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로 기념교회, 왜 사이프러스(구브로)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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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54] 제1차 전도여행(8) 구브로

살아난 나사로, 구브로 섬에서 복음 전할 때
바울과 바나바가 키디온 주교로 임명 전설
살라미 항구서 바보 가는 도중 방문 가능성
성 지나서 왼편으로 꺾어 걸으면 교회 나와

▲폭우가 끝난 뒤 라르나카만 위에 나타난 무지개.

▲폭우가 끝난 뒤 라르나카만 위에 나타난 무지개.

사이프러스(구브로) 섬의 남부 해안에 있는 라르나카는 (남부) 사이프러스 공화국에서 3번째 큰 도시로 국제공항과 함께 큰 항구시설도 있다.

라르나카만(灣)에 면한 시내의 해변에는 이 곳을 방어하던 오스만 터키(튀르키예) 시대의 성(城)도 있는데, 무엇보다 기독교인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나사로 기념교회(St. Lazarus Church)이다. 9세기에 건축된 이 교회는 해변에서 멀지 않은 시내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예수님은 예루살렘 인근에 있는 베다니 마을을 방문하여 이미 병으로 죽은 지 4일이 지난 나사로를 살리신 적이 있다(요한복음 11장). 전설에 의하면 다시 살아난 나사로가 구브로 섬에 와서 복음을 전할 때 섬을 방문한 바울과 바나바가 나사로를 키디온(Kition) 지역의 주교로 임명하였다고 한다. 키디온은 오늘날 라르나카이다.

이 전설이 사실이라면, (성경에는 없지만) 바울과 바나바는 섬 동부의 살라미 항구에서 서부의 바보로 가는 도중 라르나카를 방문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비바람과 높은 파도가 몰아치는 라르나카 해안.

▲비바람과 높은 파도가 몰아치는 라르나카 해안.

공항에서 7km 떨어진 라르나카 시내 호텔에 여장을 푼 뒤, 곧바로 호텔을 나와 나사로 교회로 향하였다. 교회에 가는 코스는 일부러 해변을 끼고 가는 길을 택하였다. 지중해의 넘실거리는 푸른 파도와 라르나카 항구를 보기 위해서였다.

‘피알레 파시아(Piale Pashia)’ 해안 산책로를 따라서 카페, 식당 등이 줄을 이어 있는데 하나같이 벽은 하얀 색이고 출입문과 창문 틀은 에메랄드 빛을 발하는 지중해와 조화를 이루려는 듯 모두 파란 바다색이었다.

향기를 내뿜는 가로수들과 함께 어둠이 깔리면 낭만을 배가시켜주는 가로등이 열지어 있는 이 집들 가운데 필자의 눈을 끄는 이색적인 건물 하나가 나타난다. 주위 아름다운 집들이 뿜어내는 낭만과는 좀 거리가 있는 오래된 군용 퀀셋이다. 1960년 이전, 영국군이 이곳에 주둔할 때 사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점심 때이므로 식당 겸 카페를 겸하고 있는 곳에 들어가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 사이, 날씨가 갑자기 변해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행기가 도착할 때는 괜찮던 날씨가 오후가 되자 폭우가 몰아치는 날씨로 변한 것이다. 바다는 이미 파도가 높고 거친 물결이 해변에 연속적으로 몰아치고 있다.

▲오스만 제국이 만들어 놓은 성채.

▲오스만 제국이 만들어 놓은 성채.

식사를 끝낸 뒤에도 비는 그치지 않고, 거친 파도 역시 잔잔해질 줄 모른다. 배낭 속에서 우산을 꺼냈으나 바람이 심해 우산을 펴도 소용이 없다. 혹시나 하고 시도해 보았으나 강풍에 밀려 뿌리는 비는 순식간에 여행자의 옷을 흠뻑 적신다.

이러한 폭우 속을 걸어간다는 것이 무리라 생각되어 다시 식당에 돌아오자, 마음씨 좋은 여주인은 비가 그칠 때까지 식당에 있다가 비가 그치면 가라고 한다. 여주인은 영어를 잘 하므로 어떻게 영어를 잘 하느냐고 물어보니, 원래 이곳 태생이나 호주 시드니에서 오래 살아 호주 시민권자라고 한다.

필자에게 무슨 목적으로 이 섬에 왔느냐고 묻길래 사도 바울 관련 초기 기독교 역사와 1960년대 이곳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 ‘영광의 탈출(Exodus)’ 현장을 보고 싶어 왔다고 하자, 대형 TV의 프로그램을 조정하더니 금세 ‘영광의 탈출’ 영화를 선정해서 틀어준다.

영화 속 전투 장면(유대인들이 총을 들고 탑에 올라가 싸우는)은 현재 ‘북사이프러스 튀르키예계 공화국’에 속해 있는 곳에서 촬영하였다고 한다. 섬의 북부 해안에 있는 키레니아 항구를 말하는 것 같았다.

▲폭우가 내리기 전, 해변 식당에서 필자.

▲폭우가 내리기 전, 해변 식당에서 필자.

하루종일 계속될 것으로 보이던 폭우와 거친 파도는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변하였다. 어느 순간 라르나카만 위를 가로지르며 무지개가 나타나더니, 비가 그치고 파도도 약간 수그러들기에 식당을 나와 나사로 교회를 향해 해안 산책로를 걸어갔다.

식당 여주인이 가르쳐준 대로 해안 산책로를 따라가자 오스만투르크 점령 기간인 17세기에 건축했던 견고한 성이 나타난다. 이 성 내부는 현재 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피알레 파시아 해변 산책로는 끝나고 이 성을 지나서부터는 피니코데스(Finikoudes)라는 이름이 붙은 해변 산책로가 시작된다. 나사로 교회로 가기 위해서는 이 산책로를 따라 가면 안 되고, 성을 지나자마자 왼편으로 꺾어서 걸어가면 머지않아 나사로 기념교회가 나온다.

권주혁 박사
세계 136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천사같이 말 못하고 바울같지 못하나>,
<메마른 땅을 종일 걸어가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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