주어진 사명”이라고 전했다.

“목사들에 의해 분열… 일치운동은 평신도 역할 중요”

연규홍 박사(한신대)는 ‘한국장로교의 주체적 형성과 교회 일치의 실천적 방안’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교회의 분열이 목회자들에 의해 비롯되었다면, 앞으로 한국장로교회 일치 운동은 평신도들의 역할과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며 “일치 운동의 한 주체로서 그들을 교육하고 지도력을 배양시키는 작업도 시급히 취진되어야 할 실천 과제”라고 했다

이 외에도 안교성 박사(장신대 역사신학), 박상봉 교수(합동신대 역사신학), 장세훈 박사(국제신대 교수)가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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