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독교는 십계명에 따라 성적 순결을 교훈한다. 세계의 전통적인 고등 종교들도 모두 그러하다. 그러나 이런 교훈을 받아들이기 싫은 사람들이 있어, 끊임없이 그럴듯한 다른 종교적 신념을 창안하여 “성해방”을 시도하여 왔다. 그 역사적 결과 중 하나가 근대의 섹스매직이다. 섹스매직(sex magic)이란 비교(esoterism), 이교(paganism), 기독교 이단(heresy), 오컬트 등에서 시행하는 제의(祭儀 ritual) 중에서 성(sex)이 핵심적으로 개입된 제의를 말한다.
현대 서구 이교(western esoterism)의 섹스매직 현상은 영지주의의 근대적 모습의 하나이다. 이는 60년대 성혁명에 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고 또한 지금까지 뉴에이지사상으로 형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기에 필자의 관심이 크다.
서구에서 비교, 이교, 또는 이단은 기독교 전통에 맞지 않는 또는 반대되는 각종 종교와 사상, 유사과학(pseudoscience) 등을 말한다. 이들의 역사적 근원은, 고대 그리스나 이집트, 또는 중동지역에 존재하던 원시적 종교사상으로, 영지주의, 헤르메티즘(hermetism), 카발라(Kabbalah 유대교 신비주의), 신플라톤주의 등이라 한다. 근대에는 계몽주의적 이성주의에 맞지 않은 종교적 사상도 포함되며, 예술, 문학, 등으로도 표현된다.
이들의 교리는 거의 공통적으로, 모든 종교들의 내적으로 숨겨져 있는 궁극적 진리는 다 같다는 것(idea of One)이다. 그러나 그 실제 내용은 결국, “마법적으로 이르게 되는 황홀상태”에서 경험하게 되는 세계관을 옹호하고, 서구의 정통 교회와 과학과 문화가 “거부한 지식”을 포용하는 것 등이다. 이들은 중세시대 동안에는 연금술. 점성학 등 유사과학의 모습으로 나타나거나, 기독교의 여러 이단 형태로 숨어 명맥을 유지하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개념이 조금씩 표면화되기 시작하여 17세기에 Rosicrucianism(장미십자가라는 의미) 및 Freemasonry(프리메이슨)이라는 명칭 등으로 등장하였다. 이들은 특히 18세기 계몽시대에 아시아로부터 힌두교, 도교 등의 사상이 소개되고, 서구 비교에 혼합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다양한 occultism의 형태로 나타났는데, 이들을 통칭하여 Western esoterism이라 한다. 당시 가장 왕성하였던 조직은 Theosophical Society 및 the Hermetic Order of the Golden Dawn 등이었다. 특히 신지학(theosophy)는 강신술과 영매(medium)와 힌두교나 중국 도교 이론이 뒤섞인 신비한(매직한) 지식으로서 당대의 유명 지식인들이나 철학자들도 호기심을 가지고 연구한 바 있다. (예를 들어 니체의 자라투스트라는 고대 중동의 조로아스터교에서 온 것이다) 특히 태동하기 시작한 페미니즘은 이교의 여신 옹호론을 환영하였다.
이교들의 실제 예배적 의식(Ceremonial rituals)에는 거의 공통적으로 명상, 기도, 음악과 춤, 주문의 영창(chanting), 신성한 술을 부음, 음식과 음료를 나눔(종교적 만찬)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전체적으로 주술적이어서 제의적 마법(ritual magic)이라 한다. 제의적 매직(Ceremonial magic)이란 비교나 신비주의 마술(magic)과 관련하여 정교하게 고안된 제의(ritual)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습무 의식도 매우 정교하다.) 여기서 magic이란, 초자연적 존재와의 교감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초자연적 힘을 조작적으로 보여주는 종교적 행동을 의미한다. 이런 제의를 시행하는 현대의 비교 내지 신비주의는 무수히 많다. (독자들은 영화 같은데서, 달밤에 들판에서 이교사제들이 자루 같은 옷을 입고 머리에 꽃을 꼽고 빙 둘러 서서 손을 잡고 영창을 부르며 춤을 추는 의식 장면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이교 의식의 한 전형적 모습이다.
성적매직(sex magic)은 이런 이교적 제의에 섹스가 개입되는 것이다. 섹스매직이란 종교적 및 영적 추구를 위해 제의(예배의식)에 성적 행위를 사용하는 것이다. 흔히 성적 흥분이나 오르가슴을 이용하고, 참여자들에게 시각적으로 보여주거나 참여시킨다. 섹스매직에는 가볍게 특수한 분장 또는 복장을 하는 것에서부터 집단적 규모의 ‘성스러운 결혼’이라는 제의까지 있다. 섹스매직은 고대 이교에서 마법사(witches)가 섹스의식을 통해 신을 부르고 받아들이는 행위를 계승한 것이다. (21세기 현대 이교들은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도 수련을 통해 매일 섹스매직을 시행할 수 있다고 한다.)
초대교회 시대, 영지주의는 금욕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교부 이레네우스가 영지주의 의식에 성적 오르기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폭로한바 있다. 이후 비교, 이교 등은 늘 비밀리에 섹스 제의가 포함된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즉 제의 중에 사제들이나 제의 참여자들 사이에 제의적 성행위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런 “성적 제의”가 20세기 초부터는 공개적으로 알려지고 또 포교에 포함되기 시작하면서 섹스매직(sex magic)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였다.
섹스매직의 자세한 내용과 비판은 다음 칼럼에 이어지겠거니와, 우선 매직(magic)이라는 용어가 우리 사회에 유행하고 있어 경고하고 싶다. 해리 포터 같은 영화주인공이 휘두르는 막대기가 매직이다. 우리는 우리의 기독교는 매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크리스천들은 현대사회의 영화, 예술, 음악 등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는 “판타스틱”과 섹스매직을 기독교적인 것과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고 본다. (계속)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